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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의 리얼 3인방 마크 주커버그, 더스틴 모스코비츠, 션 파커(왼쪽에서부터)
페이스북의 리얼 3인방 마크 주커버그, 더스틴 모스코비츠, 션 파커(왼쪽에서부터) ⓒ 에이콘 출판사

 

페이스북의 탄생스토리와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담은 영화 <소셜네트워크>(이하 영화)와 페이스북의 성장과정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책 <페이스북 이펙트>(이하 책)가 거의 동시에 국내에 소개되었다. 내친 김에 둘 다 접하고 특징을 비교해 보았는데 삼국지에 비유하자면 영화와 책은 각각 '삼국지 연의'와 '정사 삼국지'라 할 수 있겠다. 삼국지 연의는 극적 긴장과 흥미, 국가주의에 방점을 찍어 흥미진진하지만 정사 삼국지는 사실관계와 인물들의 가치관에 집중하는 반면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이 글에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문제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 저마다 페이스북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니까. 다만 흥미 위주의 영화를 마치 사실로 받아들일까봐 걱정이 된다. 세상에 410억 달러짜리 기업가치(2010년 11월 15일, 블룸버그)를 지닌 회사가 어떻게 여자친구의 배신으로 홧김에 만들어질 수 있을까? 미국의 자본주의는 그만큼 허술하지 않다. "페이스북 창업, 영화처럼 극적이진 않았다"라는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의 말은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국지연의'와 '정사 삼국지' 닮은, 페이스북 이야기의 영화와 책

 

 광기어리고 매력적인 영화 속 3인방 마크, 파크, 세브린
광기어리고 매력적인 영화 속 3인방 마크, 파크, 세브린 ⓒ 영화 소셜네트워크(스틸컷)

영화와 책을 비교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영화와 책의 관심사 차이다. 책에서는 "페이스북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추구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낸 역사적인 인물을 중요하게 다룬다. 마크 주커버그의 멘토이자 워싱턴포스트의 CEO인 돈 그레이엄, 프로젝트 탄생기부터 모든 궂은 일을 맡고 결과를 만들어낸 더스틴 모스코비츠, 페이스북의 비즈니스모델을 완성시킨 셰릴 샌드버그가 그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페이스북 창설을 크게 도왔다는 이유로 이들은 영화에 캐스팅되지 못했다. 극적 긴장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에는 극적 긴장도와 흥미를 한껏 높여줄 수 있는 주제와 인물들이 전면에 포진한다. 전설적인 P2P공유 프로그램 냅스터의 창시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악동 션 파커가 주인공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에두왈도 세브린과의 갈등과 윙클보스 형제와의 소송이 영화의 주된 테마로 그려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에서 소개되는 페이스북의 전신인 페이스매쉬보다 코스매치(course match : 친구들과 관심있는 아이의 강의시간표를 공유할 수 있는 하버드 대학교 학내 소셜네트워크 프로그램)나 플러그인이라는 플랫폼을 탄생케 했던 시냅스(synapse : 주커버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담 디안젤로와 함께 만든 MP3 오디오 파일을 들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페이스북 형성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역시 캐스팅에 실패한 배우들일 뿐이다.

 

이에 주커버그의 광기어리고 다중적인 성격과 갖가지 흥미를 위한 소품은 사실에 근거해 극적으로 과장한 것이므로 전혀 사실무근인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주커버그가 들고 있던 우스운 명함에 새겨진 진짜 메시지는 '사장입니다…제길' 이다. (영화 속 명함은 이보다 더 자극적이다)

 

영화와 책을 통해 얻는 '색다른 영감'은 덤

 
 포츈 지의 저널리스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을 만든 모든 인물들을 취재하고 실리콘밸리의 사정에 정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성장기를 온전히 담아냈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세븐>을 연출한 명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이에 재미와 극적 긴장을 입혀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었다.물론 리얼스토리는 영화화할 만큼 충분히 극적인 면모를 잔뜩 머금고 있다.
포츈 지의 저널리스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을 만든 모든 인물들을 취재하고 실리콘밸리의 사정에 정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성장기를 온전히 담아냈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세븐>을 연출한 명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이에 재미와 극적 긴장을 입혀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었다.물론 리얼스토리는 영화화할 만큼 충분히 극적인 면모를 잔뜩 머금고 있다. ⓒ 소니픽쳐스/ 에이콘 출판사

리얼스토리에 따르면 마크 주커버그는 에두왈도 세브린이 끌어온 초기 자금으로 회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중간에 세브린은 사실상 배척되고 몇 건의 소송과 같은 갈등 후에 세브린이 페이스북의 창업자로 이름이 올라가며 알려지지 않은 협의금을 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이상의 기록은 없다. 영화에서도 이 대목은 무척 중요하게 다뤄진다. 션 파커와 세브린이 철천지원수가 되어가는 모습 속에서 세브린이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비유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것은 2~3초 남짓한 순간에 흘러가기 때문에 표정을 잘 봐야 이를 알 수 있다. 협의금을 준 이유에 대해서도 영화는 두 개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표현한다.

 

반면 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분석한다. 서비스 자체의 확장성에 열정을 다하던 중요한 시점에 세브린이 외부활동이나 영업 등 팀워크과 배치되는 행위를 연이어 했기 때문에 소원해진 것이다. 이에 비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 주커버그가 의식적으로 영입한 인사이며 페이스북을 체계적으로 비즈니스 모델화했다는 점에서 세브린과 대조된다. 모스코비츠가 퇴사한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리얼스토리가 보여주지 못하는 영화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리얼스토리는 사실에 입각해서 기록할 수밖에 없고, 책을 쓴 저널리스트는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협소하기 때문에 우리고 욕구하는 진실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이성의 빛만 밝혀줄 뿐이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어온 지금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가 극적일 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의 탄생과정보다 극적인 면이 많았다. 영화는 이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


영화와 리얼스토리를 비교하면서 얻게 된 귀중한 보너스가 있다. 이 둘을 통해 페이스북과 주커버그의 성장기뿐만 아니라 영화란 무엇이고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다. 영화와 저널리즘이 페이스북에 관심을 갖는 관점과 두 작품의 협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진실에 가까운 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영감을 준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나는 책이 더 재미있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영화처럼 흥미를 쥐어짜내지 않고도 충분히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페이스북#페이스북 이펙트#에이콘출판사 에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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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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