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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을 이겨낸 사람들을 다룬 TV다큐를 보면, 도시를 떠나서 산속으로 들어가거나, 인적이 드문 농촌에서 텃밭농사를 하며 자연식(自然食)으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 자연식에는 '잡초'도 들어간다.

잡초가 음식이 되고 약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하고, 책으로 펴낸 주인공은 경기도 시흥에서 연두농장(연두영농조합법인,연두농연구교육센터)을 운영하면서 잡초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농(農)운동가 변현단(46)이다.

이번에 펴낸 책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에서 그는 잡초에 대한 일반의 편견을 불식시키는 한편,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50여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했고, 잡초 요리법뿐만이 아니라 약재로서의 효용가치와 이용법 등을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변현단)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변현단)
ⓒ 들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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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사회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 인디언들은 작물과 잡초를 구별하지 않았다. 모든 식물과 동물은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있고 각기 존재의 이유가 있는 생명이며, 자신들의 친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잡초는 식용이자 약용이 되어주는 고마운 식물이었다. 반면에 우리의 사회적 가치 기준으로 보면 잡초는 쓸데없는 풀, 즉 돈이 되지 않는 풀이다."

잡초가 음식도 되지만 약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는 근거는 옛날부터 내려온 민간요법과 동의보감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독초에 대한 걱정을 안할 수가 없다.  

"운명이지요. 생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라고 대꾸한다. 봄에 나오는 잡초의 새순들은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여름과 가을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독을 품게 된다.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어미처럼. 그래서 여름이나 가을 잡초들은 대개 데치거나 삶아서 혹은 물에 담가서 독을 빼고 먹는다. 인간 가까이 살고 있는 잡초들은 독이 있을까 우려할 필요가 없다. 독은 과하게 먹을 때 생기는 법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은 중금속을 배출하고, 민들레는 신경통과 지방간을 다스리는 대표적인 약성 잡초로 알려져 있고, 단백질은 콩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잡초에도 이런 유익한 점은 있다.

"돌콩,살갈퀴,얼치기완두 같은 콩과 잡초도 단백질 함유량이 높다. 토끼풀과 질경이,특히 방가지똥 역시 단백질 함유량이 매우 높아 알을 낳는 닭들의 단백질 사료로 이용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쇠비름은 최근 오메가3가 다량 함유되어 성인병 및 암 예방에 효능이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 책 본문중에서 -
 흔히 볼 수 있는 쇠비름은 최근 오메가3가 다량 함유되어 성인병 및 암 예방에 효능이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 책 본문중에서 -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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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를 즐기는 몇가지 방법으로는 어린 푸성귀나 겨울을 이긴 뿌리는 생으로 먹거나 양념소스를 이용하여 쌈이나 샐러드로 먹을수 있으며, 날 것으로 먹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끓는 물에 데쳐서 양념으로 나물을 해먹기도 한다. 이외에도, 묵은 나물로 만들어서 오래도록 보관하여 먹을 수도 있고 튀기고 부치거나 차로 즐기거나 술도 담글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잡초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지게 되는데, 무조건 배척하고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작물과 공존해야 하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가뭄에는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있다. 단일 작물이 있는 밭이 잡초가 없는 깔끔한 밭이라면 가뭄으로 인해 작물은 시들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잡초가 자라 있으면 잡초가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수분을 끌어들여 작물에게 수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농사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잡초를 내버려두라는 말이 아니다. 작물은 잡초를 절대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초기에는 잡초를 어느 정도 정리해서 작물과 대등한 상태에서 경쟁하게 인간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은이는 인류문명의 역사가 농사에서 시작되어 석유 자본주의 문명이 어떻게 먹을거리를 돈의 논리로 파괴했는지와 올바르고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잡초가 새로운 먹을거리의 대안을 넘어서 자연적응력이 뛰어난 생명력의 원천을 작물에게도 적용한다면 기후변화시대 식량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안경자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 약이 되는 잡초음식

변현단 지음, 안경자 그림, 들녘(2010)


태그:#잡초, #먹을거리, #민들레, #연두농장, #변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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