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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이 제안한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 참가자들이 덕수궁 돌담길에 늘어서 있다.
 지율스님이 제안한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 참가자들이 덕수궁 돌담길에 늘어서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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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광화문 광장,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도심에 지율스님은 낙동강을 가지고 왔다.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는 낙동강 제 1비경, 경북 상주 경천대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손에 든 사람들이 일렬로 늘어서, 마치 강이 흘러가듯 도심 사이를 누볐다.

10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지율스님이 제안한 '경천대길 걷기 2배수 모임'의 참가자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앞사람과 10m 정도 간격을 유지하고 천천히 정동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의 손에는 흰 모래톱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길의 모습부터 포클레인이 그 곳을 파헤치는 모습까지, 경천대의 모습이 생생히 담긴 사진이 한 장씩 들려있었다.

"4대강으로 파괴되는 현장을 가까이 가져오고 싶었다"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 참가자들이 세종문화 회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 참가자들이 세종문화 회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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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은 지난달 26일 지인들과 함께 처음으로 경천대 사진을 들고 서울 도심을 걸었다.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었지만 걷고 나니 뭔가 아쉬웠다고 한다. 그때 함께 걸었던 누군가가 지율스님에게 "매주 금요일 숫자를 두 배씩 늘려가며 걷기 행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지율스님을 포함해 이날 함께 걸은 인원은 5명. 그리고 지난 3일 10명이 '경천대 걷기'를 하며 '2배수 모임'이 시작됐다.

'경천대 걷기'는 대한문을 출발해 덕수궁 돌담길, 광화문 사거리, 광화문광장을 거쳐 청계광장과 서울시청을 돌아 다시 대한문에 도착하는 약 2㎞ 코스로 진행된다. 경북 상주에 있는 경천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장소지만 '경천대 걷기'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 대해 지율 스님은 "4대강 공사로 경천대에서 일어나는 일, 낙동강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이는 그대로 이곳 서울로 옮겨 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진 현장을 가까이 가지고 오고 싶었어요. 4대강으로 파괴되는 현장의 모습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거죠. 함께 걸으시는 분들이 항상 집회에 구경꾼이었는데 자신도 직접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4대강 사업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 하게 하는 것, 공론화 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참가자를 매주 2배씩 늘리는 이유에 대해 스님은 "나오는 숫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방학을 맞아 선생님과 아이들이 집 가까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만들고 싶다"며 "바퀴가 구르기 전에는 힘이 들지만 구르기 시작하면 탄력이 받는 것처럼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매주 금요일 3시 대한문 앞에서 출발

광화문 광장을 걷고 있는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 참가자들.
 광화문 광장을 걷고 있는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 참가자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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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20명의 참가자도 지율스님이 따로 모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지율스님의 블로그, 초록공명(www.chorok.org)에 올라온 소식을 보고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인천에서 참여한 권은실(45)씨는 "혼자 걷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한명 한명 더해져 걸어가는 모습이 흐르는 물길의 모습과 같아 보인다"라며 "주변의 시민들도 함께 물길이 돼 강을 지켜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도 양평에서 온 김아무개씨(48)는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청계천 사업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마치 청계천처럼 4대강도 이제 관광 산업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여기는데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새해 4대강 사업 예산을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이에 반발한 야당과 불교계의 분노가 폭발하는 혼란스런 상황이지만 지율스님은 그동안 해왔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오는 17일, 다음 주 금요일 오후 3시에 출발하는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의 참가자 목표는 40명이다. 지율스님은 모임을 언제까지 진행할지, 마치는 기한도 정해 놓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심을 흐르는 낙동강의 물길이 얼마나 세차질지 지켜볼 일이다.

지율스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 웹포스터.
 지율스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경천대 걷기 2배수 모임' 웹포스터.
ⓒ 지율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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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지율스님, #경천대, #낙동강,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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