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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주말을 이용하여 몇 년 전에 다녀왔던 강화군 삼산면에 있는 석모도를 찾아가기로 맘먹고 강화도에 있는 외포리 선착장을 찾아 갔다. 석모도를 들어가려면 외포리 선착장에서 카페리호에 차를 싣고 5분여를 배타고 가면 도착하는 곳이다. 외포항에서 석모도 석포항 사이를 운항하는 배가 평일에는 30분 간격으로 다니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수시로 다닌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보문사만 보고 돌아왔기에 이번에는 석모도 전체를 탐방하기로 하고, 벼 수확이 끝난 넓은 들판 근처 도로를 달리는데 어디선가 푸드덕 거리며 한꺼번에 새떼가 날아올라 깜짝 놀라 차를 멈추고 보니 쇠기러기 떼들이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자동차소리에 놀라 날아 오른 것이다. 녀석들이 신기하게도 지역에 사는 주민이 타고 가는 트럭이나 오토바이소리에는 미동도 안하더니 내가 지나갈 때는 화들짝 놀라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른다. 외지에서 방문한 차라는 것을 직감했나보다.

 

 

쇠기러기는 여름에는 툰드라 등 여러 지대에서 생활하고, 우리나라에서는 10월 초에 날아와 이듬해 3월까지 민물의 습지나 강 하구 등에서 지내며 낮에는 넓은 들판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겨울철새다. 한국, 일본, 인도, 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러시아의 북부지역, 시베리아의 툰드라, 알래스카, 캐나다 등 서부지역으로 날아간다.

 

암수의 깃털 색이 서로 비슷하여 야외에서의 구별은 어렵고 몸 전체가 회갈색을 띠는 중형의 기러기다. 몸길이 약 75cm고 위아래 꼬리 깃은 흰색이며 꼬리 위에는 넓은 검은색 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리는 분홍색, 이마는 흰색, 발은 적황색이다. 배에는 불규칙한 검은 줄무늬가 있다.

 

겨울 철새인 쇠기러기는 중부지방보다 남부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4대강개발로 인해  휴식처를 잃은 철새들이 이사를 했나보다. 며칠 전'금강호 수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철새들이 갑자기 수면 위로 드러난 주황색 펜스에 놀라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보도를 접했는데 모두 중부지방으로 옮겨와 강화도를 지나 석모도의 넓은 들판위에 무리지어 먹이 활동을 하고 있나보다.

 

쇠기러기는 겨울새이고 100~1000마리 이상의 무리를 지어 지낸다. 농경지·못·습지·만·간척지 및 하구 부근의 앞이 탁 트인 넓은 지역을 좋아하며, 낮에는 파도가 잔잔한 만이나 호수에서 잠을 자고, 아침과 저녁에는 농경지로 날아와 주로 식물성 먹이를 찾아 먹는다고 한다.

 

쇠기러기는 낮에 먹이활동을 하고 밤에는 안전한 저수지나 호수가운데서 잠을 자고 아침에 비상을 하기 때문에 수천마리에서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비상하는 모습은 온몸에 짜릿하게 전율이 흐를 만큼 장관이다. 날아오르면서 내는 새들의 소리 또한 귀가 멍멍할 정도다.

 

쇠기러기들이 동물 등 적으로부터 피해 안전한 호수나 저수지에서 자기 때문에 이른 새벽 쇠기러기들이 비상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석모도에 있는 저수지를 찾아 나섰다. 저수지 근처에 차를 세우고 살금살금 둑 위로 오르자 쇠기러기들이 띠를 이루고 모여 있다. 먹이 활동을 해야 할 낮인데도 잠시 휴식중인가보다.

 

"밤에는 이 저수지에 와서 자고 아침이면 먹이 활동하러 나가는데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저수지근처에 살고 있는 전택호씨의 말이다.

 

이런 정보는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쳐갈 수가 없다. 사전에 없던 계획이지만 해가 뜰 무렵 쇠기러기 떼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찍기 위해 저수지 근처에서 1박을 하기로 맘먹고 전화로 숙소를 예약한 다음 노을을 담기위해 바닷가를 향해 가던 중 근처 들판을 느린 속도로 달리는데 쇠기러기떼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쪼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용히 달려보지만 새가슴이라고 했던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자 저녁노을빛에 비친 쇠기러기떼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지막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해가 지고 숙소에 도착해 방을 보니 숙소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으로 전화로 숙소예약을 한 것이 화근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방안은 물이 얼 정도로 냉랭했다. 이대로는 너무 추워 밤을 날일이 암담해 걱정하고 있는데, 주인은 전기보일러를 넣었으니 곧 따뜻해질 거라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돌아갔지만 좀처럼 방안은 따뜻해지지 않고 겉옷까지 입고 있는데도 오한이 온다.

 

금강에서 이사 온 철새들로 석모도는 철새 천국이 되다.

 

시간이 흐르자 바닥은 따뜻해졌지만 웃풍이 심해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자세히 보니 컨테이너박스로 지어진 집이다. 온기라고는 없고 숨을 쉴 때마다 입김이 서리고 얼굴이 시리다. 밤을 거의 뜬눈으로 새우고 이른 아침 쇠기러기 떼를 찍는다는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어 저수지 둑을 올라가보니 이럴 수가! 새가 한 마리도 없다. 4대강 개발로 인해 살 수 없던 철새들이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으로 이사와 새들의 개체수가 늘어나자 좀 더 큰 저수지로 이동했나보다. 밤새 떨면서 쇠기러기의 비상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참았는데 눈물이 핑 돈다.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어 선착장으로 가기위해 나가는데 무심한 녀석들...해가 뜨자 날아오른 쇠기러기들이 하늘높이 떼를 지어 날아 넓은 들판을 향해 가고 있다. 석모도 건너편 교동도 쪽에서 무리를 지어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무심하게도 녀석들이 아마도 어젯밤에는 교동도 큰 저수지에서 잤나보다.

 

사진가들은 말한다. 언제나 원하는 작품을 얻을 수는 없다고...항상 원하던 작품들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밤새 떨고 기다렸던 아침이 너무도 허망하여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언젠가는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돌아온다. 4대강개발로 쫓겨 온 철새들로 석모도는 철새들의 천국이 되었지만 좀 더 안전하고 넓은 호수에서 편하게 쉬다 날아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태그:#철새, #쇠기러기, #석모도,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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