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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3일 오후 2시 50분]

 

'기상나팔' 분 손학규, "이명박 대통령 꿈에서 깨어나라"

 

청와대 불법사찰 국정조사 및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농성 이틀째인 23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트럼펫을 꺼내들고 '기상나팔'을 불었다. 힘차게 숨을 불어넣어 두차례 연속 기상나팔을 분 손 대표는 "대포정권 완전교체"라고 적힌 투박한 피켓을 움켜쥐고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섰다. 세종대왕 동상 뒤론 청와대가 야트막하게 보였다.

 

그에게 "기상나팔을 분 이유가 특별히 있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답변은 곧 나왔다.

 

"기상나팔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나팔소리를 듣고 이 대통령이 깨어나길 바란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깨우는 '나팔수'가 될 것이다."

 

그는 이어, 자신이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것에 대해 "세종대왕은 세계적인 성군이자 현군으로 항상 국민과 함께 하신 분"이라며 "한글창제에서 보듯 국민과 깊이 공감한 왕이 세종대왕"이라고 말했다. 즉, 이명박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는, '공감의 정치'를 실천한 지도자란 얘기였다.

 

또 손 대표는 "많은 군중들이 이곳, 광화문 광장에 와서 시위를 하는 것은 힘들지만 나라도 (청와대에)가까이 와서 불법사찰 행위를 중단하고 새롭게 거듭나라고 촉구하고 싶었다"며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도 설명했다.

 

사실 손 대표의 '나팔수'론은 광화문 1인시위보다 앞서 열린 '4대강 운하 반대 국민 홍보 행동의 날' 기자회견에서 처음 깃발을 올렸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뭐하는 자리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며 "아직도 혼자서 19세기에 살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대통령을 나팔 불어, 큰 소리를 외쳐 깨우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도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으로 강토를 마구 파헤치고 불법사찰로 의회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사과하라"며 "지금이라도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응하고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불법사찰 '뭉개기'에 맞서는 '풍찬노숙' 여론전

 

 

 

아직 미몽(迷夢)에 잠긴 정권을 깨우는 '나팔수' 답게 손 대표는 이날 하루 종일 활기를 잃지 않았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이 오히려 그의 결기를 더욱 날카롭게 벼린 듯 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원내대책위원 연석회의가 끝난 후부터 직접 청와대 불법 사찰 의혹과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손에 들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러 다녔다. 정세균·김영춘 최고위원과 최문순 의원 등은 농성천막 앞에서'청와대 국정조사·특검 쟁취 및 4대강 대운하 사업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하며 그의 뒤를 받쳤다.

 

시민들 중 일부는 겸연쩍은 듯 손사래를 치며 손 대표를 피했지만 많은 이들이 손 대표가 내민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었다. 손 대표는 일일이 "감사합니다"며 인사를 건네고 국정조사·특검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또 교통신호에 멈춰선 퀵서비스 노동자, 택시 운전사들에게도 다가가 유인물을 건네고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 국정조사·특검 도입 필요성을 알렸다.

 

한 당직자는 "날이 빠르게 추워져서 그런지 유동인구가 적은데도 대표가 직접 사람들을 찾아 움직이니 당직자로서도 가만히 있기 민망한 상황"이라며 손 대표의 적극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명에 동참한 이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당에선 전국의 지역위원회 별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만큼, 본격적인 서명 참가자는 그 때부터 증가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손 대표는 "숫자를 지금부터 예측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반성을 촉구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수용케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울광장 농성이 종료될 29일 이후 국회 복귀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 그런 결정을 하긴 이르다"고 잘랐다.

 

서울광장 농성천막에 모이는 발길들... 야권연대의 새로운 '진지'로 진화?

 

한편, 서울광장에 세워진 민주당 농성천막이 야권연대의 새로운 '진지'가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오전 천막을 방문해 서명에 동참했다. 유 원장이 "손 대표가 이렇게 밖에서 애를 쓰시는데 대통령이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건네고 손 대표가 "귀가 열릴 때까지 할 것"이라며 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특히 유 원장은 민주당의 원외투쟁에 국민참여당이 적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를 향해서도 "불법, 편법 행태를 보이는 독재정부"라고 독설을 날렸다.

