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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꽉 찰지는 의문입니다
▲ 김장배추 속이 꽉 찰지는 의문입니다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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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 이파리 3개로 우리 집 텃밭에 이사 온 김장배추는 쑥쑥 자라는 듯했다. 여린 배추 이파리 3개는 애기배추에 불과했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늘씬한 몸매. 신생아 다루듯, 관심과 정성으로 지켜보고 있으려니 시간이 갈수록 이파리는 하나씩 불어났다.

주말이면, 물을 주고 흙을 북돋아주기를 몇 번, 1달이 지난 뒤에는 15개 정도 넓적한 이파리가 초보농군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이즈음 주변 친구들은 농협 주관으로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김장배추 예약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친구들에게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내 텃밭 자랑을 하곤 했다.

"난, 올해만은 내 텃밭에서 자란 배추로 김장을 할꺼다!"

이럴 때마다 친구들은 비웃음인지 격려인지 웃고만 있었다.

50여포기 텃밭
▲ 알량한 텃밭 50여포기 텃밭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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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배추밭
▲ 알량한 배추밭 알량한 배추밭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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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초보농군 텃밭 김장배추는 어엿하게 배추의 모습으로 변하가고 있다. 아뿔싸, 그런데 배추 속은 언제 앉을 것인지. 아무리 눈도장을 찍고, 또 찍어 대도 배추 속은 그리 쉽게 차오르질 않는다.

"거름도 잘하고 물도 잘 주고, 관심도 더 기울여야 농삿군이지!"

남편의 핀잔이 다소 거슬리지만, 나는 이만큼리라도 잘 자라 준 김장배추들이 아주 고맙고 감사하다.

국거리 배추용
▲ 국거리 배추용 국거리 배추용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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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밭 무우
▲ 제법 여문 무우 돌멩이밭 무우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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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노랗게 차오르지 않으면 어떠랴. 두 달 동안 김장 배추 50여 포기를 심어놓고 나는 얼마나 꿈에 부풀었던가. 지인들과 나눠먹을 꿈, 동김치도 담고  삶아먹고, 무쳐먹고 시래기도 말리고. 나는 배추밭을 보며 갖가지 꿈을 꾸고 있었다. 두 달 동안 김장배추 50여 포기는 내 꿈속에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돌담아패 만든 텃밭
▲ 돌담 아래 텃밭 돌담아패 만든 텃밭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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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계속돼서 퇴근 후에 물을 주러 달려 가면 주변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이! 초보농군, 자동차 기름 값이나 나오겠어?"

초보 농군 김장배추 키우기, 알량한 지식과 알량한 열정만 있으면 배추가 쑥-쑥- 자랄 줄 알았는데, 김장배추는 내게 큰 교훈을 준다.

언제나 준비된 인생은 무리가 없듯, 초보농군 김장배추 키우기는 '준비하는 삶'이라는 인생의 교훈을 준다.


태그:#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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