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가을은 모든 산에 단풍이 눈부시고

밤에는 달 밝고

벌레 소리 흥겨우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산림경제>중-박세당

 

내원사 계곡 명품 단풍 절정

 

두 달 전 뜨거운 땡볕 속에 헉헉대며 올라가던 천성산 산행길이다. 깊은 가을이 도착한 지난 7일, 천성산의 내원사 계곡의 단풍터널은 가만히 쳐다만 봐도 속내까지 불태우는 듯했다. 내원사 계곡 가을 단풍은 정말 명품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내원사 단풍 터널 지나니 이제는 다 장성한 아이들과 보낸 그해 가을이 문득 떠올랐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 이곳으로 가족 단풍놀이 왔었다. 그해 가을의 내원사 계곡의 단풍의 아름다움은 오래 세월이 지나도 인상이 깊었던 것이다.

 

어쩜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기에 이토록 오래 가슴에 단풍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올해 찾은 내원사 계곡의 단풍.  정말 장관이었다.

 

내원사 계곡은 사계절 어느 계절에 찾아와도 아름다운 명소다. 특히 가을 단풍은 아름답다. 단풍이 물드는 계곡의 넓적바위에 주저 앉아 맑은 물 속에 어리는 천성산을 쳐다보니, 지척의 석남사의 아름다운 단풍을 노래한 시편 하나 떠올랐다.    

 

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야

어찌할 줄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

<석남사 단풍>-최갑수

 

 
천성산 기슭의 내원사계곡(도지정기념물제81호)의 소재지는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용연 마을의 내원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대둔사를 창건하면서 주위에 89개 암자를 두었다고 전해온다.
 
내원사는 그중 하나이며, 내원사지로 불리어 오다가 내원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가람은 6.25때 불탄것을 1958년 수옥비구니가 재건한 사찰. 내원사는 동국제일의 비구니 스님의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내원사 주변에 노전암, 성불암, 금봉암, 안적암, 조계암 등 많은 암자가 있다. 내원사 계곡은 울창한 숲과 기암 절벽 등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 온 것처럼, 계절마다 색다른 환상과 낭만을 주는 계곡이다. 
 
옛날 부터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내원사 쪽과 노전암쪽 2개의 계곡은 특히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사계절 없이 관광객들의 발길이 붐비는 내원사의 천성산에서 채취하는 도토리로 만든 묵은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건강식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공룡 능선 따라 단풍길 따라

 

푹신푹신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내원사 계곡의 산길은 우수수 바람에 날리는 낙엽비가 떨어져 투명한 계곡물에는 떨어진 낙엽이 쌓여, 물속도 깊은 가을이었다. 콸콸 흐르는 물소리도 단풍물이 들어 붉은 듯…. 산이 깊어질수록 단풍은 더욱 붉고 색깔이 고왔다.

 

숲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주워 가을 냄새 맡으니 시커멓게 도시의 매음에 찌든 폐부가 깨끗해 지는 듯하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라 하지만, 천성산의 가을은 청춘처럼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도 이 가을은 단풍이 곱게 든 한 장의 낙엽 같다. 드문드문 보이는 억새 군락지에서 바라보는 천성산은 가히 신들이 내려와 노는 정원 같다. 불타는 단풍 터널 속을 지나 공룡 능선을 터벅터벅 혼자 걷는다. 

 

공룡 능선 길이 있는 천성산. 걷다 보면 내 몸은 어느새 땀이 흥건하고 단풍의 불길에 타는 내 마음도 몸도 그리움에 타는 것처럼 붉다.

 

덧붙이는 글 | 교통 안내, 국도(35호) : (명륜동 지하철역 앞에서 양산 12번 버스 이용) 명륜동 → 양산 → 내원사(용연) → 통도사 → 언양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로  내원사 입구(용연) 하차, 내원사까지는 도보(30분) 


태그:#천성산, #내원사 단풍, #단풍터널, #가을산, #등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