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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승용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수출용 승용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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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추가협상 타결을 크게 환영한다."

지난 4일 한미FTA 재협상 타결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는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내놓았다. 애초 협정 발효 즉시 철폐될 예정이었던 3000cc 이하 승용차 관세가 4년간 연장되면서 가장 '손해'를 보게 된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미FTA '희생양' 자동차업계도 "재협상 타결 환영"

전경련은 5일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이번 협상 타결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대미 수출 자동차 부품 관세가 즉시 철폐됨에 따라 자동차 부품 수출 중소기업과 한국산 부품 조달 비중이 높은 미국 현지 공장의 경쟁력이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미 수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역시 이날 "이번 한미FTA 타결로 최대 시장인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돼 한국 자동차의 판매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부품 관세가 즉시 철폐돼 올해 40억 달러로 전망되는 중소기업의 부품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올해 45만 대 생산이 현대기아차의 미국 현지 완성차 공장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판에 받은 듯한 논평을 내놨다. 

현대차 관계자는 6일 자동차 분야 협상 내용이 2007년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에 대해 "어차피 2007년 협상 결과는 실현되지 않은 것이고, 한미FTA가 타결되지 않는 것보다는 (대미 수출) 경쟁력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협상 내용보다는 협상 타결 자체에 무게를 실었다. 

증권가 "세이프가드 조항 찜찜하지만 가능성 희박"

증권가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변경 조항이 기존 07년 조항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FTA 이후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에 대해 확신하는 이유는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내 경쟁력이 FTA의 불리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크게 향상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 연구원은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전체 판매의 60%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관세 철폐 시점 지연 역시 큰 영향을 끼치기 힘들 것"이라면서 "현대기아차가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 현지 생산을 2009년 19만 대, 2010년 45만 대로 갈수록 늘리는 대신 완성차 수출을 줄이고 있어 관세 철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혹시 한미FTA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점유율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경우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항이 발동될 수 있음은 왠지 찜찜하다"면서도 "현재 상황으로선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놓지 않았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
ⓒ 블룸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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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6400억 원 손해... 국내 자동차산업 공동화 우려"

반면 금속노조 등에선 이번 재협상 결과가 국내 자동차업계에 당장 손해일 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산업 공동화를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등이 속한 금속노조는 6일 논평에서 "한미FTA에서 최대 수혜업종으로 이야기되던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이번 재협상 타결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면서 "FTA협정 발효 후 4년간 한국은 소위 말하는 자유무역 효과를 전혀 얻지 못하는 반면, 미국은 협정 발효 즉시 그 효과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금속노조는 "작년 국내 완성차의 대미 수출액이 약 54억 달러 정도라고 추산하고 관세 2.5%가 4년간 더 유지된다고 보면, 단순 계산으로도 이번 재협상을 통해 한국자동차산업은 약 5억 4천만달러(한화 6400억 원)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면서 "이에 반해 미국은 관세철폐 기간 연장으로 약 240억 원 정도의 손실이 예상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2010년 10월 기준 국내에서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41만7천여 대이며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25만5천여 대로 이번 FTA 협상 결과로 해외 현지 공장으로의 공동화는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국내 생산 미국 수출 물량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며 이로 인한 국내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과 부품사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유지는 현대기아차 현지 공장 유치 노린 것"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6일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한미FTA 재협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6일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한미FTA 재협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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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협상 실익보다는 협상 타결 그 자체에 목표를 둔 듯하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점유율이 상승하는 시점에서 관세를 4년간 연장해 사실상 호기를 놓친 반면 한국 차 현지 점유율이 많이 높아지면 미국 쪽에서 세이프가드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에서 한미FTA 효과를 긍정적으로 본 것은 현지 공장 상쇄 효과에 따른 오판"이라면서 "그동안 국내 자동차업계는 해외 수출량이 떨어진 걸 해외 현지 공장으로 상쇄해 왔는데 이번 협상으로 해외 생산에 더 힘이 실리게 돼 국내 생산기지의 유효성이 반감돼 경기 변동이나 외부 충격시 위험성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한미FTA 재협상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역시 "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를 4년간 유지하겠다고 한 것도 결국 현대기아차에게 어려운 수출보단 미국 현지 공장 투자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허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미FTA 협상을 국가간 무역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계급 전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멕시코 사례에서 보듯 관세 철폐 등 자본 규제 완화로 무역 규모는 늘겠지만 결국 다국적 기업들 배만 불리게 되고 노동자들은 임금이 정체되거나 일자리가 줄어 피해는 곧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한미FTA, #현대자동차, #자동차,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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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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