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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야생초 수업은 일차로 실내에서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한 후에 밖으로 나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태풍 곤파스를 겪은 동네 곳곳에는 쓰러진 나무를 삼각기둥대로 세워놓기도 하고 훼손된 것은 모두 톱질을 해서 쌓아 놓았다. 동네가 벌목장으로 변해 버렸다.

거리를 나서면서 회원 한 사람이 작년 가을에 갈무리해 두었던 박주가리씨를 가져와 날렸다. 씨방에는 수십 개의 씨가 명주실 같은 깃털을 달고 차곡차곡 쟁여 있다. 씨를 여는 순간 꾸역꾸역 빠져나와 하늘을 훨훨 반딧불처럼 날아간다. 씨들은 날개를 달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날아가 자손을 퍼트리는가 보다. 날아가는 씨앗을 잡으려 손을 뻗치는 모습들이 아이들 같다.

박주가리 꽃. 작은 꽃에 털이 보송보송 덮였다.
 박주가리 꽃. 작은 꽃에 털이 보송보송 덮였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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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열매. 만져보아 딱딱한 것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박주가리 열매. 만져보아 딱딱한 것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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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씨. 씨를 단 솜털날개가 날아간다.
 박주가리 씨. 씨를 단 솜털날개가 날아간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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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의 꽃을 올 여름에 처음 알았다. 햇볕이 쨍하게 쪼이던 중랑천에서 보송보송 털이 난 앙증맞은 보라색의 꽃을 보았다. 가는 줄기에 퉁퉁하고 길쭉한 타원형의 초록 열매를 달고 있었다. 박주가리 잎은 줄기 있는 쪽에 깊숙한 홈이 파여 하트 모양을 하고 있다. 덩굴식물이다. 잎을 자르면 하얀 진액이 몽글몽글 나온다. 알고 나니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흔하게 보이는 식물이었다.

"씨를 만져보아 푸석푸석한 것 말고 딱딱한 것은 먹을 수 있어요." 박주가리가 여러모로 재미를 준다.

야생초 수업을 하다 보면 강사의 계획대로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 실내에서 수업한 것을 바탕으로 확인하러 나왔지만, 그것을 만나러 가기 전 눈에 밟히는 것들이 너무 궁금하다. 수강생들은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대로 물어본다. 그래서 덤으로 알게 되는 식물들이 많다.

개여뀌와 모시물통이, 오른 쪽으로 이삭 같은 꽃을 달고 있는 것이 개여뀌. 왼쪽에 넓은 톱니 잎이 모시물통이
 개여뀌와 모시물통이, 오른 쪽으로 이삭 같은 꽃을 달고 있는 것이 개여뀌. 왼쪽에 넓은 톱니 잎이 모시물통이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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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씨를 날리면서 처음 만난 식물이 붉은서나물. 요즘 자주 눈에 띄는데 곧은 줄기가 어른 키를 능가하는 것들도 있다. 이름이 특이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계획에 없는 야생초들은 우선 이름만 알아둔다.

뚱딴지를 만났다. 둥근잎돼지풀로 잘못 알고 유해식물이라고 기사를 썼던 미안함에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마 다시는 잊지 않을 것 같다.

뚱딴지는 일명 돼지감자라고도 한다. 아싹거리는 맛에 유럽에서는 샐러드용으로 많이 사용한단다. 매실엑기스처럼 발효시켜 먹을 수도 있고, 당뇨에도 좋다고 해서 요즘은 일부러 심기도 한단다. 번식력이 강하다. 구분할 때 긴 잎자루에 좁은 날개가 달려 있는지 확인하라고 한다. 만져보니 잎은 거칠었다. 애벌레들이 잎을 갉아 먹지 않는 식물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잎이 매우 깨끗하다. 꽃이 해바라기처럼 노랗고 예쁘게 핀단다. 집 가까이에 있으니 9~10월에 피는 꽃을 볼 수 있겠다.

깨풀과 부전나비
 깨풀과 부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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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수업에서 본 무환자나무과인 모감주나무를 올 여름 중랑천 뚝 길에서 만났다. 잎은 거친 톱니였고 깃꼴겹잎으로 줄기 양쪽에 줄지어 붙어 있다. 꽈리주머니처럼 생긴 연초록의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보았다. 손을 뻗어 열매를 까보는 사람도 있다. 그 속에는 파랗고 동그란 쥐눈이콩만한 알갱이 서너 개가 들어 있었다. 그때는 무슨 나무인지 몰랐었다. 사진만 찍어 두었었다. 엊그제 태풍이 쓸고 간 중랑천에 가보니 씨방이 터져 모감주나무 아래는 까맣게 익어 가던 씨들로 땅바닥이 까뭇까뭇했다. 늦봄에 피는 자잘한 노란 꽃은 나무 끝에서 원추꽃차례로 나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모감주나무. 꽈리 속 열매에는 쥐눈이콩 같은 씨앗이 까맣게 익는다.
 모감주나무. 꽈리 속 열매에는 쥐눈이콩 같은 씨앗이 까맣게 익는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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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회원들은 어렸을 때 까마중 열매가 까맣게 익으면 따먹었다고 하는데 한 번도 먹어본 기억이 없다. 가지과의 한해살이 풀인 까마중 자체가 생소하다. 요즘 야생식물을 배우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주변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수업할 때마다 깨닫는다. 손톱만한 하얀 꽃잎이 뒤로 제켜지며 별처럼 핀다. 자료를 찾아보니 열매에 약간 독성이 있다고 한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에는 독도 맥을 추지 못했는가 보다. 서울 시멘트 숲에서 보이는 까마중은 비실비실한데, 여름에 시골에서 본 것은 매우 풍성하고 열매도 탐스러웠다. 먹을 수 있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기에 맛을 보니 비릿했다. 아마 덜 익었었나 보다. 꼭 방울토마토 속처럼 미끈한 액속에 자잘한 씨가 들어 있었다.

