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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 안상수, 자유선진당 이회창, 창조한국당 공성경,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를 차례로 만나 대표 취임 인사를 했다. 야당 대표들과는 협력을 요청하며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지만, 여당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는 첫 만남부터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날을 세웠다.

 

"2등 할 줄 알았다" 안상수 농담... 손학규 "왜, 3등은 아니고?" 

 

이날 오전 9시 20분 국회 본청 227호 한나라당 대표실로 들어선 손 대표는 "대표 취임한 지 여러 달 됐는데, 어떤가"라며 덕담을 먼저 건넸다. 안 대표도 "축하 드린다"고 인사했다. 곧바로 안 대표가 "사실 나는 (손 대표가) 2등 할 줄 알았다"고 농담을 하자, 손 대표는 "왜? 3등은 아니고?"라고 응수했다.

 

조금 당황한 안 대표는 "조직이 약하다고 해서, 조직이 센 사람이 1등 하고 손 대표가 2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당선돼서 반갑고 좋아했다"고 얼버무렸다. 또 "손 대표는 같이 경기도에서 국회의원한 사람이고, 옛날부터 합리적이고 해서 여야가 상생의 정치로 가지 않겠느냐고 반가웠는데, 처음 나오는 게 너무 겁나게 공격적으로 나와 헷갈린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손 대표는 "조직이 약한 게 아니라 없었다, 역시 민심이 무섭다, 대의원표도 민심의 반영이다, 당내 조직기반이 없이 제가 당선된 것은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고 정권교체에 대한 민주당원의 열망"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안 대표가 "이제 상생의 정치를 펼치도록 하자"고 좋은 말을 건넸지만, 손 대표는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상생이라는 것이 서로 짝짜꿍이 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까칠하게 답했다.

 

두 사람의 주고 받기식 기싸움은 계속됐다. 안 대표가 "취임 연설 때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제가 석 달 전 당선 때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제 것을 모방한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자, 손 대표는 "죄송한데, 제가 그때는 산속에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여당과 민주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 정치 경쟁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같이 경쟁하자, 과거처럼 너무 발목잡거나 정쟁 위주로 가는 것에 국민들이 식상해 있다"고 거듭 제안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은 너나 나나 말이 앞서서 그렇다"고 꼬집으며 안 대표를 몰아세웠다. 그는 배춧값 파동을 지적하면서 "서민이 정치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친서민 정책을 한다지만, 서민 생활을 미리 내다보고 폭염, 폭우로 농작물 피해가 많아질 때 한달 뒤 서민들 밥상 위 배춧값은 어떻게 될지를 생각했다면 최소한의 대책은 나왔을 것"이라고 정부 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또 손 대표는 "가서 시장 한 바퀴 돌아보고, 떡볶이 사먹는 것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다"면서 "사진기자가 찍는 국민 속으로가 아니라, 사진에 찍히지 않는 마음 속의 국민에게 들어가는 정치를 하자"고 이명박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야당 대표들과는 훈훈... "손 대표 야성 기대하겠다" 

 

뒤이어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손 대표는 가벼운 농담과 웃음을 주고 받으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손 대표와 이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이 대표가 "아주 좋은 분이 대표가 돼서 제1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크게 기대한다"고 덕담을 하자, 손 대표는 "격려해 주셔서 고맙다, 이제 (총재에서) 대표로 직함을 바꿨더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 대표도 "강등됐다"며 웃었다.

 

손 대표는 "이 대표가 자유선진당 대표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 항상 국민 존경을 받고 많은 역할을 해 왔다"면서 "앞으로 저도 잘 지도해 주시고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 조정 역할도 많이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 대표 역시 "(손 대표의 당선으로) 민주당의 평판과 지지도를 확 높인 것 같다"고 거듭 축하를 건넸다.

 

이 대표는 또 "앞으로 손 대표를 본 받으려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 같다"며 "수권정당도 옳은 말씀인데, 정치선진화에도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노회찬·공성경 대표와의 만남도 화기애애했다. 손 대표와 경기고 동문인 노 대표는 "제가 고교 때 유신반대 운동할 때 선배가 옥고를 치르고, 그저 선배만 믿고 왔는데 가다보니까 앞에 안 보이셔 갖고…"라고 예전 신한국당행을 농담처럼 꼬집기도 했다.

 

노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손 대표가 상당히 진정성을 갖고 현장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야당이 고통과 아픔에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는 연대를 해야 튼튼한 연대가 된다, 손 대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공성경 대표는 "어제 대한문 앞에서 국회에 4대강 검증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단식이 있었다"며 "정치인들이 좀 더 분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손 대표의 더 야성 있는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덕담했다.


태그:#손학규, #안상수, #이회창, #노회찬, #공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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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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