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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가 지나가려 하자 가지말라고 제지하고 있는 경찰.
▲ 경찰은 왜 모든 차량을 못가게 막았을까? 오토바이가 지나가려 하자 가지말라고 제지하고 있는 경찰.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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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일 오전 11시 넘어 남목에서 시내에 볼일을 보러 갔습니다. 401번 버스타고 효문 사거리를 거쳐 좌회전하여 울산역 쪽으로 갔습니다. 명촌교만 건너면 울산역인데 잘 달리던 버스가 명촌교 건너기 전에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앞에는 경찰 차량이 여러 대 서 있고 경찰들이 교통정리에 쓰는 봉을 들고 차량을 못 가게 막고 서 있었습니다. 버스에 탄 승객들이 웅성 거렸습니다.

"어디 사고났나?"
"음주운전 단속하나?"

승객들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앞의 풍경을 부면서 궁금해 했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갑자기 왜 여기서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을까요?

"기사님, 문 좀 잠시만 열어 주실래요?. 제가 나가서 한번 물어 보겠습니다."

기사님은 오토바이 조심하라며 앞 차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오토바이가 멀지 않은 곳에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손을 들어 보이며 조심스레 내려 차량을 막고 있는 경찰에게 다가갔습니다.

"경찰 아저씨, 왜 이렇게 차량을 막고 서 있나요?"

젊어 보이는 한 경찰이 저를 뒤로 밀치려 하며 "그런 거 알거 없습니다. 잠시 후 보내 드릴테니 차에 타 계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짜증 내는 듯한 그 경찰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국민으로서 알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경찰은 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가 있잖습니까?"

그 젊은 경찰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는 투로 화난 듯한 얼굴을 하며 계속 밀어 내려고만 했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나이 좀 있어 보이는 경찰이 말했습니다.

"외국에서 높은 사람이 왔다고 하네요. 잠시면 됩니다. 그분들 차량이 지나가고 나면 보내 드리겠습니다."

저는 마침 가져간 사진기로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말하고는 여기저기 찍었습니다. 외국에서 누가 왔는지도 경찰은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도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고위층에서 울산을 방문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이없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버스가 정차 한 시간이 11시 40분이었습니다. 50분이 지나니 저만치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길 안내하는 경찰 차가 앞에서 달리고 그 뒤에는 외국에서 왔다는 고위층 일행이 탄 듯한 비싸 보이는 승용차들이 서너대 따라 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래요?"

버스 승객들은 궁금해 했습니다.

"경찰에게 물어보니 외국에서 높은 사람이 와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수근 거렸습니다.

"정말 어이 없구만."

경찰은 외국 고위층 일행이 명촌교로 다 빠져 나가자 차량 통제를 풀어 주었습니다. 시간을 보니 11시 52분이었습니다.

명촌교를 바로 앞에 두고 통제 되어 버린 차량들. 경찰은 가려던 오토바이까지 막아서 길 옆에 서 있었다.
▲ 갑자기 교통 통제 왜? 명촌교를 바로 앞에 두고 통제 되어 버린 차량들. 경찰은 가려던 오토바이까지 막아서 길 옆에 서 있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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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가 무슨 일로 왔기에 교통 통제를 느닷없이 하는 것일까요? 볼일 보고 집에 도착하여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제공했다는 기사가 하나 떠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에콰도르 대통령이 8일부터 10일까지 일정으로 방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오전 현대중공업을 방문한 후 울산시장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하려고 명촌교를 통과하던 중이었나 봅니다.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이해 못할 일도 아닌데 경찰마저도 모른다 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시민에게 이유로 알려주지 않을 만큼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태그:#교통 통제, #국가권력, #외국손님, #고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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