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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겨울, 뉴스에서는 서해안 원유유출 사고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검은색 기름파도가 꿀렁이며 밀려오는 해안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굳이 원유에 발암물질이 들어있고, 급성 호흡기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지 않더라도 기름을 뒤집어쓰고 있는 바다새의 사진 한 장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다.

새는 구조당시에 이미 죽어있었다.
▲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뒤집어 쓴 새. 새는 구조당시에 이미 죽어있었다.
ⓒ 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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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고가 난 지 열흘이 지났었지만, 바다 가까이에서는 석유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어떤 냄새도 이렇게 광범위한 공간을 지나면서 같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끝없이 이어졌다. 대기가 모두 석유냄새로 바뀌어버린 것 같았다. 온통 검거나 검은색으로 뒤범벅이 된 것들이었다.

그런데, 지구촌은 곳곳에서 이런 재앙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아마존, 얼마 전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그곳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고기와 식물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전해 듣고 있는 아마존의 소식은 그와는 너무나 다르다.

아마존의 강들은 송유관에서 흘러나온 원유로 오염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매일 46만 4700배럴의 원유가 생산되는데 이를 수송하는 송유관이 원시림을 가로지르며 원유가 유출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 송유관에서 흘러나온 기름들은 아마존의 물줄기를 타고 강으로 흘러들게 된다. 기름이 지나가는 자리에 살던 생물들은 원유에 들어있는 유독한 물질을 그대로 마시게 된다. 희귀한 재규어종이나 강에 사는 돌고래들이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

아마존의 강뿐만 아니라 숲도 기름의 늪이 되어가고 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에는 900개가 넘는 유독한 폐유 더미가 아무런 관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노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석유회사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유정까지 도로를 내는데, 이 과정에서 아마존의 숲을 그대로 밀어버리게 된다.

또한 하루에 석유생산하면서 물이 생기는데(produced water) 180억 갤런의 이 폐수를 구덩이에 숲에 구덩이를 파서 묻어버리고 있다. 이 폐수는 결국 근처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지역주민들은 오염된 대기와 강물을 마시면서 각종 암과 백혈병에 걸려 고통 받고 있다.

나이지리아 역시 원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50년 동안 나이지리아 니제르 삼각주에서 유출된 기름의 양이 5억4600만 갤런이라고 한다. 그 양은 엑슨 발데즈호 사고를 50년 동안 매년 겪는 것과 같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나이지리아의 송유관은 대부분 노후화 되었고, 축축한 늪지대 속에서 송유관이 녹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유관에서는 폭발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한번 폭발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치게 된다. 나이지리아에는 1998년 폭발사고로 1200명의 주민이 죽었고, 이후에도 폭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송유관뿐 아니라 정유공장에서는 화염이 치솟고 있는데 여기서 독성물질이 무방비로 연소되고 있다. 이런 독성물질로 인해서 주민들에게는 '걸리자마자 죽는 병'이 돌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두통과 호흡곤란을 시작으로 고열에 시달리다가 발병한 지 3일내에 대부분 사망한다고 한다. 벌써 수천 명이 이 병으로 죽었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생산된 석유는 대부분 수출한다.
▲ 석유 이동량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생산된 석유는 대부분 수출한다.
ⓒ O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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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석유는 대부분 수출을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같이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도 석유를 쓰는 것은 다 이런 '피눈물'나는 노력 덕이다. 에콰도르에서 가장 큰 송유관은 SOTE 송유관으로 하루에 36만 배럴 정도를 수송한다. 그리고 그 다음이 하루에 13만 배럴 정도를 수송하는 OCP 송유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하루 소비하는 석유량이 2300만 배럴이 넘는다고 하니 우리가 얼마나 많이 석유를 먹어치우고 있고, 그 먹잇감을 대기 위해 지구의 곳곳은 병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동, 미국, 북해연안을 비롯해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그야말로 지구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기름을 퍼올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유독, 남미와 아프리카 사례를 소개한 것은 그 곳에서는 석유회사가 군부와 결탁하거나 관리를 제대로 해낼 만한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석유를 퍼올리는 자들이 그곳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석유를 팔아먹으며 자연과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2007년 겨울, 서해안을 검게 물들였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도 다른 나라에서부터 기름을 가득 싣고 충남 대산 앞바다로 향하던 중이었다(물론 삼성크레인이 무리한 회항을 시도하다 일으킨 것이지만). 즉, 석유 배달 사고인 것이다. 석유 주문이 폭주하는 한 석유 배달 사고도 더 자주 일어나게 될 것이다. 석유중독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오늘 위 사진 속의 그들을 돕는 길이 아닐까.

*에너지정의행동에서는 12월 3일 저녁 '석유중독이 불러온 비극, 원유유출사고'라는 제목으로 에너지정의 사랑방을 엽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eco-center.org/zbxe/69581  를 참고해주세요.


태그:#유류유출, #송유관사고, #유조선사고,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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