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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락산 밑자락, 동네 어귀에서부터 시작했다. 야생초교실 회원들은 산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어 좋다고 이구동성이다.


걷는 길에 꼭 과꽃의 어린잎처럼 생긴 풀들이 보인다. 개망초란다. 개망초는 두 해살이 풀이라서 첫 해는 어린잎으로 있다가 두 해째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동안 그런 풀들을 많이 접했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가을이 들려고 하니 식물들도 모습을 달리한다. 땅바닥에 붙어서 잘 보이지 않던 풀들도 키가 크고 열매를 맺으니 봄여름과는 다른 모습이다. 여렸던 모습과는 달리 의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쥐꼬리망초는 꽃줄기에 콕콕 점찍어 놓은 것처럼 작은 분홍의 꽃을 피우고 눈길을 끈다. 그래도 쥐꼬리보다는 굵어 보인다. 줄기를 만져보니 네모다. 잎은 톱니가 없이 밋밋하다. 대신에 잎 가장자리로 털이 촘촘히 나있다. 무리 져 피어있지 않다면 꽃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쥐꼬리망초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붉은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조가비처럼 작은 잎을 땅바닥에 닿을 듯 피우고 있는 풀, 여우주머니다. 겉보기는 꼭 애기땅빈대처럼 생겼다. 하지만 잎이 좀 더 뾰족하고 잎에 반점이 없다. 줄기 뒤를 보라고 한다. 오돌토돌 줄기를 따라 녹두알만한 방울들이 달렸다. 앞에서 볼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정말 여우같이 깜찍하게 뒤쪽에 꾀주머니를 차고 있다. 여우구슬도 있다는데 열매에 자루가 있는 것은 여우주머니, 없이 줄기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이 여우구슬이라고 한다.

 

 

회원들은 걸음을 옮기다가 쥐꼬리망초, 여우주머니, 애기땅빈대 등을 관찰하느라. 쪼그리고 앉아 코를 땅에 박았다. 잠시 삶의 시름을 내려놓고 집중하는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매듭풀은 콩과에 속하는 1년생 초다. 잔잎 3장이 모여 나며 잎맥이 선명하다. 잎이 규칙적으로 각을 내며 칼로 자른 듯 깔끔하게 끊어지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콩과식물은 주로 잎이 3장씩 모여 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령이라고 알려 주는 풀은 우리가 늘 보아오던 것이었는데 이름이 특이하다. 자료에는 중국 고사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에는 여러 풀들을 머리카락 땋듯이 묶어가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야생초를 배우며 이렇게 짬짬이 식물들과 얽힌 옛이야기를 곁다리로 알아가는 것도 꽤나 재밌다. 벼과(科) 그령속(屬)의 다년생초로 줄기 끝에 많은 술을 달고 있다.

 

 

요즘 붉은서나물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시간에 이름만 알아 두었는데, 그러고 나니 눈에 띄는 게 온통 붉은서나물이다. 국화과에 딸린 한해살이풀로 가지 끝에 조롱조롱 탱탱하게 달려있는 황록색 꽃봉이 꽃이다. 어떤 꽃이 필까 잔뜩 궁금했다가 그것이 꽃이란 소리에 허탈해 졌다. 꽃이 퍼드러지면서 수많은 씨를 단 하얀 털들이 복슬복슬 삐져나와 날아간다. 여기저기 어찌나 많이 보이는지 번식력에 혀를 내두르겠다. 잎은 길쭉한 타원형에 불규칙한 톱니만 약간씩 나 있다. 쓸 것 같은 잎을 맛보니 맵다.


코스모스 잎하고 너무 비슷하게 생긴 돼지풀의 긴꼬리열매가 익어가고 있었다. 열매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꽃가루를 뿌리는데 알레르기 원인이 된단다. 새팥도 보고 큰벼룩아재비도 보았다. "오늘은 주로 동물이름이네" 누군가 말한다.

 

 

딱 두 줄기 피어 있던 장구채의 조그만 꽃을 귀하게 다루며 루페로 들여다보느라 다들 조심조심 했다. 다섯 장의 꽃잎이 토끼 귀처럼 10개의 꽃잎으로 갈래져 보이는 그곳에 열 개의 수술이 딱지처럼 붙어있고 가운데 3개의 암술이 빠져나와 있다. 하얀 꽃에 볼터치 한 것 같은 발그레한 색이 섞여 있어 꼭 수줍음 타는 새색시처럼 느껴졌다. 석죽과에 속하는 2년생 초다.


"이고들빼기예요" "이름이 왜 그래요?" "짓는 사람 마음이죠 뭐" 강사의 우스갯소리에 잎을 뜯어 맛보니 소태보다 더 쓰다. 입술에 혀를 대니 쓴맛이 그곳에도 남아있다. "아마 쓴 맛으로는 고들빼기 종류 중에 최고봉일 걸요" 한다. 잎은 불규칙한 톱니를 갖고 있는 넓은 타원형이다. 국화과에 속하고 1-2년생이다. 노랗게 피는 작은 꽃잎 끝을 자세히 보면 이처럼 톱니가 있어 이(치아)고들빼기란 명칭이 붙었다고 전한다.

 

 

콘파스 태풍의 영향으로 밤나무와 기륭나무가 쓰러져 있는 숲에 들었다. 쓰러져 있는 밤나무 가지에서 충영(벌레집)을 보았다. 상수리나무의 잎과 밤나무의 잎이 비슷한데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충영이라고 한다. 가지에 충영이 붙어 있으면 밤나무라고 보면 된단다.


아파트와 산의 경계선에 흙막이 둑이 쌓여있고 그곳에 영춘화의 푸른 잎이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내년 봄에 필 영춘화의 노란 꽃을 기대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태그:#마들꽃사랑회, #야생초교실, #수락산, #식물,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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