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리조트 산책로에서 바라본 하롱베이
 리조트 산책로에서 바라본 하롱베이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아침 일찍 일어나 갑판에 올라간다. 몇 명의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체조도 하며 하롱베이의 새벽 바다를 즐긴다. 흩어져 있던 관광객이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추어 하나 둘씩 식당으로 모여든다. 그러나 7시 30분에 아침이 준비된다고 하던 관광 안내원의 말을 비웃는 듯 아침은 8시가 거의 돼서야 나오기 시작한다. 간단한 프렌치토스트와 과일 그리고 진한 베트남 커피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한다.

배는 천천히 하롱베이를 유람하다 어제 들렀던 캇바 섬에 도착했다. 우리는 섬에서 하루를 지내는 일정이기 때문에 모든 짐을 챙긴다. 어제 저녁에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베트남에 신부를 구하러 온 한국 아저씨 그리고 같이 따라온 베트남 직원과 작별하고 배에서 내렸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어제 보았던 음료수 파는 아줌마, 아가씨들이 우리를 맞았다. 어제 음료수를 나에게 팔았던 아가씨가 나를 알아보고 다시 음료수를 권한다. 이것도 인연인가 하여 콜라 한 병을 샀다. 버스 정류장에는 하롱베이 유람선에서 내린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우리를 인솔하는 관광안내원이 버스에 타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 수가 너무 많아서인지 내리라고 한다. 옆에 주차한 다른 버스에 타라고 하여 올랐는데, 조금 있다가는 또 다른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3번이나 버스를 갈아탄 후에야 우리를 태운 낡은 버스는 내가 묵을 호텔로 향했다. 관광객 숫자에 맞추어 주먹구구식으로 버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기 때문일까? 하롱베이도 쓰레기에 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기 때문일까? 하롱베이도 쓰레기에 몸살을 앓기 시작한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교통경찰도 없는 섬을 털털거리는 낡은 버스는 과속으로 열심히 달렸다. 어제 보았던 경치를 또다시 보며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는 돈을 조금 더 주고 리조트를 예약했기 때문에 같이 온 일행과 인사를 하고 리조트로 향했다. 차로 5분 정도 더 가니 리조트에 도착했다.

해안에 있는 리조트는 잘 꾸며져 있다. 짐을 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내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리조트에는 넓지 않지만 물놀이를 하기에는 충분한 투숙객을 위한 백사장도 있고 베트남 특유의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다. 수영장 옆으로는 산을 깎아 만든 산책로가 해안을 따라 있다.

산책로를 걸었다. 왼쪽으로는 하롱베이의 돌섬과 바다가 펼쳐져 있고 자그마한 동산에서는 새소리와 함께 나비가 날아다닌다. 한낮의 따가운 해는 힘을 잃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산책하며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시각이다. 산책로를 계속 걸으니 또 다른 리조트가 나오고 리조트 앞에는 좋은 백사장이 있다. 수영하기에 좋은 백사장이라 관광객으로 붐볐다.

산을 깎아 만든 산책로에서 바라 본 캇바섬 리조트
 산을 깎아 만든 산책로에서 바라 본 캇바섬 리조트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리조트로 다시 돌아와 수영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바닷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잘 가꾸어진 정원을 산책했다. 방에 들어와 발코니에 앉아 있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어제와 내일을 잊고 달콤한 잠에 빠진다. 지금의 삶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고 했던가?

하노이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배에 오랐다. 배를 타고 섬 사이를 돌아 하롱베이 선착장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다. 안내원이 우리를 큰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100명 이상 되는 많은 관광객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문을 받지도 않았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음식이 제공되고 있는 식당이었다. 주인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닭처럼 식당에서 주는 대로 식사를 하고 나오니 우리를 하노이까지 데리고 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노이에 도착해 숙소 옆 호수의 밤거리를 걸었다.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올해는 하노이가 베트남의 수도가 된 지 천 년이 되는 해라고 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라는 한국의 시조를 생각하며 하노이가 오래된 도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천 년의 도시를 기념하기 위해 곳곳에 행사를 위한 조형물이 세워지고 베트남 특유의 꽃 장식과 함께 호수는 화려한 등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천 년의 수도를 자랑하는 하노이, 수많은 전쟁을 지켜보고 70년 때까지 폭격을 받았던 하노이, 하노이와 비슷한 세월을 견디어 온 우리나라를 생각했다.

하노이 수도 천 년을 기념하는 장식물이 곳곳에 있다.
 하노이 수도 천 년을 기념하는 장식물이 곳곳에 있다.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하롱베이 여행 마지막 글입니다. 독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태그:#베트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