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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에서 바라본 백운산 정상. 호남정맥 끝이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백운산 정상. 호남정맥 끝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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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림이 사라진 한적한 백운산 계곡

광양에는 지리산과 마주보고 있는 백운산이 있다. 지리산이 백두대간 마지막에 솟은 산이라면, 백운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린 호남정맥의 끝자락에 우뚝 솟은 산이다. 백두대간 마지막 산과 호남정맥 마지막 산이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백운산(白雲山, 1218m)을 찾아간다. 백운산이라는 산이름은 너무나 친숙하다. 흰 구름이 있는 산이라. 모든 산에는 흰 구름이 있지 않을까? 아마 각 도마다 하나씩 백운산이 있는 것 같다. 유명한 점쟁이 이름도 백운산이었던 것 같다.

광양읍내를 빠져나와 옥룡면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천을 따라 가다가 두 갈래로 길이 나뉜다. 물길도 내려오는 곳이 두 군데다. 동곡계곡으로 길을 잡는다. 점점 논이 적어지더니 산골 풍경이 지나쳐 간다.

집들은 대부분 민박이나 음식점을 겸하는 집들로 변하고, 산장이니 가든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봄이면 고로쇠 약수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여름이면 백운산 4대 계곡의 하나로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다. 겨울인 지금은 한적하기만 하다.

백운산은 등산로가 여러갈래다. 가장 대표적인 등산로인 병암에서 오르는 길.
 백운산은 등산로가 여러갈래다. 가장 대표적인 등산로인 병암에서 오르는 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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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천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가 작은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는 곳에서 작은 표지목을 만난다. 백운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표식이다. 정상까지 3.3㎞. 백운산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코스로 병암에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함께하는 겨울산

하늘이 무척 맑다. 가을하늘이 맑다지만 파란 겨울하늘은 차가움까지 더해서 오감을 자극한다. 시멘트포장도로가 끝나는 병암산장을 지나면 밭 사이로 오솔길이 나온다. 밭에는 고로쇠나무를 심었다. 고로쇠 물이 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이제는 고로쇠나무를 밭에서도 심어서 키운다. 아직 어린 나무라 물을 채취한 흔적은 없다.

고로쇠를 심어놓은 밭들이 끝나는 곳에는 멋진 소나무 한그루가 있고 본격적인 숲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겨울 숲이다. 여름 내내 무성했던 나무들은 잎을 따 떠나보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서어나무, 느티나무, 고로쇠나무 등. 비록 잎은 없어도 싱싱함은 그대로 남아 있다. 나무를 만지면 촉촉한 느낌이 느껴진다.

백운산으로 들어서며 마치 흑백사진 같은 풍경과 만난다.
 백운산으로 들어서며 마치 흑백사진 같은 풍경과 만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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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파란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겨울나무. 잎이 없어도 싱싱함은 그대로다.
 시리도록 파란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겨울나무. 잎이 없어도 싱싱함은 그대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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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떨어진 숲은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겨울산은 따뜻하다.
 잎이 떨어진 숲은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겨울산은 따뜻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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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이어진 산길은 커다란 바위들이 덮고 있어 이리저리 바위를 피해 다니며 걷는다. 숲은 마치 흑백사진 속처럼 단순하다. 푸른색이 사라지고, 하얀 바위와 나무들만 잿빛 숲 속을 만들고 있다. 마음도 단순해진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보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린다.

겨울 숲. 또 다른 매력이다. 특히 상록수가 없이 활엽수들만 가득채운 겨울 숲은 더욱 그렇다. 복잡하지 않아서 좋고, 눈을 현혹하지 않아서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마주보는 산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을 한 시간 정도 걸으니 진틀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신선대 가는 길과 정상가는 길로 갈린다. 어차피 한 바퀴 돌아서 올 계획이다. 그래도 어디를 먼저 올라갈지 고민이다. 신선대 방향으로 가면 정상까지 조금 더 멀다. 신선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계곡을 벗어난 산길은 주변으로 바위들이 사라지고, 나무 아래는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산죽들이 덮고 있다. 이제부터는 산길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숨이 차다. 나무에 기대어 쉬었다 간다. 산길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멀리 신선대 바위가 보일 즈음에는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나가 버린 느낌이다.

신선대는 커다란 바위다. 최근에 만들었는지 바위 꼭대기까지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신선대에 올라갔다 온다. 신선대에서 정상까지는 능선길이다. 정상은 줄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뾰족한 커다란 바위다. 줄을 잡고 정상에 오른다.

백운산 정상. 호남정맥의 끝. 뒤로 보이는 산줄기가 호남정맥이다.
 백운산 정상. 호남정맥의 끝. 뒤로 보이는 산줄기가 호남정맥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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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능선. 오른쪽에 뾰족한 산이 천왕봉, 왼쪽에는 반야봉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본 지리산 능선. 오른쪽에 뾰족한 산이 천왕봉, 왼쪽에는 반야봉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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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없이 펼쳐지는 산너울
 끝 없이 펼쳐지는 산너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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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백운산상봉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정상에 서서 주변 경치를 빙 둘러 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지리산 천왕봉이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는 커다란 장막이 펼쳐진 듯 장엄한 지리산이 펼쳐진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끝없이 이어진 산너울이다. 남쪽으로 산이 끝나는 곳에는 작은 바다가 반짝거린다.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겨울산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12월 5일 풍경입니다.



태그:#백운산, #광양, #겨울산,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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