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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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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은 이승만, 안창호와 함께 미주 3대 독립운동가의 한 사람이었다. 1912년 정치학 전공으로 네브래스카주립대학을 졸업했고, 샌프란시스코의 '신한민보'와 하와이의 '국민보' 주필을 지냈다.

그의 독립운동 노선은 '무력투쟁론'이었으며, 네브래스카 주와 하와이에서 군사학교를 창설해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1920년 북경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계속하던 중 변절자라는 누명을 쓰고 1928년 동족의 손에 암살됐다.

올해는 국치(國恥) 100년으로 잉걸불과 같은 그의 삶과 투쟁을 재조명하고자 평전 <박용만과 그의 시대>를 엮는다...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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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조선국민군단' 군단원들은 낮에는 파인애플 농장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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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올라우 산맥의 경사지에 있는 파인애플 농장을 배경으로 선 군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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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 소재 일본 영사관은 박용만의 동태를 계속 쫓고 있었다. 특히 그가 추진하는 군사학교의 설립에 대해서는 밀착감시에 나섰다. 박용만이 군사학교를 설립하려 한다는 소문은 그가 하와이에 도착한 후 몇 달 안 돼 일본 영사관 첩보망에 포착됐다.

일본 영사관은 일인 거류민을 끄나풀로 박용만이 창설하려는 국민군단 훈련생 한 사람에게 접근했다. 그 훈련생이 누설한 바에 의하면 박용만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군단 생도들이 평상시에도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는 목적은 언젠가 밀어닥칠 조국 독립의 호기가 오면 일제히 평상시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언젠가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하와이는 일본에 대해 전략상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고 언제든 유사시에 우리는 미국 군인과 행동을 같이 해야 한다. 우리들은 일본인과 같은 황색인종이기 때문에 밀정 역할이 용이하다. 따라서 평상시에 일본어를 익혀 두고 일본의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박용만의 이 발언을 미루어 보면 하와이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하는 것은 꼭 조선의 접경지역으로 가서 벌일 무력항쟁을 염두에 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젠가 미국과 일본은 태평양을 무대로 무력충돌을 일으키리라는 것을 그는 예견했다. 그 기회를 호기로 삼아 미국 편을 듦으로써 한국의 독립을 도모해야 하고 그 준비를 위해 국민군단 창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1914년 3월 30일 일본 영사관이 본국 외무대신 앞으로 보낸 기밀문서에는 다음 내용이 적혀 있다.

"병학교(兵學校)의 생도들 구성은 여러 가지다. 구한말 군인 출신, 학생 출신, 노동자 출신 등이다. 노동자 출신 중에서 불량 생도들은 군인이 됐다고 난폭해져 영내에서 싸움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한다. 학생 출신은 학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농장의 노동 보다 학업에 열중한다고 한다. 그러나 교육기관의 설비가 미비해 도주하는 자가 적지 않은 상태다."

일본 영사관이 분류한 대로 원래 하와이에 도착한 한인 노동자들은 여러 계층이었다. 주로 감리교 교단 교인들, 공부를 해 보겠다는 학생들, 또 서당에서 한학을 익힌 지방 선비들, 광무군인 출신들, 농촌의 머슴들, 막벌이 일꾼들, 그리고 무위도식하던 건달 등 잡다했다. 65%가 문맹일 정도로 그들의 교육수준은 낮았다. 따라서 그들을 한 데 결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 영사관은 도주하는 자가 적지 않다는 정도로 보고했지만 박용만에 의하면 그것은 대량탈주 수준이었다.
     
"지나간 가을부터 천여 명 사람이 그곳으로 가기를 생각하였으되 한 번 와서 그 고생스러운 정형을 들으면 모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하는 가운데 오직 백여 명 사람이 그 뒤를 따랐으니 대개 그들의 그렇게 뜻하는 것을 생각하면 박종수, 이치경 양 씨나 기타 다른 동포들의 힘을 다하여 도움이 또한 괴이한 일이 아니로다."

박용만이 실토한 고백이다. 동포들 간에는 국민군단에 천 명이 몰려들었고 돈이 1만 불 모였으며 벌써 자동차까지 준비됐다는 헛소문이 나돌았다.  

그나마 백여 명이라도 초지일관 잔류한 것은 박종수를 비롯한 몇 애국자들의 헌신적인 희생에 감화됐기 때문이었다. 그 백여 명의 훈련생들을 박용만은 '스스로 생명을 바친 사람들'이라고 칭찬하면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전략) 사람이 사람을 도움은 원래 그 도움 받는 사람이 스스로 자기를 돕는 까닭이라. 현금 산 넘어 농장에 들어가 고초를 무릅쓰는 백여 명 사나이들은 원래 태평양 낙원에서 십년 성상을 허비한 것을 먼저 깨닫고 또한 내지 동포들은 한없는 고초를 당할 때에 자기들은 남의 나라 국기 앞에서 값없는 자유를 그만큼 누리면 족한 줄 생각하여 혹은 실가의 낙을 사양하고 혹은 사업상 이익을 불계하고 몸과 마음과 재물과 복락을 함께 들고 농장으로 들어가 압제의 아래와 고초의 가운데 스스로 생명을 바친 사람들이라. 그 중에 전일 광무시대에 국록을 먹던 사람은 겨우 5분의 일을 점령했으나 그 나머지는 다 평일에 당하지 못 하던 것을 당하며 다만 자기의 평생 전정을 이것으로 종사코자 함이라."

