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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의 산행, 걷는 것만으로도 좋아

 

짙은 녹음으로 물든 여름 계곡 길 걸었던 이후로 몇 달 만에 범어사 경내를 지나 금정산 계곡을 거쳐 금정산 등산길에 올랐다. 주말이라 평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금정산을 찾은 것 같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금정산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 무성했던 짙은 숲, 진초록 나뭇잎들은 어느새 낙엽으로 수북수북 쌓여 있거나 뒹굴고 나무들은 오롯이 맨 몸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 메마른 나무들 발치께엔 수북수북 쌓인 낙엽들이 뒹굴고 발밑에 깔린 낙엽 밟으며 바 길 걸어 계곡 따라 익숙한 등산길 걷는 길, 금정산계곡 따라 북문, 북문에서 고당봉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등산길은 익숙하고 편안하다. 겨울산 중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산이 있다면 또한 이 금정산이다.

 

거의 한 달 만에 산에 오르니 맑은 하늘 아래 겨울바람 차가워도 산길을 걷고 있다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몸이 반응을 한다. 걷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 같다. 걷고 또 걸으면 몸이 점점 가벼워진다. 북문까지는 금방 도착한 것 같다. 북문에 도착하자 숲에 계곡에 가려져 움츠렸던 바람이 마음껏 불어대고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북문 주변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고 성벽 보수 공사하느라 포크레인이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고당봉으로 향했다. 금정산 최고봉 고당봉에 이르자 바람이 몹시 거칠게 불었다. 몸이 휘청한다. 정상 표시석 몇 발짝 떨어진 바위틈 사이 넓은 바위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앉아 가져온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오래오래 앉아 있고 싶어 자리까지 깔고 앉았지만 구름이 많고 추워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곧 일어났다.


몸을 사리지 않고 사고 수습하는 119 구조대원들

 

바위들 사이를 조심조심 더듬어 이어지는 나무계단 길로 내려오는데 저만치 마주보이는 하늘에 헬기 소리 점점 가까웠다. 북문 위를 맴돌다가 위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내려갔다. 마주 오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사고가 났다고 했다. 환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지 헬기는 공중에서 한참을 맴돌다가 어느 지점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리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아서 조난사고 같은 것은 날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지?! 궁금해서 걸음을 빨리했다. 헬기 근처까지 가니 오르막길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었다. 중년쯤 보이는 한 남자가 들것에 실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을 감싸고 산소 호흡기를 달고 길게 누워 있고 구조대원과 주변 사람들이 함께 돕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사람을 등산객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해서 구조대원들이 긴급출동 한 것이라 했다. 날씨도 추운데다가 바람마저 많이 부는 날에 산에 올랐다가 변을 당한 듯 했다. 평소에 지병이 있는 분들은 특히 춥고 바람 부는 겨울 산을 오를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헬기는 한참동안 공중에 맴돌다가 헬기에서 구조대원 한 사람이 내려올 채비를 했다. 헬기가 반공중에 떠 있는 동안 바로 밑에는 먼지와 낙엽이 이리저리 흩날리고 바람 따라 나뭇가지들이 흔들렸다. 환자는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쭉 뻗어있어서 상태를 짐작할 수 없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헬기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온 구조대원은 밑에 있는 사람과 함께 헬기에 들것에 실린 사람을 밧줄에(?)의지해 올렸다. 환자를 헬기까지 올리는 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장된 순간이었다. 적지 않은 무게일 것 같은 남자를 올리는 데는 꽤 오래 걸렸고 구조과정을 지켜보는 우리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를 수습하는 119구조대의 구조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우리는 정말 119구조대원들이 위험을 마다않고 목숨을 내어놓고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들것에 실려 119구조대원들의 도움으로 부산소방서 헬기에 실려 간 그분은 괜찮은지 궁금했는데 뉴스에서 보니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겨울 산행 조심합시다

 

몇 년 전에는 금정산 나비암 암벽타기를 하던 중 추락사고가 났고, 작년에는 금정산 고당봉 아래 바위가 얼음에 녹으면서 떨어져 등산객이 바위에 깔리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산악사고가 가장 많은 시기는 아무래도 겨울철이다. 겨울 산의 기온은 보통 해발 100m를 올라갈 때 0.6도씩 기온이 낮아진다고 한다. 초속 1m 바람이 불 경우에 체감온도는 2도씩 내려가기 때문에 따뜻한 물이나 커피 등을 넣은 보온병을 준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혼자 산행하는 것보다는 두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산행이 안전하다.


등산시 안전수칙을 잘 숙지해서 (등산관련 책이나 인터넷 등에도 검색해보면 얼마든지 기본적인 산행안전수칙을 알 수 있다) 추운 겨울철 사고를 예방해야겠다. 금정산은 부산 시내 한 가운데 있고 또 언제든지 계절에 상관없이 오를 수 있는 친근한 산 시민의 산이지만 산행은 언제나 겸손하고 조심해서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겨울산과 해빙기엔 더더욱. 하산 길엔 구름 많던 하늘이 씻은 듯 푸르렀다.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매일 매일이 기적을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던 하루였다.


산행수첩

1. 일시: 2010년 12월 11일(토) 맑음

2. 산행기점: 범어사

3. 산해시간: 3시간 55분

4. 진행: 범어사 입구 주차장(10:55)-범어사(11:00)-북문(12:05)-고당봉(12:35)-점심식사 후 하산(1:25)-북문(2:00)-범어사(2:40)-주차장(2:50)


태그:#금정산, #119구조대,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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