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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권한은 1/5이지만 소수 의견을 내더라도 위원회에서 의결하면 공식 입장이 되기 때문에 위원의 책임은 5/5라고 생각한다."

 

이경자 방통위 부위원장이 끝내 소신을 지켰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연내 선정 방침에 외롭게 맞서온 이 부위원장은 2일 오후 전체회의 도중 퇴장하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헌재 결정 이전 종편 선정 절차 참여 안 해"... 회의 도중 퇴장

 

이날 방통위 사무국은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준비 사업자들의 사업계획서 작성 지침이 될 세부심사기준과 승인 신청 요령 등을 보고했다.  

 

이경자 부위원장은 보고 안건 상정에 앞서 "세부심사기준을 보고 받고 공표되는 게 실질적인 심의 과정의 시작"이라면서 "헌재 결정 이전에 종편 선정 절차에 참여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나는 종편 사안 자체가 사회적 갈등을 수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종편과 보도 채널 선정 절차는 헌재 부작위 심판 결정 이후로 하자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 왔다"면서 "위원회에서 내가 가진 권한은 1/5이지만 소수 의견을 내더라도 위원회에서 의결하면 공식 입장이 되기 때문에 위원의 책임은 5/5라고 생각한다"고 논의 불참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이 부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 처리 관련 국회의장 부작위 심판 결정이 나온 뒤에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헌재에서 유효하다고 인정한 방송법에 따라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 없다"면서 선정 일정을 강행해 왔다.

 

이날도 최시중 위원장은 "우리 위원회가 헌재 부작위 심판에 대해 할 수 있는 선까지 연기해 왔다는 것은 모든 분이 다 알 것"이라면서 "(이 부위원장이) 소신대로 하겠다는 발언은 존중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도 이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부위원장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정 연기하자는 말을 안 하고 선정 절차에 참여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자리를 정리했다.

 

이후 방통위 회의는 이 부위원장이 빠진 상태에서 4명이 진행했다. 여야 추천 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그동안 한 두 차례 다수결 결정을 제외하면 전원 일치 합의 형태로 의사 결정을 해 왔다.    

 

지난 7월 야당 몫으로 방통위에 합류한 양문석 상임위원 역시 이날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헌재 결정 이전 종편 선정 일정 강행시 위원직 사퇴를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다만 양 위원은 헌재 결정 이전이라도 세부심사기준 마련까지는 조건부 동의한 상태여서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양문석 위원은 "이경자 부위원장이 앉아 있고 내가 나가는 게 캐릭터 상 맞는데 이렇게 앉아 있다"며 "그동안 방통위는 기다리고 기다려주는 관례로 내실 있는 합의제 기구로 커왔는데 왜 내가 들어온 뒤에 깨버리려고 하나"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 위원은 "애초부터 심사 기준은 정해 놓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자는 입장"이라면서 "다음 주 의결 과정에서 세부심사기준 의결과 일정 의결을 분리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9월 17일 사업자 선정 기본계획안 의결 당시에도 이경자 부위원장은 일정 진행에 반대 뜻을 밝혔으나 양문석 위원이 심사 기준 마련까지는 부분적으로 동의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잠시 접기도 했다.(관련기사: '종편' 최대 5개... 복수 지원-낮은 채널 '특혜')

 

 

티브로드, 큐릭스 인수 논란 때도 '나 홀로' 소신 지켜

 

이경자 부위원장의 소신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태광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계기로 지난해 5월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허가 과정이 국감 현안로 떠오른 가운데 당시 방통위에서 이 부위원장만 유일하게 티브로드의 30% 지분 사전 인수 과정을 문제 삼아 끝까지 이의를 제기했던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병기 전 상임위원과 함께 민주당 추천으로 방통위에 들어온 이 부위원장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 등에서 최시중 위원장에 맞서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야당과 시민언론단체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결국 올해 초 이병기 전 상임위원이 물러나고 시민단체 출신인 양문석 위원으로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종편 등 주요 현안에서 다수인 여당 위원들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꿋꿋이 지켜왔다.

   

이렇듯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헌재 결정을 마지노선으로 종편 선정 절차 진행에 제동을 걸었지만 당장 '조중동'을 비롯한 준비 사업자들의 반발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는 방통위 행보에 큰 걸림돌은 되지 못할 전망이다. 

 

최 위원장은 "혹시나 10월에 헌재에서 결정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또 한 달을 기다리면 사업자들이 너무 기다리게 되고 국민들도 방통위에서 일 안 하는 거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며 보고 안건을 접수했다.

 

이날 방통위에 보고된 세부심사기준과 승인신청요령은 3일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오는 8일 전체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방통위는 세부심사기준 의결 직후 바로 신청 공고를 낸 뒤 3주 이내에 신청 서류를 받아 늦어도 12월 중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애초 10월 중으로 예상됐던 헌재 부작위 심판 결정은 일러도 11월 말에나 이뤄질 예정이어서 당장 신청 접수 절차에 영향을 주긴 어려울 전망이다.


태그:#이경자, #방통위, #최시중, #종편, #종합편성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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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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