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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전문회사, 문화전파사업, 지역화폐 운동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상상이 가십니까? 다들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업을 구할 때 다른 꿈을 꾸며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오는 11일 '세상을 바꾸는 1천 개의 직업'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엽니다. 다른 꿈을 꾸며 다른 길을 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가요? 행사에 앞서 1천 개의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습니다. [편집자말]
자신이 운영하는 구두수선점에 모금함을 마련해 손님들에게 나눔의 의미를 설명하고, 자신이 번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구두수선사, 갓 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사교육 없이 키우겠다며 이에 해당하는 비용을 내놓은 어머니,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위해 저금했던 돈을 "앞으로 딸이 살아갈 세상이 보다 아름다워진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기부를 결심한 아버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희망제작소 안 벽 한 켠에는 이러한 사연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바로 '1004클럽 프로젝트'다. '1004클럽 프로젝트'는 "희망으로 세상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해 1004명이 참여하는 1천만원 기부자 커뮤니티"로, 일시적으로 돈을 기부하는 기존의 모금 방식에서 탈피해 기부자 스스로 모금설계를 하는 맞춤기부 형식으로 차곡차곡 돈을 기부해 1천만원을 '채워나가게' 된다.

8일 오전, 희망제작소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금전문회사 휴먼트리의 이선희 대표를 만나 보았다. 휴먼트리는 기부자와 기부를 받을 대상을 연결하고, 다양한 모금 방식을 개발하는 등의 일을 하는 '모금전문회사'다. 다음은 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모금 전문가의 길, '땡잡았다'"

1004클럽 가입자들의 사진이 붙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내 희망제작소에서 만난 모금전문회사 휴먼트리의 이선희 대표
 1004클럽 가입자들의 사진이 붙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내 희망제작소에서 만난 모금전문회사 휴먼트리의 이선희 대표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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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전문회사'라는 말이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설명한다면.
"쉽게 말해, 기부자 입장에서 돈을 가장 행복하게 쓰는 법을 알려주는 회사다. 이렇게 돈을 행복하게 쓰기 위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부 방법을 개발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이를 통해 모아진 돈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기부자와 돈이 필요한 곳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모금전문회사 '휴먼트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땡잡은 거다'라고 말하고 싶다.(웃음) 모금전문가가 된 것 말이다. 이 일을 하기 전 16여 년 동안 문화마케터로 일했다. 그러면서 갖게 된 재주를 재미나게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박원순 변호사를 만났고, 이때 모금전문가에 대해 처음 들었다.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모금전문가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받으며 '모금도 마케팅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모금'이라는 문화가 시작 단계에 있는데, 때문에 전문 펀드레이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년에 모금전문가 학교를 졸업하고 휴먼트리를 만들게 되었다."

"1004클럽 프로젝트, 공연장 1평 나눔…'발등에 불 떨어졌다'"

-현재 휴먼트리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한 마디로, '100억을 모으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1004클럽 프로젝트, 서울시 장애인 복지시설협회와의 프로젝트, 장애인 재활시설의 운영금 마련 프로젝트 등의 액수를 다 합하면 100억쯤 된다."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15주년 기념 컬투쇼에서 공연장 1평 나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사진은 공연장 내 마련된 공연장 1평 나눔 부스에서 포즈를 취한 탤런트 이혜숙씨.
▲ 공연장 1평 나눔에 참여한 탤런트 이혜숙씨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15주년 기념 컬투쇼에서 공연장 1평 나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사진은 공연장 내 마련된 공연장 1평 나눔 부스에서 포즈를 취한 탤런트 이혜숙씨.
ⓒ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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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1평 나눔'을 한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이것도 진행하는 일의 일부인가.
"서울시 장애인 복지시설협회를 위해 하는 마케팅 프로그램 중 하나다. 모금을 할 때 단순히 거리에서 하는 것보다는 다른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던 중 콘서트나 오페라 등이 열리는 공연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장 1평 나눔'을 위해 콘서트를 여는 가수들에게 연락하면 선뜻 1평을 내어 준다. 또 가수들이 직접 콘서트 도중 관객들에게 "공연장에 마련된 모금 부스에 기부를 해 달라"고 이야기하면,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확실히 (관객들이) 공연장에 들어갈 때보다 나갈 때 (가수들의 말을 듣고) 더 많이 기부에 참여한다. 지금까지 조규찬씨, 그리고 컬투가 '공연장 1평 나눔'에 참여했다. 이번 25일, 26일에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박효신씨 콘서트에서 '공연장 1평 나눔'을 할 예정이다. 가수들의 콘서트뿐만 아니라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 등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연장 1평 나눔'은 단기간으로만 진행되는 것인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기부를 생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스타들이 앞장서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은 스타들이 공연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태였는데, 이보다는 '공연장 1평 나눔'이 부담도 덜 되고, '함께 나눔 문화'를 퍼뜨리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연말에 가족 단위 오페라나 뮤지컬에서 '공연장 1평 나눔'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앞으로 팸플릿 파는 부스 옆에 나눔을 위한 팸플릿이 있는 것이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금액을 떠나 모금을 하는 참여 자체가 고맙다. 그 마음과 관심이 고맙고 감동적이다. '공연장 1평 나눔'은 모금이 일차적 목표가 아니다. '이런 사람이 있고, 관심이 필요하다'고 알리는 게 중요한 것이다."