 

유 원장은 이어,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했다고 임기 5년 동안 국민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란 얘기가 아니다"며 정부·여당의 맹성을 촉구하는 한편, "제1야당 대표가 천막 농성까지 벌이는 현실에 대해 국민들이 응원도 보내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서울광장을 찾은 이는 유 원장만이 아니다. 유 원장의 뒤를 이어,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날 오후 손 대표를 찾아와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과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등을 논의했다. 손 대표와 김 위원장은 이날 면담을 통해 '현대차 사태 해결을 위한 야5당 공동기자회견'을 24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이용경 창조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손 대표의 장외 농성을 격려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찾을 예정이다.

 

손 대표 역시 이날 오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시민단체를 방문하는 등 전선을 차츰 더 넓혀나갈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적극 농성 현장에 결합하고 있다. 천막이 세워진 첫날 밤, 이낙연 당 사무총장과 조정식 의원 등 6명의 의원들이 손 대표와 함께 밤을 보냈다.

 

이날 마이크를 붙잡고 시민들의 서명 동참을 호소하던 최문순 의원은 "주간에 상임위와 예결위가 있어 참석이 힘든 의원들이 있지만 조를 나눠서 천막을 마크하고 있다"며 "(촛불집회가 예정된)저녁 8시가 되면 더 많은 의원들이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1신 : 23일 오전 10시 50분 ]

 

"오세훈마저 사찰...공안통치 시대 도래했다"

 

민주당이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특검 실시 등을 촉구하며 본격적인 '주국야서(낮엔 국회에서 밤엔 광장에서 투쟁)' 투쟁에 나섰다. 22일 서울광장에 천막을 세우고 하룻밤을 보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강경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부의 답변을 촉구했다.

 

손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광장 농성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원내대책위원 연석회의에서 "공안통치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총리실에서 민간사찰을 하고 있고 이것을 청와대에서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어제 오늘 언론보도를 통해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민간사찰이 이뤄지고 있는지 밝혀졌다"며 "공안통치 민간사찰의 주범이 청와대임이 만천하에 밝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이 이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원충연 전 사무관의 수첩 메모를 근거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 '친박계'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YTN 노동조합 등을 사찰했다고 보도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손 대표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일궈낼 때 수많은 피를 흘리고 수많은 젊음이 목숨을 잃었다, 피로 일군 우리 땅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며 "청와대에 의한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꼭 쟁취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으로 국민의 혈세가 헛되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생활을 위해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국회 안에서도 투쟁하겠다"며 원내·외 병행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손 대표는 "(저는) 여기에 나와서 국민의 힘을 모아 민주당이 국회에서 싸울 때 더 큰 힘이 되도록 뒷받침하겠다"며 "국민 여러분, 여기에 나와서 국민 여러분들의 손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높이 세울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박지원 "오세훈 시장마저 사찰... 국정조사 안 한다면 이명박식 독재"

 

 

'장외전'에 나선 손 대표를 대신해 국회를 지키게 된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서울신문> 보도를 예로 들며 "새로운 사실이 매일 양파껍질처럼 나오고 있다"며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반드시 쟁취하겠단 의지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원내에서도 새로운 의혹을 추가 공개,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민주당은 예산결산위원회 정책질의를 통해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또 하나의 사실을 공개하고, 정보위에서도 또 다른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며 "새로운 사실이 계속해서 밝혀지는데도 이 대통령이 국정조사와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이명박식 독재"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예결위에 참석해서 4대강 예산을 한 푼이라도 삭감해 노인연금과 아동복지에 사용하도록 하겠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출산대책도 강구하겠다"면서 "이러한 우리의 예산투쟁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전 우려했던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3대 위기'가 현실화됐다고 강조하고 "민주당은 3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깨어 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서울광장, 대한문 등지에서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 국정조사·특검 실시 및 4대강 대운하 공사 반대' 대국민서명운동을 집중 전개할 계획이다. 또 오후 6시엔 일반시민들이 참여하는 국민대회를, 오후 8시부터는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태그:#민주당, #천막농성, #서울광장, #민간인 불법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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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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