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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미공군기지에서 해고당한 정아무개(45)씨
 군산 미공군기지에서 해고당한 정아무개(45)씨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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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 군산 미공군기지(미 7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일해 오다 군기밀유출혐의를 받고 어느 날 갑자기 해고당한 정아무개(45. 군산시 소룡동)씨.

그는 지난 6월 주한미공군 특수수사대로부터 스파이혐의로 조사를 받은 직후 직장에서 추방된데 이어 지난 9월 해고됐다.

그를 황당하게 하는 것은 해고사유다. 해고이유는 그가 15년 동안 다니는 교회담임 목사인 유승기씨가 '군산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군산평통사) 전 대표를 역임했기 때문에 정씨 역시 반주한미군단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소속 담임목사가 신앙생활을 격려하기 위해 정씨의 사무실을 2번 방문한 일이 문제가 됐다. 해고통지서에는 반주한미군단체의 부대출입을 용이하게 했다는 혐의가 명시돼 있다.        

정씨는 "군산평통사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도 모르고 기독교인으로 주일날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는 일 외에는 사적으로 목사님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그런데도 미공군기지 측은 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17년 이상을 헌신해 온 대가가 스파이혐의에 의한 해고라는 데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가 심하게 잠겼다.   

감정을 가다듬은 그는 "수사를 받은 이후 누군가 계속 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인터넷이나 전화를 하는 것조차 두렵다"며 수년 동안 불법사찰을 받아온 데 대한 불안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 공군기지 측은 지난 2008년 9월 11일부터 정씨에 대한 조사를 벌여 왔다고 밝히고 있다.  

"미 공군기지, 조사서류철 열람조차 거절"

그는 "해고예고통지서에는 '서류철과 인사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증거자료를 본 적도, 제대로 반박기회를 부여받은 적이 없다"며 "조사서류철에 대한 복사는 물론 열람조차 거절당하는 등 부당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군산 미공군기지에서 지난 17년간 사무직 11급 전기공학기사로 근무하며 전기 공사 관련 설계와 감독 등 업무를 맡아 왔다. 

직장에서 추방된 지 정확히 6개월째에 접어드는 지난 12일 정씨를 군산에서 만나 해고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군산 미공군기지 정문
 군산 미공군기지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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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어떤 과정으로 군산 미공군기지에 입사했나?
"1995년 입사했다. 부친이 같은 곳에서 30년 이상 근무하고 정년퇴직했다. 미군부대 특성상 내부적으로 인사공고를 하는데, 아무래도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입사를 하게 된다"

- 부대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전기 엔지니어다. 전기시설관련 설계와 공사 감독도 하고 대체로 전기기사들이 하는 일이다. 해고예고 통보서에는 제 업무자체가 전기공학기사로 주요군사시설계획 정책 및 절차 등에 지속적인 접근이 요한다고 적혀 있다."

- 해고 사유가 '반주한미군단체와 관련돼 있어 미군 시설접근을 더 이상 하게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게 무슨 얘기인가? 
"지난 6월 10일 오전 10시경 얘기부터 해야겠다. 이날 주한미공군특별수사대로부터 면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같은 부대라 곧바로 방문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수사관들이 종이를 하나 주더니 서면으로 근무 연수와 종교 등에 대해서 질의했다. 그러더니 군산평통사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군산평통사는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알고 있을 뿐 무슨 단체인지 잘 알지도 못한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수사관들은 '교회 신도 중 절반 이상이 군산평통사 회원이고 담임목사가 대표인데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추궁했다. 나중에는 내가 군산 여성의전화와 평화선교회, 소속 교회에 후원 회비를 낸 기록을 제시하며 '이런 반미단체에 회비를 낸 당신의 진술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 군산 여성의 전화'는 군산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고 '평화선교회'는 순수자선선교단체인데 왜 이곳에 후원 회비를 낸 게 문제가 되나?
"뒤늦게 알고 보니 '군산여성의 전화' 전 사무국장이 한때 군산평통사의 후원 회원이었고,  평화선교회에 우리 교회 소속 교회신도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험단체로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해할 수 없다."

(유승기 목사는 "평화선교회는 우리 교인들이 꾸리는 선교단체다. 스리랑카 쓰나미 피해를 당한 고아들을 돕고,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안학교인 산돌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 그룹 홈을 하고 있는 소외아동을 위한 순수자선선교단체다"라고 설명했다.)  

"민간인들 골프장 수시이용...목사님 방문이 왜 문제인가"

