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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민주당이 당무위원회를 열고 격론을 벌인 끝에 전당대회(10월 3일) 룰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현재의 단일지도체제를 버리고 옛 열린우리당과 같은 순수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순수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동시에 뽑는다. 다만, 당 대표의 권한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2012년 대선 출마자는 선거 1년 전 당 지도부에서 사퇴하도록 했다.  

 

당 지도부 선출방법은 대의원투표 70%와 당원 여론조사 30%를 반영하기로 했다. 대의원투표는 1인2표제다. 민주당은 이날 전당대회 대의원명부 8887명(당연직 2017명+선출직6870명)을 확정했다. 대의원들은 내달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게 된다.

 

전당대회에서 1~6위까지 당선자가 당 대표 및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지만, 여성 당선자가 없을 경우, 6위는 탈락하고 여성 최다득표자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

 

또 7~8일 후보등록 기간 중 출마자가 늘어나게 되면, 9일 '컷오프'로 9명(당 대표 및 최고위원 숫자의 1.5배)을 추리기로 했다. 컷오프는 당 중앙위원 370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일부 위원들은 "국민여론조사를 반영해야 한다", "당원여론조사 폭을 넓히자"는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전준위 안을 바꾸지 못했다.

 

집단지도체제 지도부 선출, 기로에 선 '젊은 민주당'

 

전당대회 룰이 확정되면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도전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득을 본 후보군은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전 대표들이다. 현재 '3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은 무난히 1~3위를 차지하며 새 지도부에 무난히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위인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새 지도부에 들어가더라도, 1위 자리에서 밀린 나머지 2명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정세균 전 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은 각자의 조직에, 손학규 전 대표는 당원여론조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

 

'빅3' 이외의 후보군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출마 선언을 했거나, 출마를 준비 중인 주자는 박주선, 김효석, 천정배, 유선호, 양승조, 조경태, 최재성, 백원우, 조배숙 의원, 이인영, 장성민, 정봉주 전 의원 등이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여성주자인 추미애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13명의 주자 중 9일 컷오프에서 4명은 1차로 탈락하게 된다. 컷오프에서 살아남은 9명 가운데 6명은 '빅3'와 함께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쳐야 한다.

 

내달 3일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의 면면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으로 인해 젊은 정치인들의 당 지도부 입성이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에도 '젊은 민주당'을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전·현직 중진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내 영향력이 약한 초·재선의 현직 혹은 전직 의원들이 조직과 인지도를 앞세운 선거전에서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486'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타격이 크다.

 

"구태한 옛 민주당으로의 회귀", "올드보이들의 지분 나눠먹기"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재성 의원은 이날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수집단지도체제 도입을 비난하면서 "낡은 정치인들이 스스로 세대교체를 자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잠재적 대권 주자들의 지분 나눠먹기식 지도부 구성을 당원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빅3 중 일부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해 온 정세균 전 대표도 따로 성명을 내고 "당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가세했다. 486 젊은 정치인들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그는 "지도체제 개정은 변화를 통해 더 유능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이라며 "대의원들의 준엄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손학규 "기득권 편입 486, 권력 승계받으려 하나 잘못됐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전당대회 출마를 앞두고 말을 아껴온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판론에 정면 대응했다.

 

그는 이날 낮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486이 민주당의 기득권 질서에 편입, 권력을 승계받으려 한 것 아니냐,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당이 과거로 회귀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그게 정동영, 손학규 탓이냐, (정세균과 486) 기득권 체제가 민주당의 변화를 거부해 생긴 일이고, 자승자박"라고 말했다.

 

이처럼 '빅3' 사이의 갈등, 당내 세대간 갈등이 커지면서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치열한 머리싸움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단지도체제 도입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후보들 사이에서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1인 2표제로 이번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가 됐다"며 "이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변을 만들기 위해 후보들끼리 치열한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주선 전 최고위원과 유선호 전 법사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7일 오전에는 정세균 전 대표와 손학규 상임고문이 각각 여의도와 영등포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8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조경태, 양승조, 장성민, 정봉주 등 전현직 의원들도 이틀 사이 줄줄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민주당, #전당대회, #집단지도체제, #컷오프,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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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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