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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가 메주콩이 잔뜩 묻은 절구를 들어보이고 있어요.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예슬이가 메주콩이 잔뜩 묻은 절구를 들어보이고 있어요.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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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전남농업박물관에 갔다. 전남농업박물관은 지난 가을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열렸던 영암에 있다. 이번 농업박물관행은 전통의 먹을거리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지난 12일 일요일이다.

평소 같지 않게 농업박물관 방문이 기대됐다. 내가 직접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만들어 먹고, 메주를 빚는다고 생각을 하니까.

날씨가 쌀쌀한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았다. 나와 내동생 예슬이는 박물관 체험장에 도착하자마자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폈다. 장작이 잘 타도록 막대기로 이리저리 뒤적이는데, 내가 들고 있는 막대기에 불이 붙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예슬이도 재미가 있었는지, "나도 해보고 싶다"며 같이 했다. 동생은 언제나 시샘이 강한 것 같다. 가마솥 앞에 쭈그려 앉아 계속 불을 지피는 게 고통이었다. 매운 연기가 계속해서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연기 때문에 눈물도 나왔다.

제가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이에요^.^
 제가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이에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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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가 떡메를 치고 있어요. 예슬이가 내려친 떡메에 인절미가 달라붙었어요...^^
 예슬이가 떡메를 치고 있어요. 예슬이가 내려친 떡메에 인절미가 달라붙었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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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에 쌀이 다 찌어졌다. 그 쌀을 떡판에 퍼내 떡메로 쳐야 했다. 떡판에 놓인 쌀을 떡메로 쿵!! 쿵!! 하고 치면 인절미가 된다는 것이었다.

떡메는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쳤다. 그런데 처음에 내리치는 떡메에서 쌀이 사방으로 튀는 현상이 일어났다. 아직 찰지지 않은 쌀 상태여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 쌀알이 구경하고 있는 나와 예슬이, 아빠한테 날아갔다.

쌀알은 얼굴에도 날아가 붙고 머리에도 붙었다. 아빠의 볼에도, 내 허벅지에도 날아와 붙었다. 내 얼굴에 더덕더덕 붙은 쌀을 본 예슬이다 "흥부가 주걱으로 뺨을 맞은 것 같다"며 웃었다.

옆에서 보는데 다른 사람들의 떡메 치는 솜씨가 영 엉성했다. '떡메를 왜 저렇게 밖에 못할까? 그냥 가볍게 내려치면 될 것을.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떡메 치기. 생각보다 힘들어요^&^
 떡메 치기. 생각보다 힘들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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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와 제가 인절미 만드는 걸 보고 있어요^%^ 군침이 넘어가요...
 예슬이와 제가 인절미 만드는 걸 보고 있어요^%^ 군침이 넘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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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가 방금 만든 인절미를 먹고 있어요^&^
 예슬이가 방금 만든 인절미를 먹고 있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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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떡메를 들었다. 그리고 머리 위로 힘껏 들어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떡메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떡메를 내려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 보는 것과 달랐다.

예슬이랑 돌아가면서 떡메를 쳤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춥기는커녕 몸에서 땀이 났다. 한두 번 칠 때는 재미있었는데, '옛날사람들 정말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웃으며 떡메를 치는 사이 떡 한 판이 완성됐다. 벌써 군침부터 돌았다. 찰지게 찌어진 인절미를 가져다 콩고물을 뿌려 떡을 만들었다. 큰 칼이 보이지 않자, 한 아주머니가 접시를 이용해 떡을 잘랐다. 접시로 떡을 자르는 것을 처음 봤는데, 신통했다.

접시에 의해 잘라진 떡이 고물을 뒤집어쓰기 바쁘게 이 사람 저 사람이 가져갔다. 나와 예슬이도 떡을 집어 입에 넣었다. 금방 해서 먹은 떡이어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마음도 뿌듯했다.

우리의 인절미 만들기는 이렇게 몇 번 반복됐다. 나중엔 모인 사람들이 다 먹고 남아서 조금씩 비닐에 담아갈 정도로...

메주 콩.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삶았어요...^&^
 메주 콩.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삶았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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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낫 둘... 하낫 둘... 사이좋게 절구방아를 찧고 있는 나와 예슬이....^.^
 하낫 둘... 하낫 둘... 사이좋게 절구방아를 찧고 있는 나와 예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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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메주를 만드는 차례다. 메주 만들기는 장작불을 지펴 콩을 삶는 것으로 시작됐다. 가마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뚜껑 사이로 물이 넘쳐 흘렀다. 그렇게 콩이 삶아졌다.

사실 난 메주가 만들어진 것을 보기만 했지,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메주 만들기도 기대가 컸다. 다 삶아진 콩을 바가지로 퍼서 절구통에 넣었다. 이번에도 예슬이와 나는 열심히 절구로 콩을 찧었다.

나와 예슬이는 환상의 커플이었다. 자매답게 호흡이 잘도 맞았다. 하낫 둘~ 하낫 둘~ 하며 찍고 돌렸다. 아빠께서 그냥 찍는 것보다 찍어서 살짝 돌리면 훨씬 효율이 높다고 가르쳐 주셨다.

재밌게 절구를 찧다보니 이번에도 땀이 나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이지만 운동도 되고, 메주도 만든다고 생각하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뿌듯했다.

예슬이가 메주를 빚고 있어요. 꼭 찰흙놀이를 하는 것 같아요^&^
 예슬이가 메주를 빚고 있어요. 꼭 찰흙놀이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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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큰 주걱을 이용해 메주의 모양을 다듬고 있는 모습이에요....^.^
 내가 큰 주걱을 이용해 메주의 모양을 다듬고 있는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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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만들기는 정말 쉬울 것 같았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찰흙놀이를 했듯이, 우리도 찰흙놀이로 단련된 몸들이니까. 다 찧어진 콩을 가져다 찰흙놀이 하듯이 직사각형의 메주를 만들었다.

그런데 맨손으로 직사각형의 메주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른 분들도 쉽지만 않다는 표정이었다. 절구에서 콩을 뒤적이는데 쓰였던 주걱이 떠올랐다. 나는 그 주걱을 가져다가 메주의 표면을 두드리면서 메주를 만들었다. 직사각형의 예쁜 메주가 완성됐다.

옆에 한 아주머니께서 "메주의 윗면에 세로로 골을 약간 내 주면,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서 메주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하셨다. 새로운 정보를 얻은 나는 그렇게 골을 내며 메주를 만들었다.

다른 어른들이 "메주가 참 예쁘고 잘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왠지 모르게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날씨는 추웠지만 여럿이 모여서 떡을 만들어 먹고, 메주도 만들다 보니 재미있었다.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우리 조상들의 상부상조하는 협동심도 배운 기회였다. 나이 들어가도(?) 체험은 역시 재미있는 것 같다.

정성껏 메주를 만들고 있는 나. 그리고 다 만든 메주 앞에서 인증샷 한 컷^&^
 정성껏 메주를 만들고 있는 나. 그리고 다 만든 메주 앞에서 인증샷 한 컷^&^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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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태그:#인절미 만들기, #메주 빚기, #전통체험, #전남농업박물관, #광주동신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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