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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대포폰 사용과 직접 사찰설 등 '2연타'를 터뜨린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여권의 최고위층도 사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추가 사찰 대상은) 이름을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인사로 그 분도 사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상황을 봐가면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을 자행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설치되기 전 청와대가 직접 사찰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이 거론한 사찰 대상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고위간부, 정두언·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으로 여권의 최고위층은 포함되지 않았었다.

 

"공개한 수첩 사본은 일부에 불과"... 추가 폭로 가능성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청와대 불법 사찰설에 대한 국정조사를 강하게 촉구하면서 추가 폭로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검찰은 복구된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민정수석실 보고용 폴더를 보고도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전혀 수사하지 않고 덮기에 급급했다"며 "검찰이 재수사한다 해도 면죄부 수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불법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한나라당이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폭로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지만 버틴다면 또 '대포'를 쏠 수밖에 없다"며 "17일 예결위에서 공개한 수첩 사본은 확보된 수십 페이지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관심을 끌고 있는 정보 출처와 관련해서는 "동화에서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을 못하게 해도 대나무 숲에서 바람만 불면 흘러나오지 않느냐"며 "진실은 정의감을 가진 메신저를 통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한다, 법원과 검찰, 국정원과 여권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정의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대포폰과 사찰 개입설 및 직접 사찰설을 연달아 터뜨리면서 민주당 내에서 '이대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 의원은 "대포알은 여기저기 숨어 있다"며 국정조사 관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의원과 한 인터뷰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이석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구여권 호남 인맥이 정보 유출? 대단히 모욕적인 이야기"

 

-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과 직접 사찰설 등을 연달아 터뜨려 당내에서 '이대포'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국민들로부터 격려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동료 의원들은 한 방 더 쏴야 한다며 대포알을 더 준비하라고 독려한다.(웃음)"

 

- 메가톤급 폭로가 이어지면서 정보의 출처도 관심이다.

"제가 가만히 앉아 있는데 누가 정보를 갖다 주는 것은 아니다. 우물 파는 사람들이 물이 나올 만한 곳을 파보듯이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부분을 파보니 나오더라. 대포알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17일 예결위에서 공개한 수첩 사본은 확보된 수십 페이지 중 일부에 불과하다."

 

- 지난 17일 공개한 내용 중에는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포렌식센터 분석 보고서'도 있었다. 검찰 내부 자료라 접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진실은 숨어 있기 싫어한다. 진실은 정의감을 가진 메신저를 통해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 한다. 정의감 가진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진실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검찰도 소수의 정치 검사가 문제지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는 조용한 다수가 많다. 법원도 그렇다.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 그리고 여권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진실을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것이 고통이다. 그래서 흘러나온다. 불이익을 받을까봐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나라가) 정말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화에서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을 못하게 해도 대나무 숲에서 바람만 불면 흘러나오지 않나. 구정권의 호남 인맥이 정보 유출원이라고 추측하는데 대단히 모욕적인 이야기다. 엉뚱한 사람들이 뒷조사를 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 청와대 직접 사찰설을 제기한 이후 청와대에서는 신빙성이 낮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국정원에서 파견 나온 이창화 전 행정관이 국정원장을 사찰했겠느냐고 하지만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게 이명박 정권이다. 17일 청와대의 직접 사찰 사례 6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어떤 천재적인 작가도 만들어내지 못할 개연성이 있는 사례다. 정치인 사찰 부분은 자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지만 당사자에게 누가 될 수 있어 구체적인 사안은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찰받은 여권 최고위층, 그 사실 알고 있을 것"

 

- 사찰을 받은 정치인들이 더 있나. 추가 폭로 계획은 있나.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여권의 최고위층 인사도 사찰을 받았다. 이름을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아마 그분도 사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사실이 공개됐을 때 그 분이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 사찰 사례)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

 

