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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수업을 나가는 유치원 급식에도 김치가 보이지 않았다. 김치 없는 밥을 먹으니 속이 밍밍한 것이 잘 익은 배추김치 한 조각 생각이 간절했다. 중국산 배추가 수입되고 산지의 배추들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배춧값이 어느정도 내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민들에게는 '금치'다.

지난번에, <오마이뉴스>에 보도 된 기사 "우리 텃밭에 배추 심은 거, 정말 다행이다"로 여러 방송과 신문사에서 취재요청이 쇄도했었다. 버려진 가구와 기타 등을 재활용한 상자텃밭의 특이한 점이나 배춧값 폭등에 따른 시의적절한 기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채솟값 폭등으로 가정에서 자급하는 텃밭에 언론도 관심을 가졌다.
 채솟값 폭등으로 가정에서 자급하는 텃밭에 언론도 관심을 가졌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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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의 원조로 불리는 쿠바는 1991년 구소련의 몰락으로 석유공급이 중단되자 심각한 농업위기를 맞았다. 이는 곧 식량위기에 맞닥뜨려야 하는 생존권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동안 석유에 의존한 관행농업을 했던 쿠바는 위기 돌파의 방법으로 도시농업을 선택하여 도시 곳곳의 빈 곳을 텃밭으로 만들며 진정한 녹색혁명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 쿠바의 도시농업 못지않은 오랜 전통의 텃밭 역사가 있다. '남새밭'이라 불리는 텃밭은 마당의 한쪽이나 집 뒤편 텃밭을 말한다. 이곳에서 푸성귀 같은 채소를 길러 먹었다. 텃밭을 가까이 두고 필요한 만큼만 걷어 오니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고, 쌀뜨물이나 요강에 받아둔 오줌을 거름으로 줘서 환경까지 보존했으니 그 혜안이 놀랍다.

이러한 텃밭은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흔한 것이었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농업은 급격하게 몰락했고, 농민은 농촌에서 도시로 밀려났다. 하지만 농사를 한시라도 떼어놓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경작본능이 있었다. 달동네로 불리던 변두리에서 작은 텃밭들을 볼 수 있었고, 그것도 없는 사람들은 고무함지박이나 나무궤짝 등을 이용한 상자텃밭으로 자급농사를 지었다.

옥상의 상자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배추들, 30여포기 정도된다.
 옥상의 상자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배추들, 30여포기 정도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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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도 관심을 갖고 보면, 골목길이나 단층집이 있는 동네의 옥상이나 집앞에 작은 텃밭이나 여러 가지 물품을 이용한 상자텃밭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든 사람이라는 점에서 한치의 땅도 쉽게 놀리지 않으려던 농부의 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 기후변화와 농경지 감소로 채솟값이 폭등하는 사태를 겪으며 가정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밥상이 '풀밭'이라는 말은 배부른 자의 투정으로 들릴 정도다. 안정된 가격의 채소공급이 불확실한 시대에 접어든 만큼, 직접 자급할 수 있는 정도의 개인 텃밭(상자텃밭포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주택의 옥상은 텃밭농사에 최적의 공간이다.
 주택의 옥상은 텃밭농사에 최적의 공간이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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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경우는 햇볕이 드는 베란다에서 상자텃밭 농사가 가능하며, 옥상이 있는 주택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텃밭을 만들 수가 있다. 텃밭을 만드는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다.

상자텃밭으로 할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티로폼 또는 플라스틱 상자와 화분을 이용해도 된다. 흙은 밭이나 산에 있는 것을 갖다 사용 할 수도 있고, 농자재판매점(종묘상포함)에서 소독된 흙과 퇴비를 소량(포장)으로 구입이 가능하며 씨앗이나 모종도 구입이 가능하다.

여러종류의 상자를 이용하면 작은공간과 실내에서도 농사가 가능하다.
스티로폼 박스에서는 쪽파가 나무서랍상자에는 배추가 자라고 있다.
 여러종류의 상자를 이용하면 작은공간과 실내에서도 농사가 가능하다. 스티로폼 박스에서는 쪽파가 나무서랍상자에는 배추가 자라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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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농사에 대한 지식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지역의 문화센터나 농업단체 등에서 하는 텃밭강좌를 이용하면 충분히 자급하는 텃밭농사를 할 수가 있다. 자급하는 텃밭농사는 가정경제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내 손으로 길러 먹는 친환경 채소라는 점에서 먹을거리 불신시대에 맞서는 길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장점들을 텃밭 농사를 통해서 얻을 수가 있다. 우리 업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착잡한 심정이지만 자급하는 농사를 통해서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성찰의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생태텃밭 강사로 활동하면서 도시농업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 텃밭(상자텃밭포함)에 관심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카페로 오세요
http://cafe.naver.com/dosinongup



태그:#텃밭, #상자텃밭, #옥상, #베란다,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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