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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를 두고 빚어진 서울시와 민주당 주도의 서울시의회의 대결 사태를 접하면서 서글픈 마음을 느낀다. 여기에서 상론할 수는 없지만 4대강 사업 등에 수십조 원의 예산을 퍼붓고 2009년 이후 정부 공공 부문에서 모두 520조 원의 공공부채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이렇게 아귀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데 엄청난 예산이라도 들면 모르겠는데, 서울시 측에 부담을 요청하는 예산 규모가 겨우 700억 원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700억 원도 많다면 많은 액수지만 서울시나 중앙 정부 차원에서 얼마나 많은 예산이 황당하게 낭비되는지 잘 아는 필자로서는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의무급식이 부자급식이면... 의무교육은 부자교육?

 

필자는 당파적 입장에서 특정 정당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그 수장인 오세훈 시장의 쩨쩨함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시와 오세훈시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의무급식(필자는 무상급식을 이렇게 부른다) 지원 요청에 단 한 푼의 예산 배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존의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급식 예산만 거의 그대로 편성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오 시장이 교육 문제를 등한시하지는 않는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서울시는 오 시장의 공약사업인 학교폭력·사교육·학습준비물 없는 '3무(無) 학교' 사업 예산 279억 원 등 교육관련 예산으로 1445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2010년 관련 예산안 260억 원에서 상당 폭 늘어난 것으로 큰 틀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러면서도 의무급식 예산은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것은 의아스럽다.

 

구체적인 각론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3무학교 사업의 취지에 대해 필자는 대체로 공감한다. 따라서 그가 이런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잘 추진하기를 바란다. 성공적으로 잘 추진된다면 예산도 더 많이 배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의무급식 예산을 '부자급식'이라며 한 푼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그의 셈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잘 사는 집 아이들에게까지 의무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부자급식'이라면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의무교육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러면 우리는 의무교육을 '부자교육'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대학까지 거의 전액 국가가 등록금을 부담하는 유럽 국가들은 부자들만 교육 시키는 국가들인가. 그리고 당장 오 시장이 추진하는 3무학교 사업들의 혜택도 부잣집과 저소득층 자녀가 모두 혜택을 받게 돼 있다. 그러면 그런 사업들도 '부자학교' 사업인가.

 

물론 제한된 서울시 재정 수요의 틀 안에서 오 시장이 판단하는 교육사업의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서울시 재정을 놓고도 우선순위를 운운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서울시 재정 전체를 놓고 볼 때 막대한 낭비성 토건사업을 줄여 의무급식 예산을 확보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비에 가장 큰 지출? 알고보면 토건사업

 

실제로 이 같은 판단이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해 2010년 서울시의 재정 지출 현황을 살펴보자. 내년 예산안을 놓고 살펴보면 좋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 내역을 구할 수 없어 2010년 예산 현황으로 대체한다.

 

2010년 서울시 예산의 사업별 구성비를 보면 사회복지비가 24.6%로 가장 비중이 크고, 이어 자치구 지원(17.7%)와 교육 지원(14.85), 환경보전(13.0%), 도로교통(11.1%), 주택도시관리(5.8%), 산업경제(3.2%), 문화관광(3.0%), 도시안전(3.0%)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겉보기에는 사회복지비 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예산이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업영역별로 구체적인 예산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예산 가운데에 원지동 추모공원(335억 원)사업이 포함돼 있고 환경보전예산 가운데는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576억 원)과 강북지역 생태문화공원조성(137억 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 원) 사업 등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한강예술섬 조성(243억 원) 사업과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 원) 예산 등이, 산업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 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 원) 등 하드웨어형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일반회계뿐만 아니라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시의 경우 특별회계는 도시철도, 교통사업, 광역교통시설, 주택사업, 도시개발, 재정비촉진, 하수도사업, 한강수질개선사업 등 모두 12가지로 2010년 기준으로 5조8353억 원 규모다. 이들 각 특별회계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각종 지하철 신설 및 연장선, 경전철 건설사업, 교통체계구축 및 개선 사업 등 온갖 토건형 개발사업과 시설 사업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마디로 특별회계의 거의 대부분은 SOC 및 개발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따라서 계산의 편의상 특별회계 전체와 일반회계 가운데 도로교통예산 1조8443억 원, 주택도시관리예산 9683억 원 전체, 그리고 환경보전, 산업경제, 문화관광 분야 예산의 절반 가량을 포함할 경우 전체 서울시 총예산 21조 2573억 원 가운데 약 48.2% 가량인 10조2373억 원을 하드웨어형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밖에 자치구 지원예산 2조9401억 원과 교육청 지원예산 2조4548억 원 등 서울시가 다른 행정기관에 이전해야 하는 예산과 일반행정 예산 4402억 원 및 예비비 1888억 원 등을 제외하면 서울시 예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형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은 4조9961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 서울시 전체 예산의 23.5%에 불과하다. 이 4조9961억 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 4조834억여 원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4759억 원, 의료급여지원 6085억 원 등 대부분이 의무적인 법정지원 예산이다.

