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전쟁 당시 중요한 분수령이 됐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전쟁 상처는 여전히 깊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맥아더 장군의 지휘하에 7만5000명의 병력과 261척의 함정이 실시한 작전으로 미 육군 1개 사단, 미 해병 1개 사단, 한국 육군·해병대 1개 연대가 참가했다.

 

이를 통해 연합군은 북한군 1만4000여 명을 사살하고 포로 7천여 명을 생포했으며, 서울 수복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낙동강 전선의 인민군 약 2만여 명을 고립시켰다. 한국전쟁 전세를 공세로 전환시킨 작전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인천시와 해군, 해병대 등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14일부터 16일까지 인천 월미도 및 인근해상에서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와 기념행사 등을 대규모로 개최하고 있다.

 

인천시와 국방부는 1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전야제 '희망상륙작전 콘서트'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해군·해병대 군악대 연주회, 북녘 어린이 돕기 콘서트와 상륙작전 동영상 등이 상영됐다. 


 

[상륙작전의 '빛'] '성대한' 인천상륙작전 기념식 

 

15일 상륙작전 기념 행사에는 국내 참전 용사를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등 인천상륙작전 참전국 및 터키 등 9개국 참전용사, 각국 해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 사령관과 인천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기념 행사는 상륙작전 당시 주 공격로였던 월미도 앞 해상헌화를 시작으로 맥아더 동상 헌화, 전승 기념식, 인천상륙작전 재연, 시가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해상 헌화에는 오전 9시부터 월미도 인근 독도함 함상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 송영길 인천시장을 비롯해 참전국 해군참모총장 및 해병대사령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참전용사 대표 등이 참가해 전몰장병 및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했다.

 

해상 헌화에 이어 월미도 친수공간에서 열린 전승 기념식은 국내외 참전용사 등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참전용사 소개, 국방부장관의 대통령 축사 대독, 월터 샤프 사령관 기념사, 송영길 인천시장 환영사, 참전용사 회고사 및 인천상륙작전 영상 상영 순으로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세기의 도박이라 불리던 인천상륙작전은 20세기 전사에서 길이 빛나는 '세기의 성공적 파노라마'가 됐다"면서 "상륙작전 참전 용사들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을 기리고 자유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송영길 시장도 "지울 수 없는 전쟁의 상처를 남긴 채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게 됐지만,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아픔에도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룬 OECD국가의 일원이 됐다"면서 "인천이 앞장서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시작으로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해 긴장과 분쟁의 바다 서해를, 평화와 화해의 바다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기념사를 통해 "이런 기념식을 개최해 감사하며 대북 경계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공정식 6대 해병대 사령관은 "한미 해병대 참전 전우들을 뵙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회고사를 했다.

 

특히 사상 최대 규모로 펼쳐진 재연 행사에는 한국, 미국, 호주 등 3개국 해군 함정 12척, 공군 KF-16 전투기, UH-60 등 항공기 16대, 상륙장갑차 24대, 상륙주정 6척, 고속상륙정 4대, 한미 해병대 장병 200명이 참가했다.

 

재연 행사는 한국전쟁 당시 첩보부대였던 KLO부대 참전 용사의 팔미도 등대 점등을 시작으로 상륙여건 조성을 위한 선견부대 작전, 해상화력 및 공중화력 지원, 상륙돌격, 공중돌격, 상륙접안, 해안두보 확보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에 참석한 최연준 참전용사는 "1947년 한국 해병대 창설에도 함께했다. 전쟁 당시 죽은 제자들이 생각났다"면서 "오늘 맥아더 동상 장군에 헌화도 했다. 오늘 같은 행사는 다시없는 즐거운 일이었다"고 참가 소감을 말했다.

 

김철현(78)씨도 "이런 행사는 예전부터 했어야 한다, 보훈 교육 차원에서도 매년 이런 행사가 개최돼야 한다"면서 "일부에서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를 하고 있는데, 그런 행사는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종합버스터미널 교차로에서 인천시청까지 1.4km 구간에 걸쳐 진행된 시가행진에는 한미 해군·해병대, 육군 17연대, 국내외 참전용사, 전차 및 장갑차 12대 등 14개 제대 800여 명이 참가했다.

 

한편, 16일에는 인천항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미 해군함정 공개 행사도 예정돼 있으며, 한국자유총연맹 인천시지부는 12일 인천상륙작전 참전 용사와 함께하는 도보순례 등도 진행했다.

 

 

[상륙작전의 '빚'] '조촐한' 월미도 미군 폭격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

 

정부와 지자체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천상륙작전 60주년 기념행사를 성대히 개최한 이날, 상륙작전의 '빚'인 월미도 미군 폭격 민간인 희생자 후손들은 월미공원에서 희생자 위령제를 조촐하게 치렀다.

 

위령제에서 만나 임인자(75) 할머니는 "위령제를 하고 있는 월미공원이 내가 뛰어놀던 놀이터였다. 상륙작전 당시 동네 3형제가 얼싸안고 타죽기도 했고, 해안가로 도주하던 사람들은 기총 사격으로 머리에 총 맞고 죽어 갔다. 우리는 송장을 밟아 가면서 겨우 도망쳐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가 살던 동네에 미군이 주둔하고 미군기지가 들어왔고 미군이 나가니 한국 해군이 들어와 자신들이 사용했다. 국방부와 인천시 등을 수십 번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우리 이웃은 영문도 모르고 죽었고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너무 억울해 14일에도 인천시청을 찾아갔다가 엉엉 울고만 왔다"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은 60년 전 이날(9월 15일),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면적 0.66㎢ 규모의 섬 월미도를 사전 대책 마련이나 경고도 없이 풀 한 포기도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폭격한 사건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폭격으로 월미도에 거주하고 있던 민간인 100여 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80여 가구, 600여 명이 살고 있었는데 집중 폭격으로 100명 이상이 숨졌다고 한다.

 

'삐라' 등을 통한 사전 경고 없는 무차별 집중공격으로 인해 당시 거주했던 월미도 주민들은 이유도 모르고 죽어갔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지만, 냉전으로 인해 어느 누구도 이들의 죽음을 대변해주지 않았으며 진실은 외면받아왔다.

 

월미도 귀향대책위원회는 2004년 10월 귀향 농성을 시작해 15일 현재 어느덧 2168일째 원주민 귀향 촉구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15일 월미도 미군 폭격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를 4번째로 개최했다.

 

한인덕 귀향대책위 위원장은 "58년 만에 진실화해위를 통해 월미도 미군 폭격의 진실이 밝혀졌고 지방정부가 교체됐지만, 여전히 우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공원관리소장이 행사 차량 진입이 안 된다고 행사를 방해했고, 정무부시장도 참석한다고 하더니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문병호 전 의원은 추도사를 통해 "17대 국회 당시 과거사법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가가 이런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상륙작전 기념행사에 인천시가 16억원을 투입했고, 지역 국회의원이 600억원을 들여 상륙작전 추모 공원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면서 "국가나 시가 '빛'나는 일만 할 것이 아니라, 한맺힌 이들의 한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규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더 이상 인천을 상륙과 전쟁의 도시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 상륙작전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했다. 평화와 화해의 도시로 인천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면서 인천시에 대책을 촉구했다. 추도사에 이어 월미도 유족 및 원주민의 소회 발표와 김금화 만신의 추모 진혼굿 등이 펼쳐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상륙작전, #월미도 민간인 희생자, #송영길, #김태영, #월미도 귀향대책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