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종신 : 11일 오후 10시 37분]
 
4대강 공사 중단을 위한 1차 국민행동, 1500명 참여해 평화롭게 마무리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기쁨의 그날 위해 함께 할 친구들이 있잖아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라는 노래에 맞춰 집회 참석자들은 보신각 앞에서 '기차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4대강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이포보에서 41일간 고공농성을 했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선두에 섰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백금렬씨는 "우리가 저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은 저들보다 신나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렇게 기차놀이는 몇 번이고 이어졌다. 비록 10만 명은 모이지 못했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보신각까지 '인간띠잇기'는 하지 못했지만, 비는 내렸다 말았다를 반복했지만 1500여 명(경찰추산) 시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시민들은 청와대를 향해 이 날 몇 번이고 외쳤던 구호를 다시 외쳤다.
 
"흘러라, 강물아! 들어라, 청와대!"
 
 
기차놀이를 마친 대학생 한별(26)씨의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지난 방학 함안보 공사현장을 방문했다는 한씨는 "직접 가보고 물에도 들어가 보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환경파괴가 심각했다"며 "(4대강 공사로) 파헤쳐져 있는 강을 보니 우리 자손들이 앞으로 이 강에서 마음껏 뛰 놀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기독교인이라는 한씨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하나님의 뜻이 정말로 무엇인지, 국민의 뜻이 정말로 무엇인지 느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오후 7시경 광화문에서 보신각으로 자리를 옮긴 시민들은 계속해서 쏟아지는 비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일부는 은박지 스티로폼이나 우비를 깔고 앉았고, 일부는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문화제를 즐겼다. 시민들과 함께 이동한 경찰이 그 주위를 빙 둘러쌌다.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아주 평화롭습니다. 경찰만 없다면...그리고 비만 안 내린다면..."이라는 한 트위터리안(@reenjang)의 글처럼 문화제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시민들은 '노찾사', '우리나라' 등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서는 이학영 YMCA 사무총장과 남윤인순 한국여성연합 대표가 '4대강 공사 중단을 위한 국민행동'의 대표로 무대에 올라,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은 국토를 파괴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이라며 "생명의 강을 흐르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9.11 비상국민행동대회를 시작으로 하반기에 4대강 사업을 끝장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국민행동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0년 하반기에 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시켜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신 : 11일 오후 8시 21분]
 
길목마다 막아선 경찰..."광장사용 불허해서 오히려 혼란"
 

"경찰은, 길을 터라! 경찰은, 길을 터라!"
 
원천봉쇄였다. 오후 6시가 되자 '4대강 공사 중단을 위한 10만 국민행동' 집회 참석자들은 수십 명씩 무리를 지어 산발적으로 '인간띠잇기'를 시작하려 했지만, 경찰은 '인해전술'을 펼치며 이들이 가는 길목을 막아섰다.
 
'인간띠잇기'는 집회 참석자들이 아니라 경찰들이 먼저 했다. 스크럼을 짠 경찰 사이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경찰과 대치한 이들은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막느냐", "나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거 아냐"라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순간, 경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종로 경찰서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참석자들이 '경찰 인간띠'를 뚫고 나온 것이다. 한 쪽이 뚫리자 다른 쪽도 뚫리기 시작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광화문 8차선 도로를 건너 야5당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아일보 앞으로 달려갔다. 경찰들도 이들을 막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를 비롯해 김진애 조승수·최영희·홍희덕 의원 등이 참석했다.
 
분홍색 우비를 입은 이정희 대표는 "국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왔다"며 "더 이상 보를 세우고 강바닥을 파헤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우리는 지난여름 국민여러분들께 드린 약속을 잊지 않았다"며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고 4대강 예산을 복지에 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심판을 받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야당의 책무를 강조했다.
 

야당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몇몇 참석자들은 일민 미술관에서 보신각 쪽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선 경찰 앞에서 인간띠를 만들어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남 산청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최세현(50)씨는 경찰의 원천봉쇄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최씨는 "광장사용을 허가해줬으면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었을텐데, 경찰이 광장사용을 막으면서 오히려 혼란이 생기고 일이 복잡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회 장소가 없어 시민들이 산발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4대강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최씨는 "산청이 지리산 옆에 있는데 4대강 사업 때문에 지리산에 댐이 들어서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후 시민들이 "4대강 삽질 중단하라, 이명박은 물러나라"를 외치자, 경찰은 "여러분은 지금 허가되지 않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빙자해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경고방송을 했다. 이에 한 시민은 "4대강이 불법"이라고 응수했다. 결국 경찰의 원천봉쇄로, 광화문 광장 앞에서 보신각까지 인간띠잇기를 하겠다는 계획은 무산되었다. 현재 광화문에서 보신각 앞으로 이동한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1신 : 11일 오후 6시 23분]
 
광화문 곳곳에 경찰 배치...'인간띠잇기' 할 수 있을까
 

"흘러라, 강물아! 들어라, 청와대!"

 

11일 오후 5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주황색 풍선을 든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이어지고 있다. 이날 아침부터 계속되는 빗줄기는 여전하지만, 이들이 입은 형형색색의 비옷에는 '4대강 사업반대'라는 글자가 뚜렷하다.

 

이들이 모이는 이유는 '4대강 공사 중단을 위한 10만 국민행동'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광화문의 세종로 파출소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가)공공운수노조준비위의 천막 앞으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들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이들은 오후 6시 광화문 일대에서 '인간띠잇기'를 진행한 후, 보신각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궂은 날씨 때문인지 광화문 일대에 모인 시민들은 약 200여 명 정도로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찰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2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국민행동'은 당초 광화문 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은 집시법을 이유로 행사를 불허한 상태였다.

 

형광 연두색 비옷을 입은 경찰들은 광화문 광장을 봉쇄한 것은 물론, 세종로 파출소·동화면세점·대한문 앞 등 광화문 일대 곳곳에 58개 중대, 전·의경 약 4000명을 배치했다. 참가자의 10배가 훨씬 넘는 병력이다. 무장을 한 경찰들도 곳곳에 보인다. 때문에 자칫 '국민행동'이 '인간띠잇기'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태그:#4대강, #광화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