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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 여강길 도로가에서 바라다본 풍경. 밭 한가운데에 4대강 공사 예정임을 알리는 노란 깃발이 꽂혀 있다.
 경기도 여주 여강길 도로가에서 바라다본 풍경. 밭 한가운데에 4대강 공사 예정임을 알리는 노란 깃발이 꽂혀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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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환경단체의 환경상 시상식에 참석한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 간부들이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지역에 대해 시상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시상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예장동에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주최로 열린 '이곳만은 지키자' 시민공모전 시상식에 시상을 하러 온 환경부 이아무개 과장이 공모전에 당선된 지역이 4대강 사업 구간이라는 이유로 시상을 거부했다.

'이곳만은 지키자' 시민공모전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보전가치가 높지만 개발로 훼손 우려가 큰 지역을 선정해 매년 보전 대상지로 지정하는 환경상이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으로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올해 8회째인 공모전에는 총 26개 대상지가 응모를 했다. 그 가운데 서류 심사와 네티즌 투표 등을 거쳐 안기리갯벌(국토해양부장관상)과 망월지(환경부장관상), 여주 여강길(산림청장상), 충주 비내늪(내셔널트러스트상), 용동 당하제습지(심사위원특별상) 등이 수상 지역으로 뽑혔다. 이 가운데 여주 여강길과 충주 비내늪은 모두 4대강 사업 한강유역 구간에 포함된 지역이다.

"NGO 고유영역 침범한 월권행위"

김금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은 "정부에서 후원을 받아 각 부처의 이름을 단 상을 수여하고 있지만 공모전은 정부 후원 비중보다 시민들의 참여 비중이 훨씬 높다"며 "4대강 사업 구간에 포함된 지역이 각 부처 장관상에 선정된 것도 아닌데 시상을 거부한 것은 NGO의 고유 업무 영역을 침해하는 월권행위이고 시민들의 선택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산림청은 각 200만 원씩 후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국장은 "수상작을 결정하는 자리에 오지도 않았고 이후에 각 상의 수상지역을 공문을 보내줬지만,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시상식에 와서 시상을 거부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정권에 잘 보이려는 의도된 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작년에도 국토해양부 장관상에 송도 갯벌을 선정하는 등 개발하려는 정부와 보존하려는 환경단체 간에 마찰이 있는 지역도 문제없이 시상했다"며 "이번에는 오직 4대강 사업구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상을 거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국장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국장급 간부는 시상식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단체와 정부의 가치 차이가 있다"며 "정부에 4대강을 망치려는 사람은 없다. 정부 입장과 다른 일에 장관 명의를 쓰는 것은 곤란하다"고 발언했다.

1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상식에 참석한 환경부의 이아무개 과장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방치 등으로 환경문제가 있는 지역을 더 좋게 만들자는 것"이라며 "문제점이 있는 지역을 더 좋게 만드는 4대강 사업 대상지가 보전 지역으로 선정돼 운동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공모전에 당선된 여주 여강길은 경기 여주 신륵사에서 섬강 합류점까지 남한강을 따라가는 55㎞의 탐방로다.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종인 층층둥굴레가 여강길의 부라우 나루터, 아홉사리 과거길 일대에 자생하고 있고 강물과 억새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현재는 4대강 사업 강천보 건설로 일부 구간이 끊어져 있는 상태다.

충주 비내늪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2급종인 단양쑥부쟁이와 흰목물떼새의 서식지로 길이 약 1km, 너비 약 150m의 넓은 습지다. 4대강 사업 7공구인 비내늪은 지난 5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태그:#4대강, #한국네셔널트러스트, #국토해양부, #환경부, #여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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