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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맨 오른쪽)과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함께 김치를 담그고 있다.
 12일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맨 오른쪽)과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함께 김치를 담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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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날치기 처리로 정부여당 출입이 봉쇄된 조계사 앞뜰에선 '야권 통합 김치'가 버무려졌다. 그 '배후'는 공교롭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에서 공수된 '봉하마을 배추'였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12일 아침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뜰에서 4대강 사업 저지와 '조중동' 종편(종합편성채널) 진출 반대를 위한 김장 나누기 행사가 열렸다. '아름다운 이들의 사랑나누기'(아이사; http://cafe.daum.net/togethernanugi)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미디어행동, 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 5당과 지역촛불모임 등 50여 개 단체에서 450여 명이 동참했다. 십시일반 후원금과 일손을 보태 소외 계층들이 한겨울을 날 김장김치를 전달하자는 취지로 모인 것이다. 

봉하 배추로 담근 김치 7톤, 소외 계층에 전달

12일 오후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는 봉하마을에서 공수된 절임 배추가 쓰였다. 애초 4대강 지역 배추도 함께 쓸 예정이었으나 물량 확보가 안돼 빠졌다.
 12일 오후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는 봉하마을에서 공수된 절임 배추가 쓰였다. 애초 4대강 지역 배추도 함께 쓸 예정이었으나 물량 확보가 안돼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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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9시 조계사 앞뜰에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온 유기농 절임 배추 10kg들이 700상자가 쌓여 있었다. 장갑 낀 손도 얼얼할 정도로 매서운 추위에 과연 7톤 분량의 배추가 모두 소화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는 기우였다. 이른 아침부터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오후 1시쯤엔 준비한 고무장갑과 앞치마가 모두 동이나 서로 돌려써야 했다.

"제발 쉬어 가면서 천천히 하세요. 가장 천천히 담그는 조에게 상을 드리겠습니다."

MB정부의 '속전속결' 4대강 사업과 예산안 처리를 비꼬기라도 하듯 이날 김장 행사는 '여유'와 '꼼꼼함'을 강조했다. 대기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많은데 준비한 배추 물량이 금방 동날까 우려한 탓도 있지만 자원봉사자들 손놀림이 빨라지면 자칫 양념이 속속들이 배지 않은 '불량 김치'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우렁각시' 모임에서 온 자원봉사자 김용순(59)씨는 오전 2시간 동안에만 김치 30포기를 담갔다. 김씨는 "김장 행사에 몇 번 나가 봤지만 천천히 일하라는 곳은 처음 봤다"면서 "그만큼 받는 사람을 생각해서 정성껏 담그라는 주최 측의 의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날 자원봉사자 가운데는 최연소 참가자인 김윤늘빛(8)양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했다. 특히 평소 집회에서 보기 힘들었던 가정주부나 여성들이 많았다. 이들은 과거 투쟁 일변도였던 사회 운동과 봉사 활동의 결합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12일 오전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서 최연소 참가자인 초등학교 1학년 김윤늘빛(맨 오른쪽) 학생.
 12일 오전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서 최연소 참가자인 초등학교 1학년 김윤늘빛(맨 오른쪽) 학생.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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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아이디 '사랑비(@sarangbi)'를 쓰는 한 30대 여성은 "오늘까지 3일 연속 김장을 하고 있다"면서도 "4대강 사업 문제점을 투쟁 방식이 아니라 봉사를 통해 알리는 게 좋아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조중동 종편'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대표 역시 자원봉사자들에게 절임 배추를 조달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김 대표는 "결식아동 방학 급식 예산 삭감에서 보듯 MB정부 들어 가장 큰 피해자는 소외 계층"이라면서 "김치 나누기 역시 어려운 이웃을 도와 그들에게 우리가 하는 운동의 취지를 전달하는 적극적인 개념의 저항 방식"이라고 밝혔다. 

야당 정치인들도 한몫... '야권통합김치' 만들어 

이날 행사장 한켠에선 '야권통합김치'가 버무려졌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오후 들어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조승수 의원, 한명숙 전 총리, 김진애 민주당 의원,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이렇다할 공식 행사 없이 김장 대열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이날 처음 김치를 담가봤다는 최문순 의원은 "4대강 사업과 종편 모두 내용은 둘째 치고 국회 논의조차 제대로 안됐다는 점에서 일종의 쿠데타 성격에 가깝다"면서 "4대강 사업 예산을 막으려고 오늘 행사를 계획했는데 한나라당이 강제로 통과시켜 허탈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야당 추천 KBS 이사인 이창현 국민대 교수와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동참했다. 이창현 교수는 "조중동 종편이 탄생하면 보수 목소리만 나오고 진보 목소리는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서 "4대강 사업이 물 흐름을 막는 것이라면 종편은 언론자유 흐름을 막는 반역사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일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 참석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맨 왼쪽)과 한명숙 전 총리(가운데)
 12일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 참석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맨 왼쪽)과 한명숙 전 총리(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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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배추는 양념과 버무려져 순식간에 먹음직한 김치로 탈바꿈했다. 스티로폼 상자에 담긴 김치는 포장되기 무섭게 공공운수노조, 퀵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의 도움으로 소외 계층 600여 곳에 바로바로 배달됐다.

이 가운데는 노숙자 단체와 다문화 가정, 독거노인 뿐 아니라 이번 한나라당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방학 급식비가 사라진 저소득층 가정과 공부방 등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가정과 중랑구 용마터널 철거 세입자, 해직 언론인 가정에도 전달됐고, 행사 도중 트위터로 연평도 주민들이 묵고 있는 찜질방에도 김치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에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빠른 오후 3시 30분쯤 모두 마쳤다. 이번 행사를 진행한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대중적인 행사다 보니 평소 집회에 못 나오던 주부와 여성들이 많았고 노숙자 단체나 공공운수노조 등 그동안 연대가 힘들었던 단체들과 뜻을 모을 수 있어 좋았다"면서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과 한나라당 예산 날치기 처리에 화난 시민들이 많아 앞으로 4대강 사업과 종편 반대 의지를 모으는 좋은 계기였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서 퀵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완성된 김치를 용산 다문화 가정에 배달하고 있다.
 12일 오후 조계사 앞뜰에서 열린 4대강-조중동 종편 반대 김장 나눔 행사에서 퀵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완성된 김치를 용산 다문화 가정에 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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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사업, #김치담그기, #종편, #조계사,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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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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