"꿈 잃은 청년, '패자부활전' 기회 못 준 기성세대 책임"

1004클럽에 가입한 회원이 다른이들에게 1004클럽의 가입을 설득하고 이들이 1004클럽에 가입한 경우, 이렇게 '희망주자'라는 명칭과 함께 박원순 변호사의 것과 크기가 같은 문패를 만들어 놓는다.
▲ 1004클럽의 희망주자들 1004클럽에 가입한 회원이 다른이들에게 1004클럽의 가입을 설득하고 이들이 1004클럽에 가입한 경우, 이렇게 '희망주자'라는 명칭과 함께 박원순 변호사의 것과 크기가 같은 문패를 만들어 놓는다.
ⓒ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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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의 인터뷰를 보면(관련 기사 : "이명박 정부, 대안적 고뇌가 없다. 세상 바꿀 수 있는 1천 개 직업 있다") 청년들에게, "영혼을 팔며 줏대 없이 살아도 되는 건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생각을 돌리면 얼마든지 해볼 만한 일들은 많다"는 말을 한다. 청년들에게 안정된 직장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꿈을 가지라는 말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 이선희 대표의 생각은.
"일단 지금의 청년들이 '꿈'이라든가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못 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기성세대가 이들에게 가르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꿈을 향해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기회를 주지 못한 건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20번을 실패해도 1번을 위해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즉 소위 말하는 '패자부활전' 시스템이 사회에 없기 때문에 청년들이 죽을힘을 다해 안정된 대기업만을 찾는 것이다. 이번에 진행되는 '세상을 바꾸는 1천 개의 직업' 프로젝트는 그래서 단순한 직업 소개가 아니라, 청년들에게 꿈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일반적 기업과는 다른, 휴먼트리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 의미는.
"휴먼트리는 '돈을 재미나게 벌어 재미나게 쓰는 회사'라고 말하고 싶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하지만 돈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돈을 재미나게 나누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지만, 휴먼트리는 기부자와 돈을 필요로 하는 곳을 연결하고, 재미있는 마케팅 방법을 개발하여 기부자들에게 기부를 알려주고, 권유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고귀한 일들은 세상에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모금이 으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재미나게 돈 벌어 재미나게 쓸 수 있었으면"

-앞으로 휴먼트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생각한 것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5년 후, 10년 후에도 휴먼트리가 재미나게 돈을 벌어 재미나게 쓰는 것을 계속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제모금회사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선희 대표와 같이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부모님, 그리고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적인 직업이 아닌 이상 이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하는 일에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꿈을 갖는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세상에는 돈 말고 더 크고 아름다운 가치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돈보다 큰 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전문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하고자 하는 사회적 분야에서 이론적, 경험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꿈과 목표를 가질 것,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문 지식을 쉬지 말고 습득하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의 20대에게,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일단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가는 것에 '존경스럽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잘 견뎌주길 바란다.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눈을 돌리면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서 제2의 삼성, 제2의 현대를 만들려는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또 다른 분야에서 시작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

또 하나, 모금을 하는 입장에서 말한다면 (웃음) 부모님들께서 공동체를 위해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하실 수 있도록 설득해 주었으면 좋겠다. 청년들도 직장을 갖게 되면 같이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 행복하게 돈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실천해 주었으면 한다."

[강연회] 세상을 바꾸는 1천 개의 직업
일시: 9월 11일 (토) 12시~19시
장소: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주최: 희망제작소

프로그램
12:00 등록 및 접수, 사회혁신 기업 한마당
13:00 여는 마당: 김제동 - 내가 생각하는 삶과 직업
13:40 박원순의 제안 ① - 1000개의 직업 소개
15:40 좋아서 하는 밴드
16:20 박원순의 제안 ② - 1000개의 직업 소개
18:00 닫는 마당: 한비야 -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원동력

예매: 인터파크 1588-1555
문의: 블로그 http://blog.makehope.org/1000 / 트위터 @hope4YB / 홈페이지 www.makehope.org



태그:#휴먼트리, #이선희, #모금전문회사, #희망제작소,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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