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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관련 여야가 밤샘 충돌한 가운데 8일 오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앞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한나라당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관련 여야가 밤샘 충돌한 가운데 8일 오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앞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한나라당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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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제개편안은 부자와 대기업의 압승으로 끝났다.

8일 오후 한나라당의 새해예산안 단독 처리로, '부자 감세'를 유지하기로 한 2010년 세제개편안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에서 '부자 감세'의 상징인 소득·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안을 철회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부자 감세를 철회하라"는 사회적 요구와 야당의 반발에도 끄덕하지 않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업들에게 막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돌아가 정부조차도 폐지를 주장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역시 재계의 반대 속에 또다시 1년 연장됐다.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와 고소득자 세무검증제도는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시행이 유예되거나 도입이 무산됐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7일 부자감세 철회를 거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민심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친부자정책과 '부익부'를 조장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정권교체 등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소득·법인세 감세안 유지] "감세 철회, 국민 위한 국회의 선택"

"경쟁력 강화 감세, 성장 촉진 감세이자 국민감세다."(나성린 한나라당 의원)
"부자 감세 아니라고 하는데 당당하게 얘기해라. 부자 감세다."(이용섭 민주당 의원)

7일 국회 재정위 전체회의에서는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을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소득세 최고세율에 대한 감세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부자감세가 아니다"고 항변하자, 야당 의원들은 왜 부자 감세인지 여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과세대상 소득 8800만 원 초과분에 매기는 35%의 소득세율을 33%로 인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 "부자감세"라며 감세 철회를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8800만 원~1억 원 과세대상 소득에 대해서만 세율을 인하하자며 한 발 물러섰다.

나성린 의원은 "이미 8800만 원 이하 과세대상 소득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2%포인트의 소득세율이 인하됐다, 국민 감세"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고소득자도 8800만 원까지 소득세율 인하 혜택을 보고 있다, 1인당 연 176만 원의 세금을 덜 내고 있어 저소득자보다 세금감면 혜택이 더 크다"고 맞받았다.

또한 강길부 한나라당 의원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감세를 해야 한다"고 하자,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감세를 통해 정말 경제가 살아나 서민 삶이 나아졌느냐"며 "대기업은 사상 초유의 이익을 얻고 있지만, 서민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2007년 298조9천억 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2012년 469조1천억 원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부자 세금을 깎아준다는 게 정상적인 것이냐"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최고세율과 조세부담률도 낮은데, 왜 더 세율을 더 내려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이 계속해서 감세 철회를 주장하자,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하고 관련 내용을 내년에 다시 논의하자며 발을 뺐다.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안의 경우 논의도 못했다. 이정희 의원은 "부자 감세, 특히 법인세 감면에 대해 깊이 논의하지 못해 아쉽다"며 "감세를 철회하는 것만이 국회가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임투제도 1년 연장] "대기업 혜택은 그대로, 재정 부담은 커져"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본회의장 출입문 유리에 금이 가 있다.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본회의장 출입문 유리에 금이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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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퍼주기'라는 평가를 받아온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제도가 1년 연장됐다. 정부와 학계 모두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허사였다. 다만, 현재 7%인 투자액 대비 세금감면 비율을 4%(수도권 대기업 기준)로 깎았다. 여야 의원들이 재계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설비투자를 한만큼 일정 비율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임투제도는 1982년 첫 실시 당시 임시적인 조세감면제도였지만, 이후 재계가 폐지를 반대해 현재까지 8년을 제외한 21년 동안 유지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의 입장을 대표하는 경제5단체는 국회 재정위에서 임투제도 폐지 논의가 진행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국회에 낸 건의문에서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축소할 경우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내년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임투제도 폐지는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의 주장과는 달라, 임투제도가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정지은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지난해 11월 '비과세·감면제도 운영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경기조절 목적으로 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상시적으로 운영돼 제도의 실용성이 크지 않다는 학계의 지적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또한 대기업에 일방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2008년)에 따르면, 임투제도를 통한 전체 법인세 감면액(1조7538억 원) 중 대기업 감면액은 전체의 84.2%인 1조4774억 원에 달했다. 또한 대기업 1곳 당 평균 감면액은 18억6천만 원으로, 중소기업 감면액(3500만 원)의 53배에 달했다.

이정희 의원실의 이상민 보좌관은 "민주당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감면율을 대폭 깎는 대신 임투제도의 존치를 합의해줬다"면서 "재계의 로비가 굉장히 심한 상태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재정위 조세소위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논의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반대 토론조차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임투제도 폐지로 약 1조5천억 원의 세수를 더 걷을 수 있다, 이 돈은 1인당 1천만 원씩 지원하면 15만 명의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는 금액"이라며 "임투제도 존치로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면서 재정부담만 늘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대기업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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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양도세 2년 유예·세무검증제 무산] "조세정의 후퇴, 간접세 인상 불가피"

또한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연 5억 원 이상 고소득자 세무검증제도 등도 이해관계자의 로비에 따라 실시가 유예되거나 무산돼, 부자 감세 기조 속에서 조세 정의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6천만 원 이상 고가 미술품 거래에서 양도차익이 발생할 경우 20%의 양도세를 매기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재정위는 시행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거래 내역이 노출돼 미술거래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미술계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고소득자 세무검증제도는 아예 폐기됐다. 정부는 변호사·의사·회계사·학원 등 연 소득이 5억 원 이상인 고소득자가 소득세를 신고할 때 세무사에게 검증을 받도록 해 고소득자의 탈세를 막을 수 있는 세무검증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실효성 논란에도 찬성하는 쪽이 적지 않았지만, 관련단체의 반발로 도입이 무산됐다.

이송희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팀장은 "이명박 정부는 부자와 대기업 편에 서서 부자 감세 기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담배세 등 간접세 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서민에 큰 피해가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부자감세, #세제개편안, #새해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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