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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권위 상임위원에 임명된 김영혜 변호사(자료사진)
 15일 인권위 상임위원에 임명된 김영혜 변호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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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인사"라는 논란을 빚었던 김영혜 변호사가 15일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김 위원은 이날 오후 인권위로 출근해 현병철 위원장, 장향숙 상임위원과 인사를 나눈 후 간단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 위원은 법무법인 '오늘' 공동대표와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김 위원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남부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세계여성법관회의 부회장 등을 지낸 바 있다.

12층 홍보협력과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마주친 김 위원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 말하기 곤란하다"며 자리를 피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김 위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김 위원은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를 위한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 활동가들이 11일째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은 대책회의 측에 "(자신이 상임위원 자리에) 부적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명을 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회의 측은 "현 위원장과 함께 김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운동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들 "김 위원, 인권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없어"

김 위원의 임명에 앞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촉구를 위한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김영혜 상임위원에게 '자격이 없으므로 상임위원을 거절하기를 요구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대책회의 측은 "인권위원에 관한 최소한의 자격기준이 인권위법 5조 2항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이라고 명시되어 있다"며 "(그러나) 김 변호사는 교사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의 변호활동에서 보여지듯, 인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이해도, 감수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이 전교조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의원의 변호를 맡은 것을 봤을 때, 개인정보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자기 결정권에 대한 몰이해를 알 수 있다는 것.

대책회의는 "더구나 현재 대통령직속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의 현직 사회정책분과 위원으로 재직하며, 정부 정책을 측근에서 지지하고 추진했다"며 "권력 가까이에서 권력의 입김에 좌우될 수 있기에 상임위원직을 거절하시기를 바란다"고 권고했다.

이어 대책회의는 "현 정부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무자격자를 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해 인권위가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김 변호사님이 상임위원직을 수락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일'"이라며 "적어도 법조인으로서 상식이 있다면 인권위 상임위원직을 거절하시리라 믿으며 다시 한 번 거절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회의 측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위원의 출근 소식을 전하자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이러면 정말 껍데기만 남겠네..."라며 긴 한숨을 뱉었다.

"무자격자 논란 불식 위해서는 근본 개혁 필요"

'현병철 취임 1년, 국가인권위 활동 평가 토론회'가 지난 7월 14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현병철 취임 1년, 국가인권위 활동 평가 토론회'가 지난 7월 14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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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권위 위원장과 위원을 임명할 때마다 불거지는 '무자격자' 논란과 이로 인한 갈등을 끝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7월 현 위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인권위 활동 평가 토론회'에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인권위원의 전문성과 인권지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인선절차가 없다"며 "시민사회의 추천을 보장하는 후보추천위원회를 도입하거나 인사청문회를 실시해 인권전문성이 있는 인물을 선출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당시 패널로 참석한 조영호 인권위 홍보협력과 과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인권위의 독립성이 확보되려면 사회적으로 신망 있는 분들이 임명되어야 한다"며 "큰 원칙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배여진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권위원과 인권의의 역할에 대한 공론화"라며 "이것이 이뤄진 후에 후보가 추천되고 검증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인권위원회 "한국 인권위 상황에 우려 표명, ICC에 조치 취할 것 요구"
아시아의 인권 이슈들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인 아시아인권위원회(Asian Human Rights Commission)는 15일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한국 인권위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ICC의 수임 사항 중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아시아인권위원회는 "아시아 지역의 다른 국가보다 모범기구였던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증진과 옹호에 대한 활동 미약, 전문성 결여 및 경험이 없는 위원의 임명으로 이제는 그 기능이 현저히 악화되어가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면서 위에 언급한 민감한 인권사안에 대해 자기 검열이 증가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한국 인권위가 인권을 옹호하거나 그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그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상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과, 국내와 국제적으로 정부를 감싸는 기능을 하는 정부의 부속기관이 될 것에 우려한다"며 "아시아인권위원회는 국제조정위원회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쇠퇴에 대해 연구 및 조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위원회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하향조정을 이미 요청한 바 있는 아시아인권위원회는 이러한 악화된 상황에 국제조정위원회가 정부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며, 이 기구의 악화된 상황에 빛을 비출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만약 국제조정위원회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국내의 인권보호에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로부터 이 기관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임에 우려한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이 담긴 서한은 전 세계 국가인권기구에 동시에 발송되었다. 아시아인권위원회는 지난 해 "한국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신용을 잃었다"며 인권위의 등급을 A에서 B로 하향할 것을 ICC에 요청한 바 있다.


태그:#인권위 ,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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