 

기초수급자는 늘었는데... 예산은 533억여원 줄어

 

이런 식이다 보니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늘린다든지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문화 및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사회자본 및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회복지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억여 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올해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억여 원 줄어들었다.

 

또 지난해 414억여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 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 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 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 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 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이들 사업들은 수천억원 단위의 토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액수지만 조금만 예산이 줄어들어도 한 푼의 지원이라도 아쉬운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에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2011년 예산안에서도 사상 최대 복지 예산 편성했다고 자랑하지만, 지금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무적 복지 지출만으로도 매년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2011년 예산안에서 의무적 지출을 제외한 재량적 복지 예산은 2010년 예산처럼 오히려 축소됐다.

 

옆으로 많이 샜지만, 하드웨어형 사업의 비대화로 인한 상대적 위축이 가장 심한 부분이 바로 교육지원 사업이다. 서울시의 2010년 교육지원 사업예산 2조4548억 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조4288억 원이 교육청 전출금으로 사용되는 반면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교육예산에 책정한 액수는 불과 260억 원이다. 그나마도 2009년 대비 28.5억원이 줄어든 액수다. 물론 올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서울시의 빈약한 교육, 복지 재정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오 시장이 그에 대한 대응으로 3무학교 사업 예산 등을 내놓으며 2011년의 관련 예산 규모가 크게 는 것은 다행이다.

 

서울시 돈은 넘친다더니... 토건예산부터 줄이세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행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교육자치가 별도로 이뤄지고 있고, 서울시가 교육청에 2.5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을 전출금 명목으로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가 진정으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자체 교육예산은 얼마든지 추가로 더 확보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오 시장도 재선 직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5조 원 수준인 교육 지원예산을 1조 원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1년에 늘어난 교육 관련 예산 규모는 그가 공언한 규모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초등학교 전면 의무급식을 위해 지원을 요청한 예산은 그가 공언한 수준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 그 정도도 지원하지 못하면서 1조 원 이상 교육 관련 예산을 늘리겠다는 공언은 왜 했다는 말인가.

 

돈이 부족한가.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할 당시 논란이 일던 오페라하우스 같은 사업보다는 문화예술 인력에 직접 돈을 쓰는 게 어떻겠느냐고 오 시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말한 바 있다. 그때 오 시장은 "서울시에 들어와 보니 돈은 넘치더라"고 말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필자가 귀를 의심할 정도로 뜻밖의 답변이어서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서울시 재정을 어떻게 적절히 분배하며, 향후 서울시 재정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임 있는 위정자의 답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와 얘기를 나눴을 때가 2007년 가을쯤이니 그때에 비해 부동산 취등록세 수입이 주는 등 여건이 달라졌고, 오 시장의 판단도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지금도 서울시의 온갖 낭비성 불요불급한 토건 예산이 넘쳐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해서나 일반 시민들의 수요가 매우 큰 예산은 무 자르듯 줄이면서도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처럼 사업추진 당시부터 논란을 빚었거나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사업 등 특정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사업들은 거액의 예산이 배정돼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시정홍보에만 2010년 491.2억 원을 쏟아 부었다. 2007년 해당 예산이 94억 원이었는데 다섯 배나 커진 것이다. 물론 해외 마케팅 관련 예산이 64% 가량 포함돼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약 166억 원에 이르는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역사와 화장실, 그리고 가로판매대와 버스 및 각 언론사 전광판, 공사장 펜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서울시 치적 홍보용 광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이처럼 대형 토건형 사업과 지자체장의 치적 홍보용 예산 편성이 관행화돼 있는 것에 더해 이들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은 오 시장도 알고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턴키입찰 방식은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 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담합을 통해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25~30% 가량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25~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2008년에 턴키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사업이 지하철 9호선 2단계 세 개 공구와 서남권 문화체육콤플렉스 건립공사, IT콤플렉스, 중랑 및 탄천, 서남 물재생센터 고도처리시설 등 모두 13건을 턴키사업 방식으로 발주했다. 이들 턴키사업의 추정 사업비는 1조6739억 원에 이르렀다.

