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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두물머리로 바람맞이를 다녀왔다. 양수대교에서 바라보는 중미산을 감싸고 있는 안개구름도 보기 좋았으며 두물머리 느티나무 밑의 할아버지는 왠지 외로워 보이기도 하였다. 멀거니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다말고 피식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이게 뭔 청승인가도 싶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는데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더니 한 떼의 카메라맨들이 느티나무 아래에 삼각대를 펴놓는다. 자주 봐오던 일이라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건만 어느새 나도 그들 틈에 섞여있다. 조그만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삼각대 사이에서 몇 컷 찍는데 옆의 아줌마가 조리개랑 셔터속도를 맞추어준다. 고맙다고 씨익 웃어주었더니 좋단다. 나도 사진사인데. 쩝!

 

잠시 사진을 찍다말고 고구마 파티가 벌어진다. 먹어보라는 소리가 없기에 무작정 다가가서 제일 큰 고구마로 하나 집어 들었다. 목이 메여 아줌마 "커피 한잔만 줘요" 했더니 한잔 따라준다. 이러는 나를 신기한 듯이 한 쪽에서는 수군거리고 한쪽에서는 희한한 사람이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기분이 좀 그렇다.

 

트림 한 번 하고 씨익 웃으며 잘먹었습니다하고 돌아서는데 아줌마 한 분이 부르신다. 손짓을 하기에 되돌아서니 고구마 세 개와 만 원짜리 두 장을 주신다. 하시는 말씀이 "열심히 사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가시다가 해장국이라도 사서 드세요" 하신다. 내 모습이 그리 흉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넋 놓고 앉아서 저 멀리 강물을 바라보고 있던 모습이 뭔 사고라도 치려는 듯 보였나보다. 아무튼 돈까지 주시다니 대한민국 아줌마는 이래서 좋다. 되돌려주면 아줌마 무안하실까보아 그저 꾸벅하며 아무소리 없이 받아 넣고 오토바이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 춘자(750CC 오토바이 이름)의 투둥투둥하는 소리가 두물머리에 울려 퍼진다.

 

백미러로 뒤의 사진사 아줌마들을 보니 돈과 고구마를 주신 아줌마는 놀라서 멍하니 바라만보고 나머지 아줌마들은 웃느라 정신이 없다. 별 수 있는가? 선글라스 너머로 백미러 속에 보이는 아줌마들을 향해서 손 한 번 흔들흔들해주며 유유히 두물머리를 벗어났다. 돌아오는 길에 아줌마가 주신 돈으로 기름을 넣는데 가득 채우고도 천 원이 남았다. "고마워유, 아줌마!"

 

사랑을 하고 여행을 즐기면 젊어진다고 했던가? 오토바이 소리에 파묻혀 멀어져만 가는 아줌마들의 웃으시는 모습이 싱그럽다. 가을 새벽안개처럼 어머니의 품 속 같이 그렇게 푸근하다.


태그:#두물머리,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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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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