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알량한 배추가 언제 자라서 김장배추가 되지?"3개 이파리가 달린 김장배추 모종이 우리 집 텃밭에 이사 온 것은 지난 10월 2일.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늘씬한 이파리였다. 때문에 신생아 다루듯이 김장배추 모종을 텃밭에 심어놓고 1주일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김장배추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1개월이 지난 지금, 김장배추 이파리는 얼추, 15개 정도 이파리를 생성했다. 무려 5배가 넘는 이파리가 한 달 만에 돋아난 셈이다. 그런데 김장배추는 자라면서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다. 방해 공작을 하는 벌레들이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이파리를 쪼아 먹는 벌레들때문이다. 1주일에 한번 정도 방문하는 텃밭이다 보니 벌레를 잡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파릇파릇하던 이파리가 하나씩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니, 이러다가는 벌레 잔치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텃밭을 지나가는 주변 농부들의 말에 따르면 "배추에 영양제를 먹이고 농약도 살포해야 배추다운 배추가 되지!"라며 한 마디씩 거든다.
김장배추 모종을 심을 때는 '비료도 주지 않고 농약도 살포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비와 바람 이슬. 그리고 흙의 양분만 먹고 자란 무공해 배추를 재배해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김장배추는 하루가 다르게 구멍이 뚫리고 있다. 더욱이 이웃집 김장 배추는 벌써 속이 꽉 차서 노릇노릇한 이파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영양분이 부족한 텃밭 배추는 속이 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농약을 살포해서 벌레를 예방을 해야 할지, 또 비료를 줘서 쑥-쑥- 자라나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배추 한 포기 키우는 것도 이렇게 고심을 많이 해야 하니, 초보 농부의 마음은 초심을 잃고 불안하기만 하다. 무공해로 야채를 재배한다는 것도 인내가 필요함을 느낀다. 흔들리는 초심은 내 마음의 '요동'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