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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1948년 10월 21일 미군정으로부터 경찰의 운영권을 이양 받아 경찰권 회복을 기념하기 위해 정한 날로, 1973년 3월 30일 지정됐다. 경찰의 날을 맞아 가장 일선이라 할 수 있는 파출소에서 지역주민들을 대하는 여성 경찰을 만나 경찰로서 삶을 들어봤다. - 기자 말

나은주 순경.
 나은주 순경.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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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부개2동에 위치한 부개2파출소(소장 신종채)에서 근무하는 나은주(31·사진) 순경은 6년차에 들어섰다. 경찰이 된 것은 2006년 6월, 원래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고 제복을 입고 싶은 마음이 커 경찰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두 번의 낙방 후 세 번째 시험에 합격했다.

첫 발령지는 서울시였다. 서울 한 지역의 지구대에서 순찰 등의 업무를 맡아 3년 동안 근무했고, 올해 5월 인천삼산경찰서 소속 부개2파출소로 오기 전까지 1년 동안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기동대에서 근무했다.

부개2파출소는 부개2동과 부평5동 일부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마사회 부평점과 은행 6개 등 다중이용시설을 책임지고 있다. 주요 업무는 112 신고 시 현장에 출동해 교통사고나 변사 사건 등을 처리하거나, 파출소 방문 민원 상담, 방범 진단, 관내 부흥초등학교와 부개서초등학교 등하굣길 안전 관리 등이다.

소장을 포함해 총 24명이 3조 2교대(주간 3일, 야간 3일)로 근무하는 파출소에서 나씨는 지난 5월 한 달간은 순찰을 맡았다가 그 이후부턴 파출소 방문 민원 상담과 순찰 요원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술 취한 시민들을 상대하는 일인 것 같아요. 한밤에 일어나는 폭행사건의 대부분은 술 취한 시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이니까요. 밤에 순찰을 돌면 1시간에 1명 정도의 술 취한 시민을 대하게 됩니다.

인천에 와서는 그나마 덜하지만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술 취한 여성분들을 깨우다 머리채도 잡히고 배와 뺨도 수도 없이 맞았어요. 상습적인 분들은 파출소에 데려가 집에 전화해도 그냥 거기서 재워달라거나 연락이 안 되는 사람들도 많아 어려움이 많습니다. 범죄 예방 업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분들 상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돼 안타깝지요."

덧붙여 나씨는 "이렇게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순찰 업무를 4년 동안 하면 뼈가 삭는다는 이야기가 경찰들 사이에서 있다"며 "특히 야간 순찰근무를 하는 동안은 집에 가면 아침에 바로 기절했다가 오후 3~4시에 겨우 깨어나는 등 피곤함으로 정신없이 지내야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씨는 이렇게 힘든 업무를 하면서도 경찰공무원의 야간근무수당이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과 위험한 직업임에도 적은 위험수당은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부개2파출소 나은주 순경, 신종채 경위(파출소장), 이승준 경사, 이재순 경사(왼쪽부터).
 부개2파출소 나은주 순경, 신종채 경위(파출소장), 이승준 경사, 이재순 경사(왼쪽부터).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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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씨는 서울의 지구대에서 근무할 당시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고시원에서 공부하던 20대 초반의 여성이 옥상 슬레이트 지붕에 올라가 유선방송 줄 하나만을 잡은 채 자살 소동을 벌였던 것이다.

당시 그 여성은 여성하고만 이야기를 하겠다고 해 나씨는 사복으로 갈아입고 현장에 갔으며, 그 여성의 고시원 방에서 가족사진을 찾아 보여주고 1시간의 기나긴 설득작업을 벌였다. 설득하는 도중 조금씩 다가가 여성의 옷을 잡아채 다행히 목숨을 구하고 병원으로 옮겼다.

나씨는 돈을 뺏거나 담배를 피다가 적발돼서 파출소를 방문하는 청소년들과 대화 도중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했을 때 반응을 보이거나, 치매에 걸려 길을 잃은 할머니를 가족들에게 모셔다 드렸을 때처럼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목을 매달아 자살한 사람이 있는 현장에 갔을 때나, 자다가 죽은 사람의 시체가 있는 현장에 출동했는데 멀리서 그의 어머니가 울면서 아들 이름을 부르며 걸어오는 모습을 봤을 때는 눈물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경찰은 주민들을 감옥에 가두고 범죄자로 처리하려고만 하는 직업이 아니라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고로 현장에 출동하면 술에 취해서 '니들이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왜 내 말을 안 듣냐'고 하는 주민들도 있는데, 이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슬퍼요. 기동대에 있을 때 집회 현장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들을 때도 속상합니다.

파출소는 주민들 가까이에 있으니까, 경찰처럼 주민들의 이야기와 어려움을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공무원은 없는 것 같아요. 경찰도 같은 사람이고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니까 많이 응원해주면 좋겠습니다. 전국의 고생하는 모든 경찰관 여러분 파이팅~"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경찰의날, #삼산경찰서, #나은주, #부개2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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