 

필자는 서울시에 재직하는 동안 이 가운데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에서 입찰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분쇄해 가격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약 1000억 원을 아낄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것을 필자가 직접 오 시장에게 보고해 자세히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그렇게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음을 역설한 바 있다.

 

하지만 필자가 서울시를 떠난 뒤 턴키사업들은 다시 담합과 예산 낭비의 어두운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오 시장이 '클린 정치인' 이미지에만 신경 쓰는 정치인이 아니라 진정으로 건설부패 및 담합근절, 예산 절감에 대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면 그는 눈 앞에서 생생히 입증해준 사례를 통해서도 배우지 못하는 '학습부진아'라도 된다는 말인가.

 

오세훈 시장은 취임 당시 "서울시의 하드웨어는 많이 채워졌으니 이제는 소프트웨어 확충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은 상당 부분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산의 쓰임새만 본다면 그의 초심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필자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공직자일수록 그 사람의 말보다는 실제 정책과 예산 집행을 통해 그 사람의 의지를 판단한다. 말로는 '친서민' '공정사회'를 떠드는 현 정부가 그 어떤 정부보다 반서민과 불공정사회로 치닫고 있다고 필자가 비판하는 것도 현 정부의 정책과 재정 집행 내용이 말과는 정반대 방향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님, 너무 쩨쩨하게 굴지 마세요

 

필자가 오 시장을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그는 소프트웨어 시장도 아니고, 교육에 관심을 가진 시장도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디자인을 강조하는 개발형 시장'이라고 보아야 한다. 의무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도가 상당히 높자 자신이 나름대로 교육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3무학교 사업 예산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서울시 자체 교육예산은 전체 예산 규모에 비하면 쥐꼬리만한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는 불요불급한 토건사업을 통해 막대한 예산 낭비를 거듭하고 있다. 턴키 사업을 통해서만 한 해에 수천억 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 시장께 부탁한다. 연간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굴리면서 너무 쩨쩨하게 굴지 마시라. 필자는 서울시가 토건개발사업에 얼마나 막대한 예산을 펑펑 쓰고 있는지, 더구나 그런 사업들 가운데 최소 수천억 원은 재벌건설업체들에게 어떻게 그냥 퍼주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오 시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부자급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의무급식 지원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불요불급한 토건예산을 줄이는 일이다. 그리고 턴키사업에서 재벌건설업체들의 담합을 분쇄하고 경쟁을 유도해 예산 낭비를 줄이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연간 의무급식 예산 700억 원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오 시장이 늘리겠다고 한 3무학교 예산도 더 확대할 수 있다. 서울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오 시장은 스스로 "서울시장이기 이전에 '제1시민'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모든 서울시정의 영향을 받는 첫 번째 시민으로서 시정을 펼쳐가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제1시민'의 입장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인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만 연연하지 말고 의무급식 지원을 지지하는 대다수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제1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건설업체들에게는 펑펑 퍼주면서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예산에는 여전히 매우 인색한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오 시장도 알고, 필자도 알지만 서울시에 우리 아이들 밥 먹일 정도의 예산은 충분히 있다.

 

현 정부와 오 시장 그리고 한나라당 등 의무급식을 반대하는 정치세력들은 미국에서도 배우길 바란다. 미국 의회는 2일 심각한 경제난과 재정난 속에서도 여야 합의로 45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에 이르는 점심 급식 예산을 통과시켰다. 미국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하원에서는 일부 민주당원이 반대했는데, 해당 예산의 절반 가량을 기존의 저소득층 급식 지원 프로그램인 푸드 스탬프 지원예산에 충당하는 것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 발효 전 다른 예산에서 급식지원 예산을 충당토록 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또한 미국 점심급식 지원 법안은 굶주림과 함께 비만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야채와 과일 식단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양호하게 유지해 오히려 성인이 됐을 때 성인병 예방 등을 통해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의회의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안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4대강 사업에는 수십조 원씩 퍼부으면서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예산 수백억, 수천억 원은 그렇게도 아깝단 말인가. 사상 최악의 경제난과 재정난 속에서도 아이들의 미래와 건강을 위해 더 지원하지 못해 안달인 미국 정치권은 바보여서 그렇게 하는 것인가.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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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글은 김광수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이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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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광수경제연구소, #서울시,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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