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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전단지 배포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사이버 전단 사이버 전단지 배포
ⓒ 현대차비정규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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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토요일, 일요일 현대차 사측의 1공장 점거 농성 침탈이 예상되오니 점거 농성에 참석하지 못하시는 비정규직 동지들은 모두 정문 앞으로 모여 주십시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정리해고자인 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으로부터 이 문자를 손전화로 받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48시간 릴레이 공동행동'이라는 사이버 전단지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토요일(20일) 오전에 이미 사측이 1공장 농성장을 침탈하려고 구사대를 많이 투입 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후라 집에서 편안히 잠들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그날 오후 4시경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집회 도중 분신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 앉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사측의 탄압이 심했으면 그렇게까지 항거해야 했는지, 참담한 마음까지 일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어두워진 후에야 현대자동차 정문 앞으로 가봤습니다.

컨테이너도 모자라 봉고차까지... 옹졸한 현대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모여 항의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듯한 알록달록 많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풍경은 대형 컨테이너였습니다. 현대차 사측은 정문 앞에서 집회를 못하게 하려고 대형 컨테이너를 쌓아 올려 놓았습니다.

컨테이너 앞 길엔 여러 동의 큰 막사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에서 항의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함께 임시 막사를 설치한 것이었습니다. 막사 속엔 각 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분들과 당원들이 오셔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다른 막사에 들어가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자가 많이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컨테이너 벽에도 많은 현수막이 붙어 있었는데 비정규직 노조에서 만든 이번 파업의 요구안이 적힌 큰 현수막도 보였습니다.

현대차 사측은 대형 컨테이너로 정문을 막은 것도 모자라 옆에다 회사 안에서만 쓰는 봉고차량까지 세워 두었습니다.
▲ 현대차 사측의 대응? 현대차 사측은 대형 컨테이너로 정문을 막은 것도 모자라 옆에다 회사 안에서만 쓰는 봉고차량까지 세워 두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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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붙이는데 애먹었어요. 사측이 구사대를 동원해 못 붙이게 막는 바람에 몸싸움 끝에 붙였어요."

날씨가 싸늘한 가운데도 '48시간 공동행동'을 하기 위해 찾아 온 많은 분들이 늦게까지 집회를 했습니다. 도로 옆에는 경찰이 와서 교통 정리를 하고 있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성내 도로 옆에는 전경버스와 방송 차량, 그리고 물대포 차량도 서있었습니다. 집회는 밤 10시 넘어 끝났고 나머지 시간은 소집단이 모여 토론회와 이야기 나누기를 한다고 했습니다.

차도 옆 인도엔 제 발걸음으로 95보나 되는 긴 깔판지 위에 옹기종기 참석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곳에는 전국에서 온 비정규직 점거 파업 지지자도 있었지만 노조 지침에 따라 다른 공장으로 파업 확대를 위해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도 많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인도에 깔아 놓은 깔판지 위에 앉아 돌아가며 불침번도 서가며 토론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저는 이 모임 저 모임 돌아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공장안 사정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어떻게 될 것 같은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우선 비정규직 노조의 1공장 점거 파업의 발단이 된 시트사업부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보았습니다.

"처음엔 시트사업부 업체 중 한 곳에서 조합원들이 갑자기 많이 생기고 젊은 분들이 많아서 힘차게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해오고 있었는데 현대차가 볼 때 그게 못마땅했는지 느닷없이 폐업한다는 공고가 나붙었습니다. 우린 새로 오는 불법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없으니 현대자동차와 직접 근로계약서를 맺자며 투쟁하니까 업체를 폐업 시켜 버리는 것이었어요. 11월 15일이 월요일이었잖아요. 그날부로 폐업한다는 공고가 나붙었어요. 그리고 작업자에겐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해지 통보를 해왔고 새로운 업체와 근로계약을 다시 맺으려면 노조를 탈퇴하라고 했어요.

