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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들이 특수고용노동자라고 산업재해를 못 받는 것이 공정한 사회인가? 부자들 세금은 깎아 주면서 최저임금 고작 210원 올리는 게 공정한 사회인가? G20정상회담 한다고 이주노동자 단속하고 추방하는 게 공정한 사회인가? 40년 전 전태일이 외친 근로기준법 하나 지키지 못 하는데 무슨 공정사회인가!"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계의 협력을 요청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찬회동을 거절했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의 외침이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등 국내에 산적한 노동현안을 해결하지 않고 G20에 '올인'하는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3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국내 문제도 해결 못 하면서 어떻게 국제사회의 중재자가 될 수 있겠냐"라며 "전태일을 기억하고 이 시대의 전태일인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민주노총이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민주노총의 집회와 함께 '소외된 노동과 함께하는 전태일 40주기 기념문화제'가 연이어 열렸다.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한 '광장조례'가 발효된 이후 처음 열리는 민간 행사였다. 당초 서울시는 이미 '포천농특산품대축전'이 광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행사를 막았지만 양쪽 행사 모두 별다른 마찰 없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노동자대회에는 5000여 명(경찰추산 2000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이 참석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어진 문화제에 참석했다.

 

"이 시대의 전태일은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이 시대의 전태일'이라고 칭했다.

 

시급 4320원의 최저임금을 받는 여성노동자들, 1000일 넘게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 세 번째 단식농성에 들어간 기륭전자 노동자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를 받지 못하는 건설노동자들, 간접고용으로 비인간적 처우를 받고 있는 동희오토 노동자들, 그리고 취업 한파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그들이다.

 

참가자들은 "내가 전태일이다"라며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하자"고 외쳤다. 또 "최저임금 보장하라!", "정리해고 철회하라", "생존권을 보장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구호들도 뒤따랐다.

 

대회 사회를 맡은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40년 전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며 외친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는 구호와 지금 우리의 구호가 다르지 않다"며 "자신의 권리와 생존을 위해서는 온몸으로 투쟁 할 수밖에 없는 것이 2010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진 각 부분의 투쟁사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 차원의 적극적인 연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찬배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최저임금 문제는 모든 노동자가 같이 나서지 않으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며 "정규직 노조가 함께 나설 때 국민적인 임금 투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산업재해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 3일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까지 도보순례를 한 박대규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의 목소리는 더 따가웠다. 박 의장은 "순례를 하면서 우리의 연대투쟁이 잘못 돼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입으로만 하는 연대투쟁이 아닌 어떤 투쟁을 같이 했나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하는 투쟁만이 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대회에서 ▲ 간접고용 철폐, 파견법 폐기, 불법파견 정규직화 ▲ 직업안정법 개악 저지, 간접고용노동자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 ▲ 비정규직법 폐기 및 사용사유 제한 도입 ▲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및 산재 전면 적용 ▲ 이주노동자 노동허가제 도입 ▲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및 최저임금 현실화 등의 6대 요구를 제시했다.

 

이소선 "비정규직·정규직 구분 말고 하나가 돼야"

 

이어 열린 전태일 열사의 40주기 기념 문화제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동영상에 발길을 멈췄다. 홍세화, 하종강, 조국, 변영주, 정지영, 박철민, 이정희,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홍희덕 등 시민사회·학계·정계를 망라한 인사들이 영상을 통해 열사를 추모했다.

 

이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는 무대에 올라 "하나가 돼서 싸우면 노동기본권을 찾는 그날이 올 것이야"라며 "노동자가 다 주인인데 지들이 주인인체 하는 걸 보니 천불이 나. 비정규직·정규직 구분 말고 하나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박준, 꽃다지, 윤선애 등 가수들의 공연으로 이어진 문화제는 해가 진 오후 9시 경까지 진행됐다. 경찰은 이날 노동자대회의 문화제에 대비해 경찰 500여 명을 서울광장 인근에 배치했지만 행사는 끝까지 평화롭게 진행됐다.

 

전태일기념사업회는 오는 11월 13일 열사의 묘역이 있는 모란공원에서 40주기 추도식을 열 계획이다.


태그:#전태일, #민주노총, #노동자,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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