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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자연보전지구 안에서 허용되는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기존 2㎞ 이하에서 5㎞ 이하로 완화했고,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 조정하는 등 시설물 설치 규제도 완화했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인 북한산에도 케이블카 설치도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를 반대해왔다. 김병관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작년 봄까지 지리산에서 구조대장을 지냈다. 케이블카 논란이 일면서 일까지 그만뒀다. "양심상 때려치웠다"는 설명이다. 그 후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며 지리산에 이어 북한산 꼭대기 백운대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리산과 북한산 정상에서 벌인 1인시위 일수가 200일 가까이 된다.

지난 18일(토), 8월부터 무더위와 비 속에서도 1인시위를 벌여온 김병관씨를 백운대에서 만났다.

"한 대 설치비 500억 이상, 한 기업이 독점"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서 지난 8월부터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병관씨.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서 지난 8월부터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김병관씨.
ⓒ 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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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나서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심지어 북한산은 국립공원을 지키고 보존해야 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케이블카 추진에 나섰다. 김씨는 "현재 20개 정도가 추진 중"이라며 이러다가는 '케이블카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태는 국립공원을 개발 대상으로 바라본 결과다.

김병관씨는 "케이블카는 ㅎ그룹 독점사업이다. 한 대 설치하려면 500억 이상 든다"며 그 돈이 순수하게 설치비일 리는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누군가 이익을 챙기기 때문에 그토록 케이블카 건설에 매달리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그는 또 "등산객들 95%는 말도 안 된다고 한다"며 산상 시위의 반응을 전했다.

김씨는 케이블카 설치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부차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인간성 파괴'다.

"사람들은 산을 오르면서 자연을 느끼고 배운다. 등산객 중 95%는 쓰레기를 갖고 내려간다. 오르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즉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된 자연이 사람들의 마음에 안식을 주고 인간성을 지켜준다는 얘기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힘들여 오르지 않아도 산 정상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겸손과 배움은 사라지고 환경 파괴와 함께 인간성도 파괴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김씨는 지적했다. 어느 여성이 자살을 하러 올라왔다가 자연에서 힘을 얻고 표정이 바뀌어 내려가더라는, 지리산에서의 경험담이 이 말에 힘을 실어준다.

"케이블카 놓으면 지역경제 산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

은평 주민들이 케이블카 반대 캠페인을 겸해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은평 주민들이 케이블카 반대 캠페인을 겸해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 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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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를 주로 주장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노약자와 장애인의 권리, 그리고 탐방 압력 감소다. 이에 대해 김씨는 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한다.

우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에 대한 반박이다.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가 15미터라는 것은 대략 5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만한 건물이 산꼭대기에 들어서면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찻집 등, 도시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시설들이 들어설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등산객들이 한두 시간씩 걸려 산을 내려가면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한다. 작지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산 위에서 먹고 마시고 케이블카 타고 10분 만에 내려가면 산 밑에는 장사가 안 된다."

한마디로 케이블카 건설업체와 운영업자 좋은 일만 시킬 뿐이라는 말이다. 주말이면 등산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불광역과 연신내역, 독바위역 등 북한산 인근 상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노약자와 장애인에게도 산 정상에 올라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김씨는 "일회성 이벤트"라고 잘라 말하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지하철 요금을 할인해주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젊은 사람이나 장애가 없는 사람도 일생에 한 번 백운대를 올라보지 못하거나, 혹은 오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이 정말 원하는 것은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설령 케이블카 설치를 간절히 원한다 해도 과연 얼마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가 하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

"4인 가족이 요금 2만 원씩 내고, 정상에서 먹고 마시고 하면 10만 원으로도 부족하다."

"탐방 압력 감소는커녕 새로운 코스 제공할 뿐"

케이블카 설치 반대에 서명하는 등산객들. 푸른 눈 노랑머리의 외국인들도 "노! 케이블카"를 외치며 서명에 동참했다.
 케이블카 설치 반대에 서명하는 등산객들. 푸른 눈 노랑머리의 외국인들도 "노! 케이블카"를 외치며 서명에 동참했다.
ⓒ 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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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설치의 필요성에 대한 대표적 주장 가운데 하나가 탐방 압력 감소에 따른 환경보호다. 그러나 김씨는 "탐방객이 오히려 늘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런 예측에 대해 "등산 인구가 불어나는 건 사회문제다. 안식처가 필요한데, 레저문화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케이블카를 편법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돈을 받고 사람들을 산으로 안내하는 상업 산악회가 케이블카를 이용한 투어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또 하나, 두 발로 걸어서 올랐다가 걸어서 내려가는 산행 코스에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 걸어서 내려가거나, 다른 노선의 케이블카로 갈아타는 등 등산 코스만 더 늘려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등산 코스가 늘면, 더구나 편하게 오를 수 있다면, 산에 오르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비롯해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한 김씨는 또 하나 큰 문제를 지적한다. 시설물이 생기면 유지를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케이블카가 22대 있는데 그중 90%가 적자다. 1년에 한 달만 운영하는 곳도 있고, 대둔산은 휴가철, 단풍철, 주말에만 운행한다. 선진국에서는 사양 산업이다."

모두 유지비 때문이다. 김씨는 "지어 놓으면 유지비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한 도시를 예로 들었다. 홋카이도에 있는 유바리 시는 관광시설 건설에 과잉 투자하는 바람에 2006년 파산했고, 12만이던 인구는 10분의 1로 줄었다. 일회성 행사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놓고는 유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은 90년대 초반까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하다가 90년대 후반부터 철거하는 추세다. 미국은 산이 높은데도 하나도 없다"며 "더 이상 케이블카가 관광상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은 생태계 최후의 보루, 시민이 나서야"

케이블카 반대 캠페인을 펼치며 산을 오른 주민들이 김병관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케이블카 반대 캠페인을 펼치며 산을 오른 주민들이 김병관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윤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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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국보는 몇백 년 묵은 것이지만 국립공원은 수천 수만 년 된 자연문화유산이다. 생태계 최후의 보루이자 영혼의 안식처"라며 시민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비록 힘은 부족하지만 이런 싸움이 없었다면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은 작년에 통과됐을 것이고, 그러면 올해 이미 '삽질'이 진행 중일 것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폭염과 폭우가 교차하는 여름을 백운대에서 지냈다. 환경부에 제출할 서명작업은 이미 완료됐지만,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작은 실천을 한다는 의미에서 케이블카 설치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그동안 약 15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삼각산은 민족의 영산이다. 지역의 보물이다. 주변에 사는 분들이니까 더 지키려는 노력을 해 달라, 주변에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알만한 사이트에 반대 서명운동 내용을 퍼 날라주면 기하급수적으로 서명운동이 늘어날 것이다"라며 북한산 지킴이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북한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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