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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가을하면 떠올리는 행사, 단연 운동회다. 그에 버금가는 행사가 있다. 바로 학예회다. 하지만 안성 개산초등학교에선 학예회라 하지 않고 축제라 부른다. 전교생 74명이 펼치는 이 행사가 학예회가 아닌 축제일 수밖에 없는, 그 신나는 이야기 속으로 가보자.

 

안성 개산초등학교(교장 이덕재, http://gaesan.es.kr/)는 마둔호수에 못 미쳐 자리 잡은 시골초등학교다. 올해 전교생은 74명. 한 학년 당 평균 13명꼴이다.  전교생 수가 대도시 초등학교라면 약 2학급 정도의 학생 수이니 얼마나 가족적일까.

 

그러다보니 한 학년에 한 반이 전부다. 아이들은 6년 내내 같은 반 친구가 된다. 학교 병설유치원까지 같이 다닌 아이들은 자그마치 8년을 같은 반 친구가 된다. 학교 친구가 아니라 어렸을 적 추억을 같이하는 같은 마을친구인 셈이다.

 

아하, 그래서 은행나무 축제라고 하는 구나

 

축제는 하루 종일 이루어진다. 오전엔 '꿈을 키우는 독서행사와 그림자극 공연 관람. 점심 먹고 오후엔 학예회. 그것이 끝이 아니다. 하루 종일 학교 정원과 마당엔 아이들의 작품들이 학부모들을 반긴다. 학예회는 은행나무 축제의 한 부분이 된다.

 

학교 마당에 커다란 은행나무들이 즐비하다해서 붙여진 이름 '은행나무 축제'. 가을걷이 끝난 어른들도 이날만큼은 즐거운 날이다. 이 축제는 학교마당과 실내등 학교의 모든 공간에서 축제는 이루어진다. 단연 날씨는 좋아야 한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청명한 계절 가을은 은행나무 축제하기 좋은 계절이다.

 

이날엔 꼭 해당 학부모만 오는 게 아니다. 삼촌, 이모, 고모, 할머니, 할아버지 등은 기본이고 이웃집 할머니, 아저씨도 온다.

 

학예회 때 아이들이 재롱을 떨면 "아 쟤는 누구네 딸내미 아녀. 아하 쟤는 누구네 손자구먼"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웬만해선 청중들이 아이들의 주소와 족보를 꿰뚫고 있다. 그러다보니 실수하면 웃음이 두 배요, 잘하면 박수가 두 배다.

 

굳이 학예회란 말보다 축제란 말을 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족 같은 학교에서 이날은 학부모, 전교생, 교사, 이웃집 사람들이 한 해를 추수하는 기쁨을 나누는 날이 된다.

 

올해 축제에 방문한 특별한 손님

 

올해엔 특별한 손님들이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꿈을 주었다. 바로 [극단 영]에서 준비한 손으로 하는 그림자극 공연이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그림자극 공연'. 서울에나 가야 보는 문화 공연이 시골 아이들에겐 신기한 구경거리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학년 아이들일수록 화면이 뚫어질 기세다. 공연한 팀에서 손으로 어떻게 모양을 내는지 가르쳐 줄 땐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다. 뜻대로 되지 않은 친구를 쳐다보며 서로 낄낄댄다.

 

작품 수준은 대단하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와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를 그림자극으로 보여주었다. 안성 시골에서는 꿈도 못 꾸는 그림자극 공연 관람. 아이들에게 특별한 체험과 즐거움을 주었다. 74명 중 한 명의 아이라도 '나도 커서 저분들처럼 그림자극 공연가가 될 거야'라고 꿈꾸었음직한 공연이었다.

 

2010년 10월 26일, 이 하루는 안성 개산초등학교 전교생, 교사, 학부모, 이웃집 사람들 모두가 즐거운 은행나무가 되는 날이었다.


태그:#개산초등학교, #은행나무축제,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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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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