우린 불법업체랑 얘기 안한다며 15일 아침에 시트사업부로 출근을 시도했지요. 그날 아침에 가보니 가관이었습니다.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려고 수백 명의 사측 관리자와 구사대가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고 차량 진입도 못하게 다 막아 놨더라구요. 우리도 그냥 물러설 수 없어서 관리자를 밀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 일하려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측 관리자들이 반코팅 장갑 안에 볼트를 여러 개 채워 넣고 마구 집어던지는거 있지요. 그리고 몇 사람씩 붙어서 마구 짓밟고 때렸어요. 여러 조합원이 머리와 얼굴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습니다."

시트사업부는 울산공장에서 다소 떨어진 다른 동네에 있는 공장인데 사무직과 관리자만 정규직이랍니다. 그 공장엔 3개 업체가 들어가 있는데 한 업체에 40~50여 명씩 해서 130여 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날 이곳에서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20대로 보이는 분도 있고 40대로 보이는 여성 분도 계셨습니다. 40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번 파업에 왜 참가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이번에 못 고치면 우리 자식도 비정규직"

어떤 조직에서는 위와 같은 몸벽보를 하고 참석 했습니다.
▲ 등 뒤 벽보 어떤 조직에서는 위와 같은 몸벽보를 하고 참석 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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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청에서 일한 지 13년차입니다. 13년 동안 인간 차별을 느끼면서 살아왔지요. 자식들이 커가고 보니 자식들도 나중에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될거 같더라구요. 지금 비정규직을 없애지 못하면 아마 제 자식 대엔 모두 비정규직이 될거라는 생각에 가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법파견이라고 대법원에서 판결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서 노조에 가입하고 이렇게 파업에도 동참하게 됐어요."

이 여성분을 비롯해 이번 파업에 동참한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에게 계약해지 예고 통보가 문자로 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 분들은 "이번엔 꼭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6일간 파업 농성에 참가하느라 피곤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추운데도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 침낭 속 잠 6일간 파업 농성에 참가하느라 피곤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추운데도 깊이 잠들어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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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약 2000여 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있는데요. 현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엔 대략 8000여 명의 비정규직이 다니고 있어요. 아직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을 대상으로 가입운동을 하려고 각 공장별로 조직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사측 관리자에게 붙잡혀 밖으로 쫒겨나게 된 조합원도 있어요."

지난 11월 15일 월요일 오후 1000여 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1공장 한 휴게실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 갔습니다. 이후에는 이번 싸움을 다른 공장으로 확대 시키기 위해서 그 중 500여 명을 2공장, 3공장으로 나뉘어 조직화 투쟁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주말에 사측에서 공장에 들어올 것이라는 첩보가 들어와 5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문 앞에서 사수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매우 쌀쌀했는데 감기 안 걸렸는지 걱정됩니다.
▲ 길에서 이불 덮고 날씨가 매우 쌀쌀했는데 감기 안 걸렸는지 걱정됩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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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끝나고 토론도 끝났습니다. 노동자들은 지난 일 주일간 파업을 하느라 피곤한 몸을 쉬게 하려고 대부분 누워 있었습니다. 긴 은박지 깔판을 한 장 깔고 홑이불을 하나 덮거나 침낭 속에 들어가서 새우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 사람씩 돌아가며 불침번도 섰습니다. 지역에서 연대 차원으로 오신 분들은 나무를 구해와 불을 때며 밤 새 자지도 않고 서서 상황을 지켜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 3시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누워 있는 깔판 빈자리를 찾아가 누웠습니다. 새벽 시간 쌀쌀함이 더해 등 쪽도 차갑고 앞 쪽도 차가웠습니다. 얼핏 잠이 들었다가 추워서 깨보니 21일 아침 6시경이었습니다. 오늘 오후엔 다시 큰 집회를 한다고 합니다. 집에 가서 눈 좀 붙이고 오후에 다시 상황을 보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으로 가봐야 겠습니다.

현대자동차 1공장 파업 사측 침탈을 막으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길에서 추운 날씨에 은박 깔판지에 누워 잠자고 있습니다.
▲ 노숙 지지 농성 현대자동차 1공장 파업 사측 침탈을 막으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길에서 추운 날씨에 은박 깔판지에 누워 잠자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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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대차, #금속노조, #비정규직,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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