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 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강화군 양도면에 있는 대안학교인 산마을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여서 <바위처럼>을 부르고 있다. '삶과 철학' 시간의 강사로 초청된  민노당 대표 이정희 의원의 특강을 기다리면서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의 숫자는 60명 정도이데, 이 인원이 산마을고 전교생의 숫자이기도 하다.

9월 15일 강화도 양도면 산마을고에서 열린 특강에서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의 벽을 허무는 송곳이 되기 위해서는 눈 크게 뜨고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당부했다.
▲ 망치와 송곳 9월 15일 강화도 양도면 산마을고에서 열린 특강에서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의 벽을 허무는 송곳이 되기 위해서는 눈 크게 뜨고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을 당부했다.
ⓒ 최진섭

관련사진보기


산마을고의 윤영소 교장과 함께 강단에 선 이 대표는 10년간 인권변호사 활동을 했고,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의 공동대표, 18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 7월부터는 민노당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학생들을 상대로 1시간 가까이 국회의원의 주요한 역할인 법률제정, 예산심의, 여론형성, 선거운동 등에 대해 실감나는 사례를 들어가며 강연을 했다. 강연의 말미에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이 의원답게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할 것도 주문했다.

"우리 사회엔 큰 벽이 있어요. 차별, 빈부격차, 분단과 같은. 이런 벽을 넘어서려면 때론 망치가 돼서 벽을 부수고, 때론 송곳이 되어 금이 가게 해야 합니다. 보수적인 사람도 설득할 수 있는 송곳처럼 예리한 논리를 갖추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합니다. 두 눈 크게 뜨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준비하길 바랍니다." 

강연에 이어서 학생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는데, 시간때문에 다 받지 못할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변호사로 일 한 10년 동안 미군범죄, 호주제, 동성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을 주로 다뤄왔던 이정희 대표는 법은 아래로, 힘 없는 이들에게 흘러가야 함을 역설했다.
▲ 법은 아래로 흘러야 변호사로 일 한 10년 동안 미군범죄, 호주제, 동성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을 주로 다뤄왔던 이정희 대표는 법은 아래로, 힘 없는 이들에게 흘러가야 함을 역설했다.
ⓒ 최진섭

관련사진보기

- 변호사, 국회의원으로 십여 년간 일했는데, 법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법은 법(法)이라는 글자처럼 물이 아래로 흐르듯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한다고 봐요. 돈과 힘이 없어서 언론이나 정치인을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말로 법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죠. 정규직 전환을 내걸며 오랫동안 싸워온 기륭전자 노동자들과 같은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해요."

-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에 대해 반대한다고 하셨는데, 전자 팔찌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요?
"전자팔찌도 반대해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놀란 것이 물리적 거세를 주장하는 분도 적지 않다는 것이죠. 성숙한 시민사회에서는 사형제나 신체형처럼 인간의 몸에 폭력을 가하는 법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재소자들을 교정, 교화하는데 힘을 쏟아서 재범률이 낮아지도록 하는 게 보다 효과적인 조치라 할 수 있습니다." 

- 당대표로 일하면서 힘드실 텐데 시간관리, 체력관리 어떻게 하나요?
"국회는 거친 곳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요. 가끔 몸싸움도 하지만(웃음) 주로 말로 일하는 곳이잖아요. 시간당 4110원의 최저임금 받으면서 낭떠러지 끝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정말 많잖아요. 건물이나 지하철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도 그렇고요. 그리고 혼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 혹시 멘토가 있나요?
"사법연수생 시절 법무법인 덕수에서 일했는데, 그때 만난 이석태 변호사에게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번역하기도 한 이 변호사께서는 나한테 '이름 내세우려고 하지 마라. 일이 잘 되는 게 우선이다'는 점을 늘 강조했죠. 그리고 국회의원이 됐을 때는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라'며 겸손함을 당부했어요. 이석태 변호사님이 그렇게 일하는 분이기도 하죠." 

- 어떤 때가 제일 힘든지 궁금합니다?
"냉소적인 반응이 제일 힘들어요. '뜻은 좋은데, 너네가 할 수 있겠어?' 이런 말 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 민노당이 힘을 키워야만 희망을 줄 수 있겠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대학 졸업할 무렵 동두천 기지촌으로 자원봉사 활동 갔어요. 그때 만난 여섯 살 난 여자 아이의 비극적인 삶에 충격을 받고 사법고시 시험 준비를 하게 됐죠. 주한미군 병사와 성매매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예쁘장한 이 아이는 엄마가 돈을 벌어와 찾아가지 않으면 포주가 좀 더 키운 뒤 성매매를 시켜서 돈을 벌 요량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변호사가 돼서 이런 아이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형법 책을 사서 맨 앞장에다 이 아이의 이름을 적어 놓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밀어주고 끌어줬는데 여기 산마을고등학교 학부모인 이시우 사진작가도 그들 중의 한 분입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 작가를 변론하면서 저보다 더 미군문제, 법률문제에 대해 해박한 것을 보고 '피고인에게 꿀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웃음)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 진보신당과의 통합문제는 어떤 상황입니까?
"당연히 합쳐야죠. 민노당은 의견을 모은 문제고, 진보신당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문제에 대해 올해 안으로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줄 계획입니다." 

- 청소년 선거권 문제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요?
"선거 연령은 더 낮아지는 게 좋다고 봐요. 그리고 일반선거와 교육감선거를 분리해서 접근할 생각이고요. 교육감선거는 16세부터는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 벽을 부수는 망치와 송곳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그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시나요?
"평화로운 세상이요. 국회에서 천안함에 대해 질문할 때 국방부 장관이나 일부 여당의원들이 보여 준 반응을 색깔론이라 말하기엔 너무 얌전한 표현이예요. 북에 대한 증오 때문에 논리적 대화가 불가능했죠. 북에서 만들었다는 어뢰설계도가 맞냐는 질문에 '북을 변호하려고 애쓰십니다'라는 국방장관의 답변에 벽을 느꼈어요. 이 벽을 넘어야만 평화로운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 송두율 교수가 등장하는<경계인>이라는 영화를 보면 '가치와 테크닉'이 충돌할 때의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 대표님은 이럴 때 어느 편에 서나요?
"가치를 지키는 편이죠. 저는 피고인들이 '잘못했습니다' '반성합니다'라는 말을 안 하고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변론을 하려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이 옳았다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송두율 교수도 감옥에 들어가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게 정리됐다고 합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라'는 글귀를 수첩에다 적어놓고 다니는 이정희 의원이 추구하는 이 시대 최고의 가치는 '평화'이다. 그는 평화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은 선거운동이라 여기고 2012년 총선에선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할 것을 공표하기도 했다.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차별이 적어지고, 인권이 보장된 평화의 나라는 또한 행복의 나라이기도 할 것이다. 산마을고 학생들이 가슴 모아 함께 부르는  '행복의 나라로'가 흘러간 옛노래가 아닌 미래를 여는 신세계 합창곡으로 들렸다.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산마을고에서 열린 이정희 의원의 특강에 참가한 강화지역 민노당원들이 다 모여서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이 산마을고 윤영소 교장 선생님이다.
▲ 강화 민노당원들과 함께 산마을고에서 열린 이정희 의원의 특강에 참가한 강화지역 민노당원들이 다 모여서 기념 촬영을 했다. 왼쪽이 산마을고 윤영소 교장 선생님이다.
ⓒ 최진섭

관련사진보기



태그:#민노당, #이정희, #산마을, #이시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