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해고당한 정씨(왼쪽)
 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해고당한 정씨(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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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수사대가 정씨의 개인 자료를 비롯 군산평통사의 후원회원 명부까지 사찰했다는 얘기인데 혹시 뒤늦게라도 이메일 검열 등에 대한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나?
"전혀 없다. 대신 수사관들이 수사과정에서 내가 속한 돌베개교회 신도 중 절반이상이 군산평통사회원인데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몰아 붙었다. 교회 신도명부는 물론 군산평통사 회원명부까지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 해고 사유에 '반주한미군단체 관계자들의 부대출입을 용이하게 했다'는 대목도 있다.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
"2007년과 2009년 각각 담임 목사님이 부대를 방문한 일을 말하는 것이다. 먼저 2007년 가을쯤 목사님이 교인들의 일터를 방문했다. 교인들이 일터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신앙적으로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제가 일하는 군산기지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오셔서 식사를 하고 신앙생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방문 기념으로 제가 근무하는 시설대 건물과 사무실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  2009년 10월경에도 동일한 목적으로 목사님이 방문하셨고 점심을 함께 했다. 방문시간은 1시간 이내였고 안보를 해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직장방문은 교회신도 전체에 대해 행해지는 일이었고, 담임 목사님 말고도 일반인들이 내부직원의 안내를 받아 기지를 방문할 수 있다. 당시 담임목사님의 방문과 안내도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동안 기지 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식당과 골프장 등을 출입하는 민간인들이 많았다. 또 미공군측이 매년 기지를 개방해 문화행사를 열고 있다.  직장방문 이후 목사님이 소속 돌베개교회의 인터넷 비공개 카페에 방문결과를 사진과 함께 올려놓았는데 이를 마치 스파이 활동의 증거인양 문제를 삼았다. 사실상 방문허가를 받아 이루어진 신앙생활과 관련된 담임목사님의 직장방문을 뒤늦게 '반주한미군단체 관계자들의 부대출입을 용이하게 했다'고 문제삼은 것이다."

- 조사과정에 또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나?
"제 업무 중에 도면계획을 그리는 일이 있다. 그런데 수사관들이 인터넷에서 얻었다고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우리 기지와 관련된 컴퓨터 도면을 보여주며 내가 유출했다고 단정지었다. 제가 이 자료는 외부에 있는 하청업자들도 다 볼 수 있는 공개된 자료이고 보안서류가 아닌데 왜 내가 유출했다고 하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다른 정보를 제공한 적이 있느냐, 당신이 스파이냐 목사가 스파이냐, 아니면 당신이 정보를 준 희생양이냐'라고 몰아붙였다.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귀담아 들으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 조사와 직장에서 쫓겨난 일이 이날 하루에 다 이루어진 건가?
"특별수사대수사관들로부터 조사를 받은 지난 6월 10일, 그날 회사정문 밖으로 쫓겨났다.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해 오후 6시 경 끝났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있는 컴퓨터를 압수당했고, 내 기지출입증을 압류 당했다. 이어 곧바로 무장한 헌병을 부르고 군견을 데리고 와서 내 사무실의 개인 소지품을 다 싸라고 했다. '해고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그날 정문에서 추방당하고 말았다. 사실상 모든 조사와 추방이 이날로 끝이 났다. 그 때문에 결과를 맞춰놓고 수사를 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의제기'에도 해고조치..."원상복직 원한다"

군산시민사회단체들이 군산 미공군기지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군산시민사회단체들이 군산 미공군기지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김판태(군산평통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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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해고예정통지서를 받았나?
"지난 8월에 특별수사대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였고, 9월에는 제8시설대장 명의로 해고예정통보서를 보내왔다. '특수수색대 보고서에 의하면 내가 최소한 반주한미군 단체와 관련돼 있고 그들의 부대출입을 용이하게 해 이후 업무수행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해고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억울하다는 내 진술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특수수사대'의 보고서는 살펴보았나?
"아니다. 해고예고통지서에는 '서류철과 인사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이의신청서'에는 개선조치 방안, 대리인 여부, 청문회 참관 희망 여부 등 적게 되어 있는데 증거자료를 본 적도, 제대로 반박기회를 부여받은 적도 없어 조사서류철을 복사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열람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이의제기서'는 제출했나?
"9월 28일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기독교인으로 주일날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는 일 외에는 사적으로 목사님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고 군산평통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 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 어떤 조치에도 따르겠다'는 내용이다. 목사님께서 당시 부대를 방문하게 된 경위서까지 별도로 작성해 제출했다."

- 그런데도 해고통지서가 온 것인가?
"그렇다. 해고통지 사유는 '서면 항변서를 검토한 결과 한미 보안성 대상물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명백히 안전성에 위험이 된다'였다. 10월 21일자로 해고 조치했다. 해고결정통지서가 해고통지예고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부당하다고 생각할 경우 '이의제기' 대신 주한미군 한국인직원소청위원회에 소청할 수 있다'는 안내문만이 다를 뿐이다."

- 소청심사는 했나?
"소청과 함께 관련된 모든 증거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기회를 갖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군산 공군기지가 증거자료에 대한 공정하고 편견 없는 검토가 이루어지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공군특별수사대 마크
 미공군특별수사대 마크
ⓒ 김판태(군산평통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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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심정은?
"17년 이상을 헌신해 온 데 대한 대가가 스파이혐의에 의한 해고라는 데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부대에서 여러 차례 상도 받았다. 아버지도 30년 이상 기지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임하셨다. 스파이 혐의로 몰려 너무 힘들었다. 누군가 계속 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고, 인터넷이나 전화하기도 두렵고 불안하고…….

처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가 있는데 지금은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려고 하니까 군산고용지원센터에서 부당해고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않는 이상 직장에서 해고당하면 실업급여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

-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듯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당해고 취소와 원상복귀를 원하고 있다."

- 군산평통사 등 시민단체에서 대책위를 구성해 정씨를 돕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군산평통사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말해왔다. 군산평통사 등의 도움이 고맙기도 하지만 미군부대 측에서 이를 해고를 합리화시키는 근거로 끌어 붙일까 싶어 부담스럽기도 하다."


태그:#군산 미공군기지, #주한미군, #부당해고, #군산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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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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