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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이동권 확보 공동투쟁단'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통합창원시에 저상버스 추가 도입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10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년도 저상버스와 교통약자 콜택시 도입 계획'을 밝히라고 창원시에 촉구했습니다.

 

공동투쟁단은 "창원시가 2011년까지 저상버스 161대(시내버스 31.5%), 교통약자 콜택시 120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2011년도에는 저상버스 도입 계획이 없어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모양입니다.

 

이동권 확보 공동투쟁단의 이런 요구는 2006년 당시에 중앙정부가 확정한 대중교통기본계획(저상버스 50% 도입)을 지키라는 요구입니다. 

 

관련기사 : 2006년 경남도민일보 - 2011년까지 저상버스 50% 확보

 

저상버스 도입 환영할 일, 비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

 

장애인 이동권 확보 차원에서 저상버스 도입을 늘려나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실제로 저상버스는 장애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임산부, 노약자도 편리하게 승하차 할 수 있고, 비장애인의 경우도 저상버스 이용이 더 편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상버스 도입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에 비해 약 1억 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시내버스 회사가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데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모두 지원했습니다.

 

즉, 지금 창원시에 78대의 저상버스가 운행중이라고 하면, 모두 78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78억 원의 추가비용이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들이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창원 시내 버스승강장 시설은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시내버스 승강장이 '흉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울러 엉터리로 만들어진 버스 승강장 때문에 시내버스가 정위치에 정차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버스에 타고 내릴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는 장애인 점자블록이 엉터리로 시공된 현장을 살펴보다가 시내버스 승강장이 엉터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으로 보시는 버스 승강장 시설들인데요.

 

버스 승강장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으면 휠체어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들은 버스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저상버스가 도입되어도 버스가 정위치에 정차하지 않으면 장애인이 버스에 타고 내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저상버스 도입과 함께 반드시 시내버스의 정위치 정차가 이루어져야 하고, 보도의 턱이 저상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정비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장애인들이 실제로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 승강장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상버스 1대당 1억 지원... 하지만, 버스승강장 안 고치면 무용지물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창원 시내는 아직도 저런 엉터리 버스 승강장이 수두룩합니다. 사진과 같은 구조물이라면 저상버스가 정위치에 정차해도 휠체어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은 버스를 탈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버스 한 대당 1억 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저상버스 역시 비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마산시가 없어져서 누구에게 따져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옛 마산시는 2009년 11월에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도록 버스승강장을 정비하겠다는 계획(경남도민일보 2009년 11월 27 - 마산시 장애인 불편 없게 버스승강장 정비)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사진에 나온 버스승강장들은 지금까지 건재(?)합니다. 어느 버스 승강장을 어떻게 고쳤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창원 시내에는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고, 시각 장애인을 가로막은 버스 승강장이 수두룩합니다.

 

버스승강장 안 고치고, 저상버스만 도입하면 '예산낭비'

 

제대로 된 버스승강장은 위 사진과 같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장애인이 버스승강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고, 휠체어를 타고도 '저상버스'에 곧장 탑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 사진은 장애인을 위한 교통시설을 할 때 사용하는 지침서에 나와 있는 일부입니다.

 

저는 저상버스 50% 도입뿐만 아니라 매년 예산을 확보해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버스승강장을 정비하지 않고 저상버스만 도입하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생각됩니다.

 

장애인 이동권 확보 투쟁에 '시내버스 승강장 정비' 요구도 포함됐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저상버스 10대 정도 도입하는 비용이면, 창원시내에 있는 버스승강장을 모두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창원시에는 470여 대 정도의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습니다. 저상버스 50% 도입 기준을 맞추려면 추가로 140여 대의 저상버스를 더 도입해야 합니다. 한 대당 1억이면 140억 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문제는 140여 대의 저상버스가 추가로 도입되어도 버스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을 고치지 않으면 저상버스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창원시 교통행정과 시설을 담당하시는 분들, 그리고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저상버스, #장애인, #장애이이동권, #버스승강장,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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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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