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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대포항의 번잡한 어시장을 통과하면 해안도로와 이어진다. 해안도로 오른 쪽은 속초해수욕장이다. 날이 어두워지려고 한다. 솔숲이 무성한 도로변의 허름한 모텔형 여관에 짐을 풀었다.

귀신이 거문고를 탄다는 영금정 앞에 또 하나의 정자를 지어놓았다.
▲ 영금정 앞바다 귀신이 거문고를 탄다는 영금정 앞에 또 하나의 정자를 지어놓았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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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늙은 아내의 눈이 부어 있다. 간밤에 한숨도 못 잤단다. 여관 앞 솔숲 백사장에서 새벽까지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요란했단다. 내 서툰 운전 실력은 아내의 탁월한 조수실력으로 정상을 유지해 왔는데, 아내가 잠을 설쳤다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된다.

영랑호 둘레 산책길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 영랑호 영랑호 둘레 산책길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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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도 먹기 전에 속초 동명항의 영금정(靈琴亭)을 찾았다(청호대교가 완공되면 해안도로를 통해 바로 영금정으로 갈 수 있다). 영금정은 귀신이 거문고를 탄다는 뜻으로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내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로 들린다고 한다. 동해의 일출장면을 파도와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1520년 이전부터 있었던 정자로 현 건물은 여러 번 개,보수한 건물이다. 고성8경 중 4경에 속한다.
▲ 청간정 1520년 이전부터 있었던 정자로 현 건물은 여러 번 개,보수한 건물이다. 고성8경 중 4경에 속한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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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등대전망대를 지나 1km 해안도로를 달려서 영랑호가 있는 영랑교 [7번국도]를 건넌다. 영랑호는 석호로써 둘레가 7.8km이다. 신라 때 화랑인 영랑, 술랑(述郞), 안상(安詳) 등이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무술대회장인 금성(金城)으로 가는 도중 이 호수에 이르렀는데, 영랑은 그 아름다움에 무술대회에 나가는 것조차 잊었다는 전설로 영랑호가 되었다.

자전거도로와 차도 그리고 인도가 나란히 호수 주변을 돌아간다. 돌아보다가 쉴 수 있는 영랑정이 있고, 범바위, 하늘문 등의 볼거리도 있다. 해마다 나타나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1931년 지방유지들이 건립한 정자로 고성8경 중 2경으로 일출명소로 유명하다.
▲ 천학정 1931년 지방유지들이 건립한 정자로 고성8경 중 2경으로 일출명소로 유명하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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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이 즐비한 장사항을 거쳐 고성군으로 진입한다. 토성면 청간리에 위치한 청간정(淸澗亭)은 설악산을 뒤로하고 동해를 바라보는 입지가 절경이다. 고성8경의 하나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비교적 큰 규모로 겹처마 팔작지붕의 정자이다.

천학정에서 바라본 해맞이는 신비롭고 매혹적이다.
▲ 천학정-해맞이 천학정에서 바라본 해맞이는 신비롭고 매혹적이다.
ⓒ 행복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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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에서 7번 국도를 타고 3km 정도 북진하면 또 하나의 정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것이 천학정(天鶴亭)이다. 올라가는 길목에 좋은 글들을 적어놓았는데 그 중 하나 적어본다.

<빌려 쓰는 인생>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정말 내 것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동안 잠시 빌려 쓸 뿐입니다.
(중략)-----------------------
부귀와 권세와 명예도 잠시 빌린 것에 불과합니다.
빌려 쓰는 것이니 언젠가는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중략)------------
내 것이라고 집착하던 것들을 모두 놓아버립시다.
나 자신마저도 놓아버립시다.
모두 놓아버리고 나면 마음은 비워질 것입니다.
마음이 비워지고 나면 이 세상 모두가
나의 빈 마음속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같은 글이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글이다.

호수 주변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한다. 맞닿아 있는 화진포해수욕장과 잘 어울려 환상의 짝쿵이다.
▲ 화진포호 호수 주변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한다. 맞닿아 있는 화진포해수욕장과 잘 어울려 환상의 짝쿵이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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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을 지나서 거진해수욕장의 만남의 광장 입구에서 우회전 하여 거진항으로 들어간다. 거진항 해안 길을 계속 따라가면 화진포 호수(석호)에 다다른다. 둘레 16km의 이 호수 주변에 이기붕 별장과 김일성 별장이 오른 쪽에, 다리를 건너 왼 쪽에 이승만 별장이 있다.

