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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2010년 다시 부동산을 말하다' 좌담회가 오마이TV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김재영 MBC PD, 김종철 오마이뉴스 경제팀장,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2010년 다시 부동산을 말하다' 좌담회가 오마이TV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김재영 MBC PD, 김종철 오마이뉴스 경제팀장,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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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도, 소득도, 결혼도, 돈도, 집도 없다."

'5무 세대'라는 말이 있다. '88만 원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가 처한 취약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5무 세대'라는 수렁에 빠트린 토건 경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폭등기에 큰 빚을 지고 산 집이 팔리지 않아 고통 받는 '하우스푸어'의 집을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이 빚을 져 매입할 수 있도록 소득에 따른 대출규제를 풀어준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7일 오후 2시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2010년 다시 부동산을 말한다'라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기성세대가 토건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젊은 세대에게 빚과 고통을 전가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토건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전문가들의 이런 주장은 큰 공명을 낳았다.

이날 좌담회에는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최근 <하우스푸어>를 펴낸 김재영 MBC 문화방송 <PD수첩> 프로듀서, <88만 원 세대> 공동저자 우석훈 2.1연구소장이 참여했다.

"8·29 부동산 대책... 부동산 시장은 연착륙이 아닌 불시착할 것"

좌담회에서 하우스푸어를 구제하기 위한 8·29 대책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먼저 선대인 부소장은 "가계 부문의 부채가 850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가계 부채를 늘려 부동산 부양을 시도하면 안 된다"며 "더 이상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다, 이번 대책은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확인사살이 되고, 부동산 연착륙이 아닌 '불시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재영 프로듀서는 이번 대책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의도를 끄집어냈다. 그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가계 부채 때문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풀지 않겠다고 했지만 한 달 만에 완전히 풀었다"며 "이명박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집 가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무마시키려는 게 이번 대책의 정치적 효과"라고 지적했다.

우석훈 소장은 이번 대책에서 DTI를 풀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유지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LTV 해제는 투기꾼들에게 담보가치를 더 쳐줄테니 빚을 내 집을 사라는 것을 뜻하고, DTI 해제는 저소득층도 빚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LTV를 유지하면서, DTI를 푼 것은 철학적으로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하우스푸어를 구제한다는 8·29 대책의 취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수도권에만 100만 가구 수준(책 <하우스푸어> 통계)인 하우스푸어를 구제한다면서 부동산 시장 전체를 부양하려 한다는 것이다. 선 부소장의 말이다.

"하우스푸어를 구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시장 경제에서 모든 투자는 자기 책임 하에 이뤄진다. 집값이 오를 때 차익은 개인이 소유하고, 떨어질 때의 손실을 사회화하면 막대한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 하우스푸어를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가계부채를 늘려서 건설업체를 먹여 살리는 것은 거품만 키울 뿐, 국민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선 부소장은 이어 "집값 등락에 전 재산이 걸려있기 때문에 정부에 동정적인 심정을 가지고 있는 하우스푸어가 많다"며 "이들은 '스톡홀름 증후군(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의 편을 드는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프로듀서와 우 소장은 "선 부소장의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부동산 부양이 아닌, 하우스푸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 "단기 3년의 상환대출을 장기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김 프로듀서), "빚 때문에 생활비가 없는 가계에 생활비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우 소장)가 언급됐다.

거품 붕괴는 '88만 원 세대의 역습'... "젊은 세대에게 고통을 떠넘기면 안돼"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2010년 다시 부동산을 말하다' 좌담회가 오마이TV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김재영 MBC PD,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2010년 다시 부동산을 말하다' 좌담회가 오마이TV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김재영 MBC PD,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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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가 중반부를 넘어서자, 토론의 주제는 하우스푸어에서 88만 원 세대로 이동했다. 가계 부채 줄이기 없이 부동산을 부양해 하우스푸어를 구제하는 것은 집값 안정을 바라는 젊은 세대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했다.

김재영(김) : 정부의 대책은 미래 세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은 정규직이 돼도, 서울에 있는 집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 가진 사람을 도와주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 유권자임에도 그들의 주거 안정 문제는 외면당하고 있다.

우석훈(우) : 집값 하락은 '88만 원 세대의 역습'이다. 30년 간 토건 경제를 뒷받침해온 말은 '국토는 좁고 인구는 많다'다. 부동산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0~40대는 20평 아파트를 20대에 넘기고, 자신들은 30~40평 아파트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신화'는 불가능하다. 20대들은 '3무 세대'라고 불리고 있다. 결혼도, 집도, 돈도 없기 때문이다.

선대인(선) : 20대들을 '5무 세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3무'에 더해 일자리도 소득도 없기 때문이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면서, 생산경제로 가야할 돈이 부동산으로 갔다. 공장이 안 돌아가니 일자리가 없고, 소득이 없다. 결혼도 못하고, 집도 못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1인 가구가 늘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거라고 한다. 황당하다.

: 거품이 빠지면, 20대들에게 나쁘지 않다. 월세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비정규직이 다수인 이들의 임금이 크게 줄지도 않는다. 30대 후반 이상인 세대가 고통스러울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거품이 빠지면 20대와 40~50대간의 세대 문제가 완화될 것이다.

: 88만 원 세대는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는데 전혀 가담을 하지 않은 세대이고, 또한 부동산 거품의 희생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세대를 위한 돈을 당장 기성세대의 고통을 줄이겠다며 마구잡이로 쓰는 것은 세대 간 형평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있다. 토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쓴 돈의 1/3만 88만 원 세대나 취약계층에 썼다면, 이들의 고통은 지금처럼 크지 않을 것이다.

: 마구잡이식인 토건경제는 미래 세대에게 4대강 사업과 같다. 5층짜리 아파트를 부셔 30~40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면 안 된다. 용적률도 미래세대와 나눠서 써야한다. 30년 뒤 삭막한 콘크리트 아파트를 미래 세대가 재구성해야 하는데, 엄청난 부담이 든다. 공공재는 미래세대와 나눠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토건경제 종식 어떻게? 제대로 된 정권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하우스푸어와 88만 원 세대의 주거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선대인 부소장은 ▲ 저금리 상황을 이용한 가계 부채 다이어트 유도 ▲ 실질적인 건설업체 구조조정 ▲ 선분양제도 폐지 ▲ 단기 일시금상환제도를 장기 원리금균등상환제도로 바꾸기 ▲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을 꼽았다.

김재영 프로듀서 역시 가계 부채 줄이기를 1순위로 꼽았다. 그는 "현재의 고령화 속도를 보면, 현재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의 노후를 책임질 수 없다, 거덜 날 수 있다"며 "각 가계는 30년 앞을 내다보고 부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30~40대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우석훈 소장도 동의했다. 그는 "주택은 재건축을 통한 돈벌이 대상이 아니고, 사용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는 상식을 회복할 경우, 2~3년만 고생하면 된다"며 "그래서 2012년 대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대인 부소장도 "(토건 경제를 종식할) 제대로 된 정권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태그:#부동산 대책, #우석훈, #선대인, #김재영, #하우스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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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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