박용만은 더 많은 동포들이 국민군단에 합류하기를 원했다. 아직도 오는 자는 막지 않고 만일 자격에만 합당하면 의연히 받겠다고 국민보에 기사로 광고했다. 그리고 집단농장 생활이 고생도 되지만 또한 재미도 없지 않다고 썼다. 백여 명의 입주자들이 서울의 황학정 훈련원에서 보던 광경과 삼군부에서 들리던 소리를 들으며 고생 가운데 낙을 찾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앞으로 하와이에서의 10년 세월을 허송치 않으려면 그런 사나이들과 평생을 함께 하면 영광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거의 일 년 동안의 잉태기간을 가졌던 국민군단의 창설은 4월 12일에야 산고의 진통이 시작됐다. 그날 박종수의 농장은 일손을 멈추었다. 일제히 휴업하고 일반 동포가 모인 가운데 간단한 예식을 거행했다. 국민군단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공포하는 발표식을 가진 것이다. 정오 12시 30분에는 농장 주인과 호놀룰루의 몇 유지들을 청하여 오찬을 대접했다.

그날로부터 박용만의 일과는 몹시 분주해졌다. 그의 몸을 열 개로 쪼개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박용만이 쓴 5월 16일자 '국민보' 기사를 읽어보자.  

"(전략) 본보 사장은 근일 한 조각 몸을 둘로서도 족하지 못하여 밤으로 낮을 대신하고 낮으로 밤을 이으며 먹고 입는 것은 때를 잃으며 다니는 고로 정월 이후로 받은 서신을 반절도 대답지 못하고 일단 정신을 이 일(국민군단 설립)에 부어가며 이것을 정돈한 후에야 서신 왕복에 착수코자 함이라.

그 강장한 체력과 강장한 기백은 항상 강장하여 육체와 정신이 과히 상함은 보이지 않되 일만 일이 다 초창한 가운데 백여 명 단원은 밥을 요구하며 반찬을 요구하며 신을 요구하며 의복을 요구하며 또 혹 신문사에 들어오면 활판소 인쇄인은 논설 전보까지 요구하여 요구하는 것이 수백 종류로 들어오되 다만 한 가지가 없어 차례로 수응치 못하고 다만 몸으로 견디니 이는 우리 방관자의 심히 민망히 여기는 바라. 알 수 없노라. 어느 하늘에 혹 금전의 비가 오지 않는가? (하략) "

문양목은 1903년 인천에서 서당 훈장으로 있다가 1905년 사탕수수 노동자 모집에 응모해 하와이로 건너 온 사람이다. 1911년 북미 대한인국민회 총회장에 선임됐고 그 다음해 '신한민보' 주필을 맡았다. 국민군단의 창설에 대한 그의 해설이 1914년 6월 3일자 '국민보'에 실렸다.

"(전략) 몇 십 년만 지나면 우리 민족에게는 무육이라 군략이라 하는 명사도 들어볼 수가 없을지니 본래 문약의 고질이 극도에 달하므로 말미암아 칼과 총의 그림자만 보고도 놀라고 겁이 나서 항서를 써 바치고 독립을 잃고 자유를 빼앗기고 모든 권리를 이별한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건장한 체격을 조성하여 용맹한 담력을 부어줄 자 누구인고. 이는 책임이 있는 인도자들이 사람마다 급무인 줄로 여겨 먼저 진행코자 하는 동일한 정견이니라. (중략)

다행히 하와이에 기회가 생긴 고로 국민보 사장이 민첩하고 한숙한 손을 들어 한번 부르매 조선 사나이 중에 기백과 정신이 살아 있는 백성이 삼삼오오로 항오를 지어 나왔으니 이것이 곧 이미 착수한 "산넘어" 일이라.

다만 듣는 바로써 추측하여 "산넘어" 일을 생각하는 자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의문이 있어 혹시 여기서 무슨 큰 준비를 하여 내일 모래라도 기 들고 북치고 요란하게 떠들고 나설만한 굉장한 설비를 하는지 혹시 아무 것도 실지 상 예비는 아니 하고 소용없이 허장성세로 무슨 수가 있는 듯이 떠들기만 하다가 일, 이년에 불과하여 공효는 막론하고 흔적도 없이 하와이 풍향에 붙이고 말게 된 식만 하는지 황연히 알기를 원할 듯하나, 별스런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요 헛된 성세로 떠드는 것도 아니라.

간단히 말하면 한 학교 제도와 방불하니 이상의 말한 바와 같이 각 인도자들이 기회를 얻지 못하여 시험치 못하던 일을 여기서 시작한 것이며 일반 국민이 원하던 바를 여기서 실행하는 고로 우리 전체 국민의 희망하는 바 또한 중하고 급하여 모든 안광이 여기에 대하여 전기의 속력과 같이 쏘이거니와 이 기회로 논지하면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국민보 사장이 노력과 심력을 무한히 허비하여 스스로 돕는 정성이 지극한 고로 하나님이 도와주심을 얻어 착수하였으나 그러나 우리의 희망하는 바와 같이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면 어찌 쉽다 하리요. (하략) "

국민군단 창설을 "산넘어" 일이라고 표현한 것은 코올라우 산맥 넘어 아후이마누에 군사학교가 설립되기 때문이었다. 호놀룰루에 사는 동포들은 군단원들을 "산넘어 아희들"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일본 영사관은 그 실체를 파악하고 보고서에 "병학교(兵學校)"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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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조선국민군단' 창설식(1914.6.10) 후 지휘관들. 앞 줄 중앙이 군단장 박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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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의 낙성과 국민군단 개학 예식은 8월 29일로 잡혀졌다. 학기의 시작을 9월 1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예식을 준비하려면 군단을 군대식으로 조직하지 않으면 안됐다. 낮에는 파인애플 농사에 투입되는 백여 명의 입주자들에게 군장을 지급한 다음 대조선국민군단 창설식을 가진 것은 6월 10일. 외부에의 노출을 경계하며 개소식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