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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를 닮은 산, 오산

 

가을 까슬까슬한 날씨는 산으로 들로 떠나게 한다. 가을은 산행의 계절이다. 힘들지 않은 산이 어디 있으랴마는, 높으면 높은 만큼, 낮으면 낮은 만큼 힘들다. 근데 산행을 하는 경우에는 힘들다는 것과 즐거운 것은 같을 수도 있다.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로 향한다. 지리산 노고단이 흘러내리다 넓은 들을 만나고 구례읍을 만들더니 섬진강과 만난다. 섬진강이 휘돌아 감고 가는 곳에 오산이 우뚝 섰다. 자라를 닮아서 오산(鼇山)이라 했나? 오산은 사성암으로 유명하다. 드라마 <토지>와 <추노>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오산은 530.8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둥주리봉까지 이어지는 산행은 만만치 않은 산행길이다. 오르는 길도 여러 군데다. 대표적인 곳이 죽연마을과 동해마을이다. 죽연마을은 오산 아래 있고, 동해마을은 둥주리봉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호젓한 오솔길 따라 오르는 길

 

동해마을에 주차하고 죽연마을까지 걷는다. 산에서 내려와서 다시 걸어가려면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택시를 부르기도 어중간한 거리다. 섬진강과 어울려 흐르는 길이 아름답다. 봄이면 벚꽃축제가 열리는 길이지만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있다. 이른 아침에 강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손끝을 시리게 한다.

 

산행은 죽연마을에서 시작한다. 마을 옆으로 난 농로를 따라간다. 먹음직스런 감이며, 밤이 주렁주렁 열렸다. 산행객들이 많이 찾다 보면 마을 주민은 행여 손 탈까 걱정이 되겠다. 농민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절대 손대면 안 되겠지? 길가로 오랜만에 본 도꼬마리가 수류탄 마냥 열매를 맺고 있다.

 

산길은 호젓한 오솔길을 만나더니, 돌강(너덜지대)이 흘러내린 곳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누가 쌓았을까? 수많은 돌탑들이 길옆으로 쌓였다. 작은 것, 큰 것. 지금도 쌓고 있는 듯 아직 미완성인 돌탑도 보인다. 작은 돌멩이 세 개를 주워 돌탑에 올려본다. '작은 소원 하나 들어주세요.'

 

사성암 약사여래불의 미소

 

상수리나무 숲이 우거진 산길을 한 시간 정도 오르니 바위 암벽에 절집이 붙어 있는 사성암을 만난다.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네 명의 고승들이 수도를 했다고 사성암이라 했다지. 약사전의 장엄한 풍경은 언제 보아도 감동적이다. 육칠계단을 올라 약사전으로 오른다. '약사여래불'을 외치는 불경소리가 산중을 울린다. 약사전 마애불은 모든 중생의 병을 고쳐주겠다는 듯 넉넉한 미소로 화답한다.

 

800년 묵은 느티나무 그늘 아래 쉼터가 있다. 앉기에 적당한 크기의 돌이 둥그렇게 놓여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앉아서 섬진강을 바라본다. 안개가 잔뜩 끼어 흐릿한 섬진강 풍경이 아스라한 그리움처럼 흘러간다. 오래 있고 싶은 곳이다. 시원한 그늘 아래 한참을 앉아서 머릿속 복잡함을 털어버린다.

 

지장전, 소원바위, 산신각, 도선굴을 지나 산정으로 향한다. 조금 더 오르니 오산 정상석이 보인다. 그 옆으로 이층 전망대가 자리 잡았다. 구례읍과 논들이 펼쳐진 사이로 섬진강이 흐른다. 전망대에서 소박한 점심을 먹는다. 밥, 김치, 계란말이, 그리고 막걸리 한잔까지…. 이 정도면 아주 넉넉한 점심이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둥주리봉까지

 

산길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숲길과는 달리 소나무가 하늘을 가린 길이다. 매봉을 지나고 선바위 삼거리를 지난다. 암릉구간인 배바위는 최근에 안전난간을 만들어서 줄을 타고 오르는 맛이 사라졌다. 대신 안전하게 오를 수 있어서 좋다. 배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사성암이 아득하게 보인다. 멀리도 걸어왔다.

 

산 능선길의 종점인 둥주리봉(690m)에도 전망대가 섰다. 오산에서부터 능선길만 4.6㎞를 걸었다. 전망대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동해마을로 내려선다. 3.1㎞ 지루한 하산길. 길 중간에 멋진 소나무가 있는 솔봉과 만난다. 바로 옆으로 소나무들이 서 있지만 한그루만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랜 연륜으로 붉게 상기된 피부는 주변 나무들을 압도해 버린다.

 

마지막 1㎞ 정도 내려가는 길은 지칠 대로 지쳐서 무척 힘들다. 산길만 10㎞를 걸었으니…. 다리가 뻐근하다. 가끔 나무 사이로 보이는 섬진강이 반갑게 다가온다.

 

산행안내

 

산행경로 : 죽연마을-(2.2㎞/1:10)-오산(530.8m)-(1.6㎞/40분)-선바위삼거리-(1.2㎞/40분)-동해마을삼거리-(1.8㎞/1시간)-둥주리봉(690m)-(3.1㎞/1:20)-동해마을

 

산행거리 : 9.9㎞/4:10(점심 및 쉬는 시간 제외)/산 속에 머무른 시간은 총 5시간 정도.

중간중간 삼거리에서 마고실마을과 동해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적당한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섬진강변 동해마을에서 죽연마을 까지 2.4㎞, 40분 정도 걷는다.


태그:#오산, #사성암, #둥주리봉, #구례,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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