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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 중 북한에 대한 내용을 다룬 29일 <뉴욕타임즈>의 기사.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 중 북한에 대한 내용을 다룬 29일 <뉴욕타임즈>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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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미 현지시각),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전문의 내용을 연재하고 있는 <뉴욕 타임스>는 북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조차도 옳은 예측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지난 3월에 있었던 천안함 사건과 3주 전 발견된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 그리고 일주일 전의 연평도 포격 사태 중 어떠한 것도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북한 관련 수십 개의 국무부 전문에서는 전혀 예상된 바 없었고, 실제 북한의 최측근 우방이라는 중국조차도 놀라울 정도로 틀렸다"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 중 통일 한국 및 북한에 대한 내용은 올 2월 22일에 주한 미 대사관이 작성한 것이 가장 최근 것이며, 이후 한 달여만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 타임스>는 특히 중국이 북한의 후계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엇갈린 분석을 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령  2009년 2월, 북한 관련 정보 수집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상해의 미국 영사관은 전문에서 북한을 가장 잘 안다는 중국 관리들이 김정은의 승계 가능성을 믿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가인 중국 학자들도 "고위급 군 장성들"이 권력을 승계할 것이며, "김정일의 세 아들 중 누구도 그를 이을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장남은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하고, 가운데는 비디오 게임에 더 열중해 있으며, 김정은은 너무 어리고 미숙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반면에 중국의 한 고위 외교관은 김정은의 승계 문제와 관련해 김정일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수 있다고 미국 관계자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2월 션양의 미 영사관은 대대적인 실패로 끝난 북한의 화폐개혁 단행에 김정은이 "개입"했으며, 김씨 일가 중 누군가가 김정은의 섭정 역할을 준비 중이거나 김정일 사망이후 그를 현재의 위치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고 보고해 북한의 승계 문제에 대한 중국 내 정보에 혼란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신문은 또한 북한의 붕괴에 대한 한-미간의 대화가 "어떤 실질적 전략에서라기보다는 희망에 보다 많이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것은 지난 94년 김일성 사후 한-미가 전망한 것과는 달리 북한이 붕괴되지 않았으며, 중국의 한 전문가가 "김정일 사후 북한이 내부 붕괴할 것이라 미국이 믿는다면, 또 다시 미국이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이 될 것"이라 경고 한 바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가 공개한 2월 22일자 전문에 따르면, 같은 달 17일 천영우 당시 외교부 제2차관(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케서린 스테판스 주한 미대사와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김정일 사망 후 "2~3년 안에"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스테판스 대사에게 말했다.

또 올 1월 유명환 전 외통부 장관은 로버트 킹 북한 인권대사에게 "'해외에서 근무하는 고위급 북한 관리들'이 최근 남한으로 망명했다고 말했다"면서, 국무부 전문에는 한국이 북한의 내부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 상황이 "점점 더 혼란스럽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신문은 한국으로 비밀리에 망명한 북한의 고위급 외교관들의 정보조차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령, 북한의 군부가 김정일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들의 정보와 달리 군 경력이 전무한 김정은은 최근 4성 장군으로 승진한 바 있다.

정부 관리나 학자, 탈북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서 서울과 베이징 등지에서 작성된 북한 관련 전문들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추측이거나 '팩트'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서울의 주한 미대사관이 올 2월 22일에 보낸 전문. 이 전문에서는 남북 통일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통일 한국에 대해 중국과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다.
 서울의 주한 미대사관이 올 2월 22일에 보낸 전문. 이 전문에서는 남북 통일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통일 한국에 대해 중국과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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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공개된 전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보력에 한계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관리들 스스로가 때때로 북한의 편집증을 다루는데 좌절감을 느껴 실소를 하곤 한다"고 전했다.

2009년 9월의 전문에서 당시 방북을 막 끝냈던 중국의 다이 빙구오 대외 연락부장은 김정일이 비록 중풍으로 곤란을 겪고 체중이 감소한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여전히 "예리하며", 술을 잘 마셨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김정일의 술버릇에 대해서는 믿을만한 정보를 주지만, 정작 그가 추진하던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중국이 알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인 2009년 6월 베이징에서 있었던 한 오찬 석상에서 두 명의 중국 고위관리들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이 단지 초기단계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최근 헤커 교수 일행에 의해 북한은 이미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밝혀진 전문에서 천영우 전 차관은 스테판스 미 대사에게 중국의 역할에 심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드러나 한-중 간 외교관계가 껄끄러워질 우려를 낳고 있다. 그는 스테판스 미대사와의 오찬석상에서 중국이 다자간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불평하면서, 6자 회담의 중국 쪽 대표인 우 다웨이를 두고, 중국에서 "'가장 무능한 관리', '북한과 비확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거만하고도 마르크스주의로 가득찬 전(前) 홍위병'"이며,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소통이 어렵다"고 말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천 전 차관은 또한 "만약 중국이 북한을 '붕괴직전'까지 몰고가지 않는다면"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미있는 단계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위키리크스, #북한, #중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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