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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이것만큼은 반드시 바로잡아줘야 겠다'고 촉각을 곤두세우며 신경 썼던 것은 '거짓말'과 '훔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돈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문방구에 드나들면서 주머니의 푼돈을 꺼내 가는가하면 눈에 띌 만큼 거짓말도 자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가져간 사람은 아이 같은데, 거짓말 하고 있음이 훤히 들여다뵈는데 끝까지 거짓말하는 아이, 돌려 말할까? 아예 대놓고 말할까? 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어떻게 하면 바로 잡아 줄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던 것 같다.

자녀 교육만큼 소중하고 어려운 것이 없다. 이제는 청소년이 된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건데 머리 자르는 것, 머리 감는 것 등 별것 아닌 것으로 실랑이를 하곤 했는데, 아이들의 마음(심리)을 잘 헤아린 책은 여러 번의 잔소리보다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함께 읽는 철학동화'란 부제가 붙은 <토토, 진실만 말하렴>(푸른길 펴냄)은 '거짓말'과 '진실한 말'에 대한 책이다.

항상 진실만을 말하렴, 정말?

"토토, 진실만을 말하렴.
항상!
언제나!"

<토토,진실만 말하렴>겉그림
 <토토,진실만 말하렴>겉그림
ⓒ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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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는 어느 날 거짓말 한 것이 들통 나 엄마에게 호되게 혼난다. 토토는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맹세한다.

이런 토토에게 뚱뚱한 이모가 묻는다. "토토야, 내가 뚱뚱해 보이니?"라고. 토토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진실 그대로 "네!"라고 대답한다.

미장원에 다녀온 엄마도, 요리 담당 아빠도 묻는다. "내가 예뻐 보이니?", "토토야, 음식이 맛있었니?"라고. 토토는 솔직하게, 눈에 보이는 대로 대답한다. "아니오!" "아니요, 맛이 없었어요!"라고.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토토의 이런 진실한 대답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기분 나빠하고 혼내기도 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혼이 나지 않으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때문에 토토는 고민스럽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거짓말을 한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겠지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 공정한 일이 아니겠죠. 그럼 우리는 언제나 항상, 진실해야만 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가끔씩만? 그래서 세상에는 거짓말이 있는 거랍니다. 엄청 큰 거짓말, 큰 거짓말, 특별히 더 큰 거짓말, 작은 거짓말, 달콤한 거짓말, 좋은 뜻의 거짓말....그런데 이렇게 여러 가지 거짓말이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진실이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요?
-책속에서

토토는 거짓말과 진실한 말을 차근차근 생각해 본다. 그리하여 거짓말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진실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토토는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해야 한다는 것, 나쁜 말, 이를테면 욕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된다.

이 동화의 저자는 아동심리학교수로 멕시코에서 워낙 유명한 전문가란다. 언론매체들이 아동의 심리에 관한 문제를 다룰 때 반드시 거론되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찾아낼 때까지 어떠한 질문들을 해대는지'에 대해 오랜 동안 관심을 두고 이를 책으로 출간했는데(주로 아이들과 선생님에 관한) 20권이 넘는단다. 때문일까? 아이들의 심리를 잘 헤아린 책 같다.

생명은 어디에 있을까?

<생명은 어디에 있을까?> 겉그림
 <생명은 어디에 있을까?> 겉그림
ⓒ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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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어디에 있을까?>(우리교육 펴냄). 허투루 흘려보내는 시간의 소중함과 삶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초등학교 교실에 '생명'에 관한 수업을 하러간 95세의 할아버지 의사는 아이들에게 청진기를 통해 짝꿍의 심장소리를 듣게 한 후 '생명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

"심장에요" "머리에요. 생각하는 것은 머리니까" "온몸에요"…아이들은 저마다 말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의사는 말한다.

"생명은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장은 아주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명 그 자체는 아니랍니다. 생명을 움직이게 하는 모터일 뿐이지요. 심장이 멈추면 인간은 죽고, 누릴 수 있는 시간도 없어집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떻게든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시간을 쓰는 것이 바로 생명을 쓰는 것이랍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생명이랍니다."-책속에서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 '생명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써야 우리의 생명이 훨씬 가치 있는지?'는 잊고 살기 일쑤다.

혹은 생명은 심장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심장이 뛰는 것만으로, 그리하여 움직이며 살아가는 것만으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2010년 현재 100세란 나이로 일본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 할아버지인 '히노하라 시게아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병약했다고 한다.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했고 대신 피아노를 배웠다고 한다. 이렇게 배운 음악을 그는 환자치료에 쓰고 있다고.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에 관한, 국내에 소개된 저자의 책들은 읽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 것, 남을 위해 사는 것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봤다.

저자는 '생명은 어디에 있을까?'란 흔하디흔하고 대답도 뻔한 질문을 통해 아이들에게 '시간의 중요성'과 '바람직하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란 것을 일깨워 준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있습니다. 하루하루의 시간 안에 생명이 있는 것입니다. 그 시간을 우리 모두의 생명으로 소중히 여겼으면 합니다. 생명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입니다. 서로 손을 내밀어 도우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을 가꾸는 일입니다. '생명'과 이 생명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소중히 해야 합니다. 마치 공기가 보이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은이의 말 중에서

아이들은 지나치게 교훈적(교육적)인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토토, 진실만 말하렴> <생명은 어디에 있을까?>은 자연스럽게 아이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진실'과 '제대로 말하기', '생명'과 '시간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토토, 진실만 말하렴>|모니케 세페다(지은이)|익스첼 에스트라다(그림)|정은미 (옮긴이) | 푸른길|2010-09-13 |10,000원 ▲<생명은 어디에 있을까?>|히노하라 시게아키(지은이)|무라카미 야스나리(그림)|박정은(옮긴이)|우리교육||2010-04-15 |9,000원



생명은 어디에 있을까? - 의사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

히노하라 시게아키 지음, 박정은 옮김, 무라카미 야스나리 그림, 우리교육(2010)


토토, 진실만 말하렴 - 엄마와 함께 읽는 철학동화

모니케 세페다 지음, 정은미 옮김, 익스첼 에스트라다 그림, 푸른길(2010)


태그:#거짓말, #진실한 말, #생명, #푸른길,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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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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