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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2일 오후 8시]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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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였다. 경북 경주에서 열린 세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는 말 그대로 '환율전쟁터'였다. 다음달 서울서 열릴 G20 정상회의 전초전 성격인 이번 회의에 참석한 세계 경제의 수장들은 철저히 자국의 이해관계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G20을 통해 경제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시스템 개혁 등의 주요 의제들은 '환율 전쟁' 앞에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단 20분의 환영사를 위해 경주 힐튼호텔까지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회원국들의 '합의'를 수차례에 걸쳐 당부했지만,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G20 회원국 사이의 국제공조 양상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일부 국가가 경주회의에 보이콧 하는 등 실효성 논란도 더욱 커지고 있다.

'환율전쟁터'로 변한 G20경주회의... G7국가들 따로 모여 논의

그동안 G20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라마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구제금융 등으로 신흥국가들 중심으로 경기회복을 보이면서, 회원국 사이에 공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이른바 '환율전쟁'은 브라질, 인도에 이어 일본 등 세계적인 문제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이번 경주회의는 미중 사이에 촉발된 환율과 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마당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번 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럼에도 22일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선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공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사실 미중간 환율전쟁은 사실상 선진국과 신흥국가 사이의 환율 갈등의 대리전 양상이 짙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나라들이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신흥 개발도상국가를 중심으로 경기회복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경기회복이 더디게 나타났고, 오히려 재정적자 우려가 커지면서 또 다른 경제위기를 걱정할 처지까지 내몰렸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고용과 일자리 확충을 위한 수출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세계의 공장'인 중국 앞에 번번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자국 기업들의 수출을 위해 환율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면서 강도 높은 무역보복조치 등까지 언급하면서 압박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날 경주에서 가진 자국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면서 노골적으로 중국의 환율정책을 재차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정한 외환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인된 기준은 없다"면서 "주요 국가들이 외환정책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날 오전 G20 회원국들의 본격적인 회의가 열리기 전에 기존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별도의 모임을 가졌다. 이들 국가들은 신흥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환율문제에 개입하면서, 국제적인 무역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에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 일마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집행위원은 이날 오전 외신 기자들에게 "이번 회의 핵심 이슈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협력 방안을 합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환율전쟁에서 약간씩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온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공동으로 중국 등 신흥국가의 외환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브라질 경주회의 불참 선언, 환율전쟁속 G20 회의론도 여전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의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의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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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국가들 사이의 환율전쟁속에 브라질 등 일부국가는 아예 이번 경주회의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AFP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지난 20일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과 엔히케 메이렐레스 중앙은행장 모두가 이번 경주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물론 구체적인 불참 이유에 대해선 '일정상의 문제'라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라질은 그동안 G20 국가들 가운데 투기성 단기자본(핫머니)에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등 금융규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같은 핫머니로 인해 브라질 화폐인 '레알화' 가치가 크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이같은 핫머니에 대한 세금을 또 다시 6%까지 올렸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디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20일 "전 세계가 지금 환율전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G20 회동에서 이번 문제를 논의하고, 확실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환율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브라질) 레알화가 달러에 대해 과다하게 평가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환율문제가) 브라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바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주요)통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일제히) 상승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미국이 스스로 경제회생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투기성 외국자본에 대한 유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브라질의 경우 재무장관이 참석하지는 않지만, 재무차관이 대신해서 참석하기 때문에 이번 회의를 보이콧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G20 회의가 당초 구상했던 글로벌 경제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보다는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주요 의제가 뒤로 밀려나면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멜밴 킹 영국중앙은행(B0E) 총재는 "지금은 환율전쟁에서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1930년대식 세계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8년에는 G20 국가들이 상호 협력정신이 너무 강했디만, 이제는 썰물처럼 퇴색해 버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감한 환율전쟁, 적당한 선에서 봉합... 서울 정상회의로 넘길듯

이처럼 G20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주와 서울정상회의를 앞둔 우리 정부가 어떻게 G20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물론 이번 경주회의에서 환율전쟁에 대한 선진국과 신흥국가들 사이에서 합의를 도출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장국인 우리 정부 역시 나름대로 환율 문제에 대해 중재안을 마련해, 의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경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22일 오후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한국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경주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22일 오후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한국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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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윤증현 장관은 미국과 캐나나, 프랑스 재무장관과 연달아 만나 환율과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구조개혁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하는 등 서로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당초 이날 오전에 예정됐던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과의 면담은 일정상 이유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율 조정이 쉽지 않음을 보였다.

정부 한 관계자는 "환율 문제와 관련해 우리쪽에서 마련한 중재안을 가지고 회원국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며 "중재안이 받아들여질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서울 정상회의 전까지 가능한 환율문제를 어떻게든 정리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현재 G20 회의장 주변에선 이번 경주회의에서 환율전쟁이 세계 경제의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향후 시장친화적인 환율 정책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형식적인 수준에서 일단 환율 등을 봉합해보자는 수준이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경주회의에 직접 참석해 환율문제 등에 대해 재무장관 등에게 양보와 타협을 적극 주문했기 때문에 의장국으로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만약 이번 회의에서 (국가간) 조정에 실패하더라도, 다음달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간 담판에서 성과를 낼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열린 비공개로 진행된 '세계경제 동향 및 전망'에 참석한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환율 문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양자회담과 전체회의를 하면서 난상 토론을 벌였다.

이어 오후 7시부터는 경주 유적지인 '안압지'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들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별도의 배석자 없이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 역시 환율 문제가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며, 막바지 절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G20정상회의,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 #윤증현 장관, #이명박대통령,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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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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