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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대교 옆 금오도 봉화산 위로 사자모양의 구름이 걸려있다.
 안도대교 옆 금오도 봉화산 위로 사자모양의 구름이 걸려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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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녘 하늘에 펼쳐진 어촌마을의 가을빛 풍경은 맑기만 하다. 산 위를 뉘엿뉘엿 넘고 있는 뭉개 구름이 마치 사자의 모습을 닮았다. 배를 타고 바다 위에서 보는 가을 하늘은 정말 무지갯빛 세상이다. 이상과 동경이 가득한 바로 그런 세상.

섬을 발판삼아 어촌하늘에 마법사 봉 모양의 구름이 걸려있다.
 섬을 발판삼아 어촌하늘에 마법사 봉 모양의 구름이 걸려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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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지 등대너머로 지평선에는 용모양의 구름이 걸려있다.
 동고지 등대너머로 지평선에는 용모양의 구름이 걸려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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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삼치낚시에 이어 오늘(13일)은 갈치낚시에 들어갔다. '준비가 너무 완벽하면 고기를 못 잡는다'라는 말은 꾼들 사이의 불문율이다. 또한 어부들 사이에도 고기 담는 그릇이 너무 크면 그날은 꼭 담을 고기가 없다는 말이 떠돈다. 이는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큼을 비유하는 말이다. 원래 기대하지 않고 횡재했을 때의 즐거움이 더 큰 법이다. 일행들 역시 저마다 여러개의 고기 담는 그릇을 준비해 왔다. 그래서인지 사실 예감이 별로 좋지 않다.

삼치낚시에 기대가 워낙 컸던 터라 사실 갈치낚시는 별다른 준비를 못했다. 일행이 가진 것은 볼락, 열기용 카드채비에 손줄 낚시가 전부다. 물론 미끼도 그 흔한 크릴도 준비를 못해 카드채비에 붙어있는 루어로 고기를 잡아야 할 판이다.

미끼도 없이 은빛 갈치 낚시에 빠지다

삼치낚시가 끝나고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다. 갈치낚시를 하기 위해서다. 갈치의 씨알이 가장 굵은 시기는 11월이지만 9월은 가장 많은 마릿수가 나오는 시즌이다. 원래 갈치라는 놈은 무리를 지어 갯바위와 방파제 가까이 들어 왔다가 먼 바다로 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낮보다 밤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여름과 가을 방파제에서 밤 낚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갈치는 물때와 포인트에 관계없이 활성도가 좋을 때는 아주 쉽게 낚아 올리는 고기다.

특히 대부분의 물고기는 좌우로 움직이는데 갈치는 상하로 움직이면서 입질을 하니 낚시줄을 넣고 위·아래로 움직여야 잡을 수 있다. 테크닉이 필요한 것이다.

카드낚시에 물려온 은빛 갈치의 빛깔이 곱다.
 카드낚시에 물려온 은빛 갈치의 빛깔이 곱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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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백금포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면 멀리 바다위로 정치막 어장이 펼쳐져 있다. 여긴 일제시대 때 일본인이 어장을 설치해 고기를 잡은 곳인데, 해방후 조선인에게 어장을 물러 주고 갔다고 전한다. 그만큼 고기가 많은 곳으로, 지금까지도 대대로 고기잡이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이곳이 바로 고기들이 드나드는 길목인 셈이다. '까막골여' 가까이 정치막의 중간에서 배를 묶고 낚시에 들어갔다. 

우리가 목표한 것은 전갱이 새끼인 아지와 갈치다. 원래 아지는 무리로 다니기 때문에 카드낚시가 제격이다. 미끼가 없는 열기, 볼락용 카드에 봉돌을 끼워 바다로 던졌다.

"허허 우리가 고기한테 해도 너무한 것 아니여?"
"아무런 미끼도 없이 낚시만 덜렁 집어 넣었으니 고기가 물겠나?"
소식이 없자 일행이 푸념을 털어 놓기 시작한다.

"글쎄 말이요. 고기 입장에서 보면 그냥 날로 묵는 날 도둑넘 이지라"
한 형님이 응수한다.

"갈치 낚시는 갈치가 최고의 미끼다"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러 일행이 겨우 한마리를 낚아 올렸다. 씨알이 자잘한 갈치가 올라온 것이다. 원래 갈치는 육식성이라 자기들끼리 서로 잡아먹고 사는 포악한 놈으로 비린내를 특히 좋아한다. 형님이 방금 낚은 갈치를 썰어 종자 미끼를 하자고 해서 반신반의 하고 10개의 카드채비에 잘게 썬 미끼를 끼워 바다로 던졌다.

그런데 일이 벌어졌다. 갈치로 미끼를 끼워 던진 일행들 사이 여기 저기서 함성이 터졌다.

"물었다. 이게 뭔고기 단가?"
"갈치다. 갈치떼가 왔어요"

미끼없는 카드낚시에 방어가 쌍으로 물려 올라오고 있다.
 미끼없는 카드낚시에 방어가 쌍으로 물려 올라오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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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2마리를 낚아 올린 동료가 환하게 웃고 있다.
 갈치 2마리를 낚아 올린 동료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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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낚시에 갈치로 미끼를 끼우자 은빛 갈치가 쌍으로 물어 올라왔다.
 카드낚시에 갈치로 미끼를 끼우자 은빛 갈치가 쌍으로 물어 올라왔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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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를 넣자 즉각적인 반응이 온 것이다. 한 사람은 2마리를 다른 사람은 3마리를 낚아 올렸다. 비린내를 맡은 갈치들이 먹이를 찾아 몰려든 듯하다. 또한 방어와 아지도 종종 올라왔다. 씨알은 별로 굵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갈치낚시에 함박웃음이 묻어나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카드낚시에 갈치가 물어 올라오고 있다.
 카드낚시에 갈치가 물어 올라오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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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선율의 아름다운 갈치가 지느러미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은빛 선율의 아름다운 갈치가 지느러미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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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선율의 아름다운 갈치가 지느러미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은빛 선율의 아름다운 갈치가 지느러미를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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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의 빛깔은 정말 고왔다. 미끄러지듯 반짝이는 은빛 선율에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은빛의 아름다움이 이렇게 눈비실 줄이야~"
"투명한 등지느러미와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빛 찬란한 빛깔이 혼을 빼놓네 그려. "

은빛은 사람을 끄는 묘한 마력이 있는 듯하다. 시장에서 보는 빛바랜 갈치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뭐니 뭐니 해도 먹는 즐거움 만한 것이 없다. 즉석에서 썬 갈치사시미 맛이 보통이 아니다. 일행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 갈치 맛을 이렇게 평가했다.

담백하면서 쫄깃쫄깃 씹는 맛이 일품인 갈치는 김치에 싸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담백하면서 쫄깃쫄깃 씹는 맛이 일품인 갈치는 김치에 싸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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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갈치가 달다 달아~"
"이맛을 뭘로 표현해야 좋노.뭐랄까?"
"담백하면서 쫄깃쫄깃 씹는 맛이 일품이야 일품!"
"아따 성님 여기에 김치를 곁들이면 감칠맛 배가 된당께!"

선상낚시에 동료들의 즐거움은 배가되고 점점 밤은 깊어만 간다.
 선상낚시에 동료들의 즐거움은 배가되고 점점 밤은 깊어만 간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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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보낸 가을 밤낚시에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일행이 1박2일 동안 낚은 것은 비단 갈치와 삼치만이 아니었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아름답듯 이제 그 위해 또다른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가슴에 담고서 이들은 또다시 뭍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갈치낚시, #가을하늘, #안도, #갈치사시미,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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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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