- 오늘(19일) 여권에서는 청와대 사찰을 담당했다는 이창화 전 행정관이 원세훈 현 국정원장도 사찰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서 국정원으로 복귀하려고 했지만 김성호 전 원장이 자기를 사찰한 사실을 알고 받지 않아서 총리실로 갔다는 이야기를 나도 들었고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행정관이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현직에 있을 때도 사찰을 했다면 원세훈 원장을 못 한다는 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 사찰 대상으로 거론한 인사들이 대부분 '영포 라인'의 윗선으로 지목받는 이명박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과 '왕차관'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과 갈등을 빚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는데.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파견 과정부터 의문이다. 박영준 당시 기획조정비서관 밑으로 가지 않았나.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에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없어 기획조정비서관실이 감찰 업무까지 했다. 그러면서 포항 출신인 사찰 전문가 이 전 행정관을 데리고 간 것 아닌가 싶다. 특히 박영준 차관과 갈등을 빚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이 전 행정관의 사찰 사실을 알고 인사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 지난 1일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을 폭로한 후 여권에서는 대포폰이 아니라 차명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지급된 대포폰이 5대라는 지적에 대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시인했다. 그런데 그 직후 검찰의 사건 축소가 시작됐다. 사용된 대포폰이 1대라는 것이다. 그것도 하드디스크 증거 인멸이 이뤄진 지난 7월 7일 즈음에 개설돼 그날 단 한 번만 썼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전화 1통화 하려고 대포폰을 만드는 경우가 어디 있나. 공중전화 쓰면 되지 않나. 또 도·감청을 피하려고 했다면 대포폰 1대로는 안 된다. 통화하는 상대방도 대포폰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포폰 존재 사실이 드러나게 돼 있다. 관련자들이 모두 대포폰을 가지고 통화를 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국정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청와대 개입 물증 나와도 검찰 덮기에 급급"

 

- 청와대와 여당, 검찰에서 추가로 밝혀진 사실들에 대해 이미 다 수사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포렌식센터 분석 보고서'를 보면 대검 디지털수사담당관실이 복구한 하드디스크에서 민정수석실 보고용 폴더 안 '동자꽃 파일'(기자 주 : 동자꽃은 불법사찰을 당한 김종익씨 아이디)이 발견됐다. 김종익씨 사찰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한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 그런데도 검찰이 눈감아 버린 것이다. 불법사찰에 청와대가 개입한 이보다 더 뚜렷한 물증이 어디 있나."

 

- 검찰은 제목만 있을 뿐 내용이 없어 수사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는데.

"그런 폴더와 파일이 발견됐다면 청와대 관련자들을 불러다가 조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내용을 확인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하지만 검찰은 안 했다. 애초부터 청와대를 조사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정황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서 못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 야권에서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검찰 재수사는 필요 없다. 검찰이 한다고 해도 믿을 수 없다. 면죄부 수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에서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시간을 끌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다. 불법 사찰에 청와대가 개입 안 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 청와대와 검찰만 그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그대로 덮으려고 하면 곪는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여서 하루빨리 진상규명에 나서는 게 이명박 정권을 위하는 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하고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한나라당이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불법 사찰과 비교하면 워터게이트는 조족지혈... MB 결단해야"

 

- 만약 국정조사가 실시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도 청와대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당분간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면서 지켜보려고 한다. 하지만 계속 눈 감고 버티면 또 '대포'를 쏠 수밖에 없다."

 

- 불법 사찰을 계속 추적한 의원으로 이번 사건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명박 정권은 소통을 안 하는 정권이다. '촛불 집회' 이후 겉으로는 반성한다고 하면서 밖으로는 국민 감시에 힘을 썼다. 소통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찰로 풀었다. 그래서 정부 기관에 사찰 베테랑들이 중용됐고 불법 사찰이 횡횡하게 됐다. 청와대가 직접 사찰을 자행하고 증거 인멸에 대포폰까지 동원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과 비교하자면 닉슨의 워터게이트는 조족지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태그:#이석현, #불법사찰, #민주당, #청와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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