조개, 갑각류, 산호, 화석, 박제 등 1500여 종 총 4만여 점의 어패류를 전시하고 있다
 조개, 갑각류, 산호, 화석, 박제 등 1500여 종 총 4만여 점의 어패류를 전시하고 있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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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쪽으로는 우거진 송림으로 둘러있고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각종 꽃들이 호수 주변을 장식한다. 맞닿아 있는 화진포해수욕장과 함께 가을동화(KBS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곳이다. 화진포 호수를 끼고 해양박물관이 서 있다.

거진항에서 대진항으로 가는 해안도로에 해오름 쉼터가 있다. 해맞이 장소인듯 하다.
▲ 해오름 쉼터 거진항에서 대진항으로 가는 해안도로에 해오름 쉼터가 있다. 해맞이 장소인듯 하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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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을 바다위에 놓은듯 아름다운 바위섬이다.
▲ 수석같은 바위산 수석을 바다위에 놓은듯 아름다운 바위섬이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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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길은 초도항까지 이어진다. 해안 길 가는 도중 해오름 쉼터를 지나고 바닷가에 수석같이 예쁜 바위섬을 발견한다. 손바닥을 펴서 손위에 바로 올려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남한의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을 거쳐 최북단 해수욕장인 명파해수욕장을 찾았다. 백사장으로 나가려면 철조망 문을 건너야하는 해수욕장. 늦가을의 쓸쓸한 백사장에는 사람구경을 할 수가 없다.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는 분단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소리치는 듯하다.

남한의 최북단 해수욕장이다. 바닷가로 나가려면 철조망문을 열어야 한다.늦가을의 백사장은 쓸쓸한 분위기다.
▲ 명파해수욕장 남한의 최북단 해수욕장이다. 바닷가로 나가려면 철조망문을 열어야 한다.늦가을의 백사장은 쓸쓸한 분위기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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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답사의 마지막 종착지인 통일전망대로 향한다.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통일안보공원)에서 수속절차(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입장료와 주차비를 지불)를 밟은 후 각자 자기 차를 몰고 10km를 북진하니 바로 통일전망대다. 이제 더 갈래야 갈 수가 없다.

창문 너머로 멀리 북한 땅의 금강산이 보인다.
▲ 통일전망실 창문 너머로 멀리 북한 땅의 금강산이 보인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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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에서 시작한 동해안 여행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서 막을 내린다. 동해안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에서 나는 의미있는 그 무엇을 보고 싶다. 3층전망실에서 바라다 보이는 북한의 해금강과 금강산 구선봉을 보고 싶어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여기서 남북의 평화통일의 희망을 보고 싶은데, 보이는 것은 종교단체의 시설물만 눈에 띈다.

북한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그리고 가까이에 송도가 보인다.
▲ 금강산 구선봉 북한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 그리고 가까이에 송도가 보인다.
ⓒ 김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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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상과 성모마리아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또 전진십자철탑은 또 무엇이며, 고성지역 전투 충혼탑, 351고지 전투 전적비는 무얼 말하고 싶은지. 그리고 민족웅비석탑은 분단된 비극의 끝머리 지점에 세워질 석탑으로 과연 타당한지? 의문으로 남는다.

각도의 특산 돌 13개를 가져다 우리나라 지형을 본뜨서 만든 석탑
▲ 민족웅비석탑 각도의 특산 돌 13개를 가져다 우리나라 지형을 본뜨서 만든 석탑
ⓒ 통일전망대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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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순복음중앙교회 신자들이 세운 높이 39m의 철탑으로 성탄절에 1500개의 전등에 불을 밝힌다.
▲ 전진십자철탑 서울순복음중앙교회 신자들이 세운 높이 39m의 철탑으로 성탄절에 1500개의 전등에 불을 밝힌다.
ⓒ 통일전망대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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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고 통일의 염원을 다지기 위해 통일전망대를 세운다는 처음의 취지가 많이 퇴색되지는 않았는지···. 남북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던가 아니면 그 어떤 상징물로써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단시대가 국가적으로나 민족적으로 가장 불행한 시대임을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AD70년경 로마군대의 침공으로 처참하게 부셔진 유대교 신전으로 해마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남아있는 서쪽 벽앞에 와서 지난 슬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고 통곡한다.
▲ 통곡의 벽 AD70년경 로마군대의 침공으로 처참하게 부셔진 유대교 신전으로 해마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남아있는 서쪽 벽앞에 와서 지난 슬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고 통곡한다.
ⓒ 위키피아에서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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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 느끼는 이스라엘인들의 감정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로마병의 침공으로 신전이 파괴된 역사적 아픔에 통곡하는 수많은 이스라엘 사람처럼 우리도 통일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에 통곡하는 장소가 될 때 비로소 통일전망대는 그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해운대에서 시작한 동해안 여행이 고성의 통일전망대에서 마감합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태그:#동해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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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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