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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1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1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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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20% 인하를 내건 '제4이동통신사'의 꿈은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2일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의 기간통신사업을 불허하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SK텔레콤, KT, LGU+ 등 이통3사의 독과점 체제가 지속돼온 통신시장에서 제4이동통신사가 등장하면 요금 인하 경쟁을 불러 소비자 편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KMI에서 신청한 와이브로 음성 사업 자체의 불확실성과 대주주 이탈에 따른 '먹튀' 논란이 맞물리면서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요금 20% 낮추면 가입자 20% 확보? "지나치게 낙관적" 

KMI는 허가신청 적격심사는 통과했지만 사업계획서 심사 결과 100점 만점에 65.514점을 받아 허가 기준 점수인 70점을 넘기지 못했다. KMI에선 일단 사업계획서를 다시 작성하고 주주 구성을 바꿔 이달 중 재신청할 계획이지만 내년 7월 서비스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KMI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정적, 기술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영업 부문에선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장 전망에 따라 사업계획을 수립했고 향후 자금조달 능력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또 기술 부문에서도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자로 참여하기로 한 주주 참여사들의 통신 사업 경험이 전무하거나 일천하다는 것이다.

노영규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KMI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네트워크 운영 경험 있는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통신 사업 경험이나 서비스 경험도 일천하고, 통신사업에 상당한 시간 소요가 예상되는데 2011년 서비스 계획을 공언하고 지속적으로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겠다고 제시한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KMI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2016년까지 총 5조 1583억 원 투자를 예상했는데 이 가운데 45.7%인 2조 3583억 원을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해서 얻은 영업수익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KMI는 2016년 6월까지 누적 가입자 880만 명을 확보한다고 했는데 올해 10월 현재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가 44만 명인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노 국장은 "기존 사업자보다 20% 낮은 요금을 제시하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20%를 확보할 것을 전제했는데 요금이 낮아지면 경쟁사업자도 대등하게 낮출 수 있어 과다한 시장 점유율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체적인 와이브로 시장의 전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국회 문방위 방통위 국감에서 "2009년 말까지 KT와 SKT가 와이브로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7300억 원, 6700억 원이었는데 KT의 경우 전국 커버리지는 6.9%에 불과하다"면서 "KMI가 2조 원을 투자해도 전국에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4G 시대를 앞두고 와이브로가 변화하는 통신 인프라 환경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것이 자명한 마당에 방통위가 여전히 와이브로에 목을 매는 것은 확연한 시대착오적 정책 오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와이브로는 국제표준기술로 인정받은 국내 개발 기술이지만 그동안 국내 이통사들의 투자가 부족해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만 서비스가 돼 왔다. 사진은 지난 9월 30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인텔 와이브로 사업 제휴 행사.
 와이브로는 국제표준기술로 인정받은 국내 개발 기술이지만 그동안 국내 이통사들의 투자가 부족해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만 서비스가 돼 왔다. 사진은 지난 9월 30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인텔 와이브로 사업 제휴 행사.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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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바뀌며 '먹튀' 의혹... 통신3사 견제 탓?

지난 6월 11일 허가 신청 당시 KMI는 총 자본금 4100억 원에 22개 주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었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최대주주였던 삼영홀딩스 등이 빠지고 사업 의지나 재무 상태가 불확실한 새 대주주들로 대거 교체된 것도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때 급등했던 삼영홀딩스 주가가 빠지며 주가 차익을 노린 '먹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KMI 쪽에선 애초 주주 구성 과정에서 통신 3사의 견제 때문에 건실한 주주 확보가 어려웠다는 푸념도 나왔다. 

노영규 국장은 "삼성전자가 망을 구축하고 기술 지원을 하겠다고 해 망은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KMI 사업주가 제공하는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MVNO로 참여하기로 한 대주주 참여 업체들이 통신사업 경험이 전무하거나 일천해 서비스 제공이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심사위원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 국장은 "통신 사업 경험 있는 중소기업만이 신청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KMI 점수가 낮았던 것은 사업계획 콘셉트에 부응하는 주주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KMI는 네트워크 인프라만 제공하고 통신 서비스는 주주 업체들이 MVNO 형태로 하겠다는 획기적인 사업계획안 자체가 거꾸로 KMI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KMI "사업계획서 보완해 재신청"... 방통위 "주주 구성 바꿔야"

옛 정보통신부 국장 출신인 공종렬 KMI 대표는 2일 방통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심사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면서 사업계획서를 보완하고 주주 구성을 바꿔 이달 중 다시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MI 대주주로 참여한 IT업체 관계자는 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 업체는 MVNO와 연관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변함 없이 대주주로 참여할 것"이라면서 "KMI와 주주 참여 업체들이 논의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영규 국장은 "KMI에서 향후 사업 계획이나 기술 계획을 보완해서 다시 사업 허가를 신청한다면 당연히 규정에 따라 재심사할 것"이라면서 "사업계획서도 바꾸지 않고 현재 주주 그대로 한다면 '팩트' 자체가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심사위원이 바뀐다고 65점에서 70점으로 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제4이동통신 좌초 안타까워... 문제 있는 주주 교체해야"

최문순 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달 6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
 최문순 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달 6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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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가 다시 허가 신청하더라도 주파수 할당 공고 등에 3~4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그 안에 KMI 외에 또 다른 컨소시엄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정치권에선 '제4이동통신사업자' 등장 좌초 자체를 안타까워 하면서도 문제점을 보완해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방통위의 KMI 허가 절차에 위법성을 제기했던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3일 논평에서 "제4이동통신사업자 등장이 좌초된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KMI의 재도전 의향에 대해서도 환영하고 KMI는 물론 다양한 사업자가 도전하여 우리나라에 제4이동통신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용경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방통위 심사 내용에 대해 "사업 계획에 나온 시장 전망이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은 공감하지만 후발 주자에게 통신 사업 경험이 일천하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통신사업 경험보다 사업 참여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방통위 국감에서 KMI 대주주의 '먹튀' 의혹을 제기했던 최문순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 KMI 주주 구성이나 재무구조 상태로는 사업 의지가 있는 주주보다는 일시적인 투자 목적으로 들어온 세력이라고 본다"면서 "제4이동통신의 긍정적인 효과는 바라지만 불허를 계기로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사업 포기하지 말고 계속 진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KMI가 이렇게 된 데에는 기존 통신3사의 견제 때문에 건전한 주주를 모으기 힘들어진 측면도 있다"면서도 "지금 KMI 주주 구성 그대로 가져가기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문제 있는 주주는 빠지고 자본력과 사업 의지가 있는 주주들이 새로 들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KMI, #제4이동통신사, #와이브로,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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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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