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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현장 확인 조사가 이뤄진 건 올해 4월 중순이었고 분포 확인 조사는 6월 중순에 완료했는데, 준설토 반입은 이보다 훨씬 앞선 지난 2월말에 시작되었다. 매장문화재 조사는 4대강(낙동강)정비사업 공사 시작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다."

경남 함안 덕남지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곳에서는 석기, 고려·조선시대 유물과 무문토기, 초본류 화석 등이 나왔다. 초본류 화석은 당시의 식생이나 생태, 해수면 변동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런데 준설토가 이미 매립되어 버린 것이다.

함안 덕남지구 문화재 매장지.
 함안 덕남지구 문화재 매장지.
ⓒ 낙동강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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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들은 "함안군 덕남지구의 매장문화재 출토는 사업지구 면적 74만1000㎡ 중 극히 일부인 구릉지 시굴조사에서 확인되었다"며 "덕남지구의 경우 지형상 하천을 이용한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지구 전체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다.

고고학자 30명은 지난 1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사업 농경지 리모델링 지역'에 대한 문화재 조사와 보존을 촉구했다. 학자들이 정부의 4대강사업 강행군에 제동을 걸었고, 대표적으로 함안 덕남지구가 거론된 것.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경남도당,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아래 낙동강경남본부)는 3일 오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안 덕남지구 준설토 처리 공사를 중단하고 문화재 조사를 철저히 할 것"과 "낙동강 주변 사업대상지 농지에 대하여 문화재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농지리모델링 대상지 가운데 13%만 문화재 조사

이들은 "정부는 4대강사업 준설토 처리장으로 활용되는 농경지 중, 과거에 경지 정리된 땅일 경우 지표조사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지표조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였다"며 "그 결과 경남지역 농지리모델링 대상지(전체 면적 2268만8000㎡) 중 약 13%에 해당하는 면적(301만8540㎡)에 대해서만 조사를 실시하고, 나머지 87%에 대해서는 조사가 생략되었다"고 설명했다.

함안 덕남지구 문화재 매장지역. 준설토를 실은 트럭이 들어오고 있다.
 함안 덕남지구 문화재 매장지역. 준설토를 실은 트럭이 들어오고 있다.
ⓒ 낙동강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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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들은 함안 덕남지구가 창녕 비봉리 유적지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녕 비봉리 유적지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배 2척과 노가 출토되었다. 고고학자들은 "덕남지구 매장문화재 출토는 지역의 선사시대 역사를 새롭게 기록하는 것으로, 과거 우리 지역의 찬란했던 문명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가슴 벅찬 경험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비봉리 유적지는 문화재 조사지표에서 4~5m 아래 지점에 해당된다"며 "이를 예증하듯이 덕남지구에서는 지표 6m 아래 지점에서 선사시대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문화재 발굴은 지표로부터 4~5m 이상의 지하부를 중심으로 더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제시했다.

"문화재 발굴에 대한 정부 대응에 경악"

이들은 "선사시대 문화재가 출토된 낙동강 18공구, 함안군 덕남지구에 불법 반입된 준설토를 모두 제거하고 매장문화재에 대한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며 "함안 덕남지구의 문화재 출토는 선사시대 역사를 새로 서술해야 하는 고고학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재 발굴에 대한 정부의 어이없는 대응은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한다"고 밝혔다.

함안 덕남지부 문화재 매장지.
 함안 덕남지부 문화재 매장지.
ⓒ 낙동강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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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경남본부 등 단체들은 "국토해양부는 4대강사업 관련 사업지역을 경지 정리된 지역과 되지 않은 지역으로만 구분하여 경지 정리가 된 지역에 대해서는 문화재 조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사업대상지가 경지 정리 과정에서 형질 변경되어 이미 매장문화재가 훼손되었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남지역 농지리모델링 지역 중 13%에 대해서만 문화재 조사가 실시되었다. 하지만 덕남지구의 유적지 발굴 사례들을 볼 때, 경지 정리로 인해 매장문화재가 훼손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농지 전체에 대한 매장문화재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태그:#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 덕남지구, #낙동강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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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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