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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SSM(=Super Supermarket)이 포화상태를 넘어 시장과 중소상인에게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지식경제부에서 건네받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9월말 현재 영업 중인 대형마트는 422개, SSM은 803개에 달한다. 대형마트의 경우 2007년 354개에서 119.2% 증가했으며, SSM은 2007년 332개에서 무려 241.9%나 늘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대형마트와 SSM의 천국으로 변모했다. 그럼에도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이하 상생법) 개정안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반대로 국회에 머물고 있어 중소상인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정부와 국회가 개정안 통과를 미루는 사이 '투자자 국가 제소권'이라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되고, 그 연장선에서 한-EU FTA가 체결되면 중소상인들은 그나마 있었던 보호막조차 잃게 된다.

이에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은 지난 3일 국회 앞에서 열린 '한-미 FTA 밀실 재협상 중단과 재검토를 촉구하는 시국대회'에 참여해 '중소상인들도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한-EU FTA 협상내용을 공개하라고 성토했다. 중소상인들이 한-미 FTA 반대에 나서기는 처음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대형마트ㆍSSM 포화지도 2010년 9월말 현재 국내 SSM과 대형마트는 포화상태를 넘어 과잉상태다. 이미 업계에서 적정수준으로 내다보는 인구 10만~15만명 당 대형마트 1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대형마트와 SSM 점포 1개당 인구가 10만명 이하인 지역이 전국 230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무려 158곳에 달했다.
▲ 대형마트ㆍSSM 포화지도 2010년 9월말 현재 국내 SSM과 대형마트는 포화상태를 넘어 과잉상태다. 이미 업계에서 적정수준으로 내다보는 인구 10만~15만명 당 대형마트 1개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대형마트와 SSM 점포 1개당 인구가 10만명 이하인 지역이 전국 230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무려 158곳에 달했다.
ⓒ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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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법ㆍ상생법 개정 미루는 사이... 소상공인 절반, 월100만원도 못 벌어

2010년 9월말 현재 국내 SSM과 대형마트는 포화상태를 넘어 과잉상태다. 이미 업계에서 적정수준으로 내다보는 인구 10만~15만명 당 대형마트 1개 수준을 넘어섰다.

권영길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형마트와 SSM 점포 1개당 인구가 10만명 이하인 지역이 전국 230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158곳에 달했다. 즉, 158개 지역은 이미 과잉상태라는 얘기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 통과를 미루는 사이, 올해에만 SSM 가맹점이 무려 36곳이나 개점했다.

과천시는 SSMㆍ대형마트 1개당 인구수가 1만 8012명에 불과해 SSMㆍ대형마트 초화상태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했다. 두 번째는 부산 사하구로 SSMㆍ대형마트 1개당 인구수는 1만 9989명이었다. 인천은 4만 9283명, 부평구는 5만 6392명으로 나타났다. 전국평균은 4만 898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대형마트와 SSM이 급증하고,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정부와 한나라당이 미루는 사이 올해 소상공인들의 70% 이상은 지난해 비해 매출과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반이상이 월100만 원도 못 버는 것으로 조사돼 사태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방증했다.

지난 3일 중소기업청이 제조업과 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1만 69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줄어든 사업체는 71.7%, 순이익이 감소한 사업체는 73.4%에 달했다.

소상공인의 월평균 순이익은 사태가 더 심각했다. 순이익 100만 원 이하가 30.8%, 적자나 수익 없음이 26.8%를 차지해 소상공인의 절반 이상이 월 100만 원도 못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매업자의 53.4%가 대형마트의 출현을 경영악화의 제1 요인으로 지목했다.

EU는 유럽 상인 보호... 한국은 자국 상인 내몰아

유통법ㆍ상생법 개정과 함께 한-미, 한-EU FTA가 중소상인에게도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두 법률 개정안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외교통상부가 FTA 체결과 협상과정에서 통상마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상생법이 통과하면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된다. 한-EU FTA 발효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면서 관련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EU와 유럽의회는 한-EU FTA 협정이 체결되기 전 유럽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유럽 각국마다 경제적 수요심사를 실시토록 해 각 정부와 의회가 자국의 시장에 영향에 미칠 것 같다면 '입점을 제한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할 수 있는 조치다.

또 EU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이행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EU FTA를 통해 관세를 없애거나 낮췄을 때 유럽의 산업과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경우 말 그대로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긴급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이다.

이와 관련,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이렇게 EU는 소속 국가들의 산업 피해에 대한 보호대책을 우선시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국 상인들의 피해가 전면화 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고 한 뒤 "유럽이 하면 WTO와 상관없고, 우리가 하면 WTO에 위배되는 것인가? 이는 21세기 매국"이라고 비판했다.

한-EU FTA 역시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EU는 유럽의회의 비준동의를, 한국은 국회의 비준동의를 얻어야한다. 때문에 유럽의회는 비준동의 전에 긴급수입제한조치 이행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결국 EU를 핑계로 법안 개정을 미루고 있다. 한국이 아닌 유럽을 위해 법안 개정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재검토 한-EU FTA 협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EU는 소속 국가들의 산업 피해에 대한 보호대책을 세우고자 긴급수입제한조치 이행 법안을 준비 중인 데 비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국 상인들의 피해가 전면화 되는 상황에서도 통상마찰 가능성을 핑계로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외면하고 있다.
▲ 한미FTA 재검토 한-EU FTA 협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EU는 소속 국가들의 산업 피해에 대한 보호대책을 세우고자 긴급수입제한조치 이행 법안을 준비 중인 데 비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국 상인들의 피해가 전면화 되는 상황에서도 통상마찰 가능성을 핑계로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외면하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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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도 FTA 재검토 투쟁에 적극 나설 것"

그렇다면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이 정말로 한-EU FTA에 위배되는 것일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GATS 협정(=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WTO의 서비스교역에 관한 정부간 협정) 6조는 정한 합리성, 공평성, 객관성을 준수하면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은 필요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EU도 FTA와 상충되는 세이프가드 이행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한신대학교 이해영 교수 또한 "한-EU FTA가 아직 발효된 것은 아니니 만큼, 원칙적으로 (개정안 통과가)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양 법안을 통과시키고 난 뒤, 이를 지렛대 삼아 EU 측과 별도의 추가협상을 통해 '대형매장'을 새로이 소매서비스 유보조건에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투자자-정부 소송제'에 따라 테스코 측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이 아수라판은 왜 생겼나. 한마디로 협상 실패 또는 준비 부족의 결과다. 국내 중소상인들이 지불해야할 대가를 고려해볼 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EU 측과 이 부분을 재협상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규제특위 인태연 부위원장은 "한-미 FTA가 재검토 없이 타결되고, 나아가 밀실협상으로 추가로 내주면 한-EU FTA도 그 연장선에서 될 것이다. 대체 이 나라 외교통상부는 어느 나라 외교통상부인가? 어려운 말로 상인들을 우롱하는 짓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 이제 상인들도 FTA 반대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FTA#중소상인#투자자정부소송제#한미FTA#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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