까마중. 시골 밭둑에 있던 까마중은 벌써 익어 있었다.
 까마중. 시골 밭둑에 있던 까마중은 벌써 익어 있었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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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잠화는 넓은 타원형 잎을 꽃받침삼아 길게 줄기를 뻗고 그 위에 고고하게 하얀 꽃을 피운다.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잎을 데쳐 쌈을 싸먹는다는 것과 꽃이 밤에 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향을 맡아 보라고 한다. 라일락향보다 더 진한 향기를 가졌다.

태풍 때문에 큰 나무들을 우선 추스르느라 땅의 풀들을 제거할 여유가 없다 보니 동네에 깨풀과 개여뀌, 모시물통이 같은 풀들이 제 세상을 만났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수북하다. 하지만 곧 잔디기계로 깎여 나갈 운명들이다. 

여뀌는 좀체 만나기 어렵고, 자잘한 붉은 꽃자루를 벼이삭처럼 달고 바람에 살랑이며 지천으로 피어 있는 것은 모두 개여뀌라고 한다. 함께 보지 않아서 구분이 쉽지는 않지만 여뀌의 꽃은 초록색이 섞여 있고, 맛을 보면 맵다고 한다. 대신 개여뀌의 잎을 씹으니 그냥 밍밍한 맛이다. 그렇게 맛으로도 구분을 한단다.

가죽나무잎. 줄기 쪽에 달려 있는 잎을 보면 약간 각이 져있다. 그 곳에 사마귀 같은 조그만 점이 도톰하게 박혀있고, 냄새점이다.
 가죽나무잎. 줄기 쪽에 달려 있는 잎을 보면 약간 각이 져있다. 그 곳에 사마귀 같은 조그만 점이 도톰하게 박혀있고, 냄새점이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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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물통이의 줄기를 잘라보세요. 그리고 문질러 보세요. 왜 물통이라고 했는지 느껴보세요." 촉촉한 물기가 손가락에 제법 묻어난다. 긴 잎자루 초입에 좁쌀 같은 하얀 꽃들이 자잘하게 모여 숨듯이 피어 있었다.

화단에 가죽나무의 씨가 떨어져서 어린 가지를 피우고 있었다. 덕분에 잎을 관찰할 수가 있었는데, 우선 냄새를 맡아 보라고 한다.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냄새를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역겨운 냄새로 인식되는 것 같다. 잎자루 가까운 잎 근처 한두 군데가 약간의 톱니모양으로 튀어나와 있고, 그 잎맥을 따라 가보면 끝 쪽에 사마귀 같은 아주 작은 돌기가 도톰하게 박혀 있는 게 보인다. 그곳이 냄새점이라고 한다.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무슨 암호처럼 박혀 있다. 가죽나무를 알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란다.

가죽나무가 제대로 심어져 있는 곳으로 가보니 매우 큰 나무다. 가죽나무는 교목으로 암수가 다르단다. 우리가 본 나무는 씨앗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암나무였다. 떨어진 씨앗을 주워 보니 프로펠러처럼 생긴 날개 정 가운데에 딱 한 개가 들어있다.

태풍에 한쪽가지가 부러진 튤립나무. 잎이 옷걸이에 걸린 티셔츠 같다.
 태풍에 한쪽가지가 부러진 튤립나무. 잎이 옷걸이에 걸린 티셔츠 같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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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나무 열매. 날개 하나하나 밑동에 씨앗이 달려 있었다. 날개가 퍼드러지는 순서대로 놓아 보았다.
 튤립나무 열매. 날개 하나하나 밑동에 씨앗이 달려 있었다. 날개가 퍼드러지는 순서대로 놓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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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나무는 태풍에 가지가 꺾여 여러 토막이 난 채 아파트 벽에 쌓여 있었다. 몇 년 전에 튤립나무를 처음 알려준 사람은 그 잎을 옷걸이에 걸려 있는 티셔츠에 비유했었다. 잎자루가 긴 나뭇잎은 대부분 좌우대칭 4갈래다. 그것이 팔 부분, 다리 부분으로 나뉘어 보여 그다음부터 잊는 일 없이 잘 알아보게 되었다.

튤립나무는 목련과 낙엽교목이라는데 꽃이 꼭 튤립을 닮았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말라 가고 있는 나무토막과 잎 사이에서 많은 열매를 찾아 관찰해 볼 수 있었다. 열매는 어른 손가락만하고 뾰족 타원형으로 겹겹이 비늘무늬를 그리고 있다. 그것 하나하나의 밑둥에는 씨앗을 하나씩 달고 있었다. 덜 마른 열매는 물결무늬가 꽉 닫혀 있고, 점점 낙엽이 들수록 벌어져 있었다.

나무더미 속에서 열매를 찾아내 손바닥에 얹은 회원들이 아이들처럼 좋아한다. 날개 속에 들어 있는 씨앗을 발견하고는 하나씩 뜯어 날려 보기도 한다. 빙그르 돌며 내려앉는 씨를 보며 신기해 한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갔다. 그것이 야생식물을 배우는 재미이기도 하다.


태그:#마들꽃사랑회, #야생초교실, #개여뀌, #